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대 중반의 기억을 채우던 그 사람은 20대 후반이 된 지금.
한 순간에 사라졌다.
사람일이란 건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무런 걱정도 없이 해맑게 웃던 사람이
지금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웃고 있다는 게.
손가락질에 얼마나 많은 상처들을 받고
날이 선 눈빛에 얼마나 많은 행복이 사라졌을지.
손가락으로 셀 수도 없고 무엇으로도 헤아릴 수 없을 것 같다.
눈에 보이는 것을 많이 얻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많이 잃었던 그 사람.
사실 누군가 그를 뒤흔들고 잃어버리게 만들었던 건 아닐까.
느리게 돌아가는 일상의 시곗바늘을 손으로 돌리고 싶어 했다가
빠르게 돌아가는 그 순간의 시곗바늘을 뒤로 돌리고 싶어 했던 내 모습.
책상에 앉아있다 어느새 새벽의 차가운 바람이 내 방을 가득 채우면 원망스러워지곤 했다.
우리는 또 느리게 돌아가는 일상의 시곗바늘을 눈앞에 둬야 하기 때문에 그랬는지
빠르게 돌아가버린 시곗바늘을 다시 돌릴 수 없는 내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모르겠다.
눈을 감았다 뜨면 시간이 흐를 테고
집에 도착해 아무렇지 않게 신발을 벗겠지.
빈자리를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하다 익숙해지게 되면
무언가를 잃어버렸는데, 무엇을 잃어버린 건지 모르는 그런 시간이 찾아오겠지.
그렇게 되겠지. 한동안 많이 그립겠지.
그래.
그저 행복했다면 너무나 고맙고
나 또한 당신 때문에 너무나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