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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posa Mar 31. 2016

스트레스를 비교하는 사회

퇴사를 망설이는 당신에게

생각해보면 우리는 직접적으로든 은연적으로든 아주 어렸을 때부터 비교를 당해왔던 것 같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말이다. 태어날 때의 체중부터, 말은 언제 뗐는지, 한글을 쓴 때가 언제인지 등등.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그러한 비교는 조금 더 노골적인 형태를 띠게 되는데, 거기서부터 엄친아로 불리는 엄마 친구 아들과 엄친딸(엄마 친구 딸)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다.


엄친아와 엄친딸은 무엇이든 비교하는 우리 사회의 상징이자, 내가 뛰어넘지는 못하더라도 뒤쳐져서는 안 되는 그 누군가의 모습이다.    


그렇게 비교를 당하던 우리들은 이제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 자신을 남과 비교하기 시작했다.

남들 하는 만큼은 해야 하고, 남들에 뒤쳐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가끔 이렇게 묻는 사람들이 있다.


 "다들 이 정도 스트레스는 받으시나요?"

 "너무 힘들어요. 제가 비정상인 건가요?"


아마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이미 너무 힘든 상태일 것이다. 퇴사를 마음먹고 불가피한 상황임을 스스로에게 설득하는 절차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저 말이라도 위안을 받고 싶은 걸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특별히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 확인되어야 패배의식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일까?  


스트레스 또한 남들이 견디는 만큼은 견뎌야 남들에 뒤쳐지지 않는 것이 돼버렸다.   

 



내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들어간 첫 직장은 한 중소기업이었다. 엉망진창인 업무 체계, 육두문자가 오가는 회의실, 도덕적인 잣대를 흐리게 만드는 업무, 인격모독을 일삼는 상사, 조기출근과 야근 강요 등 종합 선물세트 같은 곳이었다.


처음에는 누군가 만나기만 하면 열심히 하소연을 했다. 그러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진 시점에는 오히려 입을 닫기 시작했는데, 입 밖으로 내는 것 조차 너무 힘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입 밖으로 내는 순간 내가 처한 비참한 현실이 사실이 되는 것 같아 너무 슬펐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은 원래 힘든 거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힘든 것도 어느 정도는 참고 견뎌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도 이제 책임감을 져야 할 어른이니까.


그런데 얼마만큼의 스트레스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받고 있는 건지, 힘든걸 어디까지 감내해야 하는 건지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미련하게 참았던 것 같다. 다들 힘들 테니까.


그렇게 6개월을 참고, 버티고, 견디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었다.


회사를 그만둔 후에 나는 왜 더 빨리 그만두지 않았을까 하고 후회했다.

끊임없이 내 마음에 상처를 내고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건강을 해칠 만큼 우울에 시달리며 왜 버텼을까 하고 말이다.


앞선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해주고 싶다.

 

"다들 이 정도 스트레스는 받으시나요?"

"당신이 지금 힘들잖아요. 다른 사람도 다들 이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하면 견딜 건가요? 그게 아니면 그 사실이 당신에게 위안이 되나요?"


 "너무 힘들어요. 제가 비정상인 건가요?"

 "아니요. 당신은 비정상이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은 견디는데 당신이 못 견딘다고 해서 비정상은 아니에요. 사람마다 견딜 수 있는 스트레스의 종류와 역치는 달라요."


너무 힘들어서 퇴사한다고 하면 다들 힘든데 이 정도도 못 견디면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냐고 힐난하는 목소리가 들릴 수도 있다. 그 말에 너무 겁내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당신이 나약한 게 아니라 그게 당신의 취약한 부분이었던 것뿐이라고.  다음번에는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도 그랬으니까.


"나만 힘든 건 아니지만 네가 더 힘든 걸 안다고 내가 안 힘든 것도 아니다."라는 어느 개그맨의 말처럼,

내가 힘들 때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온전히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내 마음은 내가 돌보지 않으면, 그 누구도 돌봐주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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