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에는 언제나 설렘과 걱정이 함께 한다.
저장글이 좀 더 쌓이면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리라 다짐하고 여러 가지 주제의 글을 머리로만 생각하며 지내왔다.
생각만 해서는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는 것도, 행동으로 옮기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잘하고 싶은 욕심이 내 앞을 굳건히 막은 채 몇 년이 흘렀다.
사실 그보다 더 큰 벽은 따로 있다.
다른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하는 것에 익숙지 않다는 것.
지인들에게 가볍게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얘기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글을 쓰자니 여러 생각과 걱정들이 가득해진다.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해.
근데, 이런 것도 어떻게 보면 다 핑계.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겠어?
누구나 한 번쯤은 작가가 돼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끄적거려 보다가 이내 다른 것에 시선을 뺏긴다.
작가가 되어 볼까 하는 생각은 잠시 깊숙이 넣어둔 채로.
예쁘게 접어둔 사람도, 아무렇게나 구겨서 쑤셔 넣은 사람도 그 소망은 사라지지 않은 채.
그럼 나는 왜 글을 쓰려고 하는가? 글을 왜 쓰고 싶어 하는 걸까?
"'즉흥'이라는 단어와 정반대인 나라서."가 가장 큰 이유다.
다시 말하면 사소한 것 하나도 허투루 하지 못하고 머릿속에서 생각을 한번 거쳐야 하는 나의 사고 프로세스 때문이다.
아직 사회경험이 부족했던 어린 시절,
대화의 티키타카가 빠르게 되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생각을 하고 손으로 기록하는 글쓰기와 사랑에 빠지게 된 시작점이 되었다.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한 후, 맘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쓴 글은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과 사랑을 받았고, 다른 이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재미와 기쁨을 동시에 느끼게 되면서 그럴수록 난 더 글쓰기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이후 점점 학교 내신성적의 압박을 받으며,
성인이 된 후에는 살아내느라 바빠서 많이 소원해졌지만,
수시로 꺼내보며 다시 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볼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회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글쓰기와 관계 회복을 넘어서 사랑에 빠지는 나를 기대하며,
한 명이라도 내 글에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기를 소망하며,
꾸준히 잔잔하게 글을 쓰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해 보는 브런치스토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