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뜨겁게 피어오르던 2년을 되돌아보며
머릿속이 복잡하다 못해 엉키고 설킨 모양으로 2년을 살았던 적이 있다
타인의 시선에서 보이는 그때의 모습은 흉측하기 그지없는 삶이라고 손가락질했던 그때
사회에서 무언가를 해내지 못하는 식충이에 심한 말로는 쓰레기로 보였을 그때의 내 모습
이 2년의 시간에 대한 친구들의 물음에 나는 야수의 삶을 살았다고 포장하며 이야기를 하곤 한다
'회상'해보자
부모님에게 큰소리치고 내가 하고 싶은걸 해보고 싶다며 눈물을 흘려서일까?
힘들게 얻어낸 2년의 휴학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나의 미래를 내 손으로 내가 만들어내고 싶었다.
'나는' '나의' '내' '내가'
부모님께 잘 지낸다는 전화도 일주일에 못해도 3번은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내가 보내는 시간들은
아름답게 빛날 거라고 큰소리치고 모든 걸 책임질 수 있는 한 명의 어른인 줄 알았던 나
이 모습은 오래가지 못했다
내 안에 책임이라는 그림자는 더욱 커질수록 용돈을 받으며 생활하는 내 모습은 작아지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잠깐의 안부를 건네기 위해 나에게 건 전화를 불안함에 떨었던 적이 있다
길어봐야 2분 남짓되는 시간을 불안하고 두려워했던 나
잘 지내고 있다는 말만 하면 금방 끝날 전화에도 현실에 온몸이 더러워진 것 같아 쉽게 말을 하지 못했고
용돈이 필요하면 보내주겠다는 말에 더 이상 기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애써 거절했던 그때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며 라면 반개를 끓였고 눈물도 함께 마시며 무슨 궁상을 떠는 건지 싶었던 그때
그 모든 흔적들이 남아있는 이곳을 손으로 만지며 차가운 물 한 모금 마시고 앉았다
분명 무언가를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내 손가락들이 키보드를 누르지 못한다
'무엇'을 쓰려했을까
기억이 나지 않는 건 유독 물이 차가워서 그랬던 거라고 기지개를 켜고 집중해본다
그때의 내가 아닌 지금의 내가 무엇을 쓸 수 있을지 또 한 번 되물어보는 짧은 시간
모르겠다
지난 나는 글을 쓰며 누군가에게 감정을 전달하는 일을 아주 특별하게 생각했다
한 문장을 만들어내고 하나의 글이 완성되면 나는 아주 특별한 마술사 같았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그리고 본 적이 없는 신비로운 마술을 보여주는 마술사
어두운 방에 초라한 나를 비추던 불빛도 나에게 내려온 스포트라이트로 보였다
그리고 포털사이트에 내 글이 잠깐이지만 쉽게 보이는 곳에 비치가 된 것을 보았을 때
그 순간만큼은 정말 내 인생의 주인공이라고 느꼈던 그때가 있었는데
모르겠다
언젠가 복잡했던 내 머릿속을 싫어졌다
남들의 눈을 너무나 많이 살피고 반응을 찾아보고 원하는 답을 바라보기 위해 사는 삶이 싫어졌다
주인공이라고 느낄 수 있던 찰나의 순간을 위해 계속 갈구하고 원하고 갈망하던 야수의 삶이 싫어졌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한 망토를 걸치고 걸어가던 나를 비추는 거울 속 내가 너무 평범했다
그때 알았다
나는 평범하다
그래서 더욱 그랬다
많은걸 얻었고
특별함을 원했고
높은걸 갈망하고
화려함을 탐했다
적은걸 버렸고
평범함은 싫었고
낮은걸 증오하고
소박함을 피했다
그러다 부질없는 일이라고 여겼던 당시에 나는 모든 걸 내려놓았다
눈에 보이는 나의 평범함에 화려하던 것들은 빛을 잃어 흑백으로 가득했다
무엇을 보던 무엇을 먹던 그저 그런 평범한 삶이 나에게 어울리다고 생각하며 지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분명 평범하다.
엉키고 설킨 모양을 하던 머리로 쓴 글을 둘러보다 느꼈다
이런 글은 더 이상 쓰지 못하구나
그럼 나는 무엇을 써야 할까
모르겠다
시시한 어른이 된 걸까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