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라서 하는게 아니고 하고 나서 어른이 되는 것.

by 정주희


웨딩상담을 하러 온 커플 중 여자는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질문을 쏟아내었고 작은 농담에도 크게 웃는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신랑은 별 반응 없이 무뚝뚝했다. 그런 신랑이 상담이 시작되고 20분도 안되어 벌떡 일어났다. 배가 고파서 뭘 좀 먹고 와야겠다는 것이다. 예비신랑은 나가버렸고 30~40분이 지나고 상담을 마무리 할 때서야 돌아왔다. 20여년 가까이 웨딩플래너를 하고 있지만 신랑이 상담 중에 밥을 먹으러 가버린 적은 정말 처음이었다. 신부가 맘 상할까봐 창피할까봐 나는 조마조마한데 정작 신부는 예의 그 화사한 웃음으로 오히려 내게 죄송하다며, 신랑이 아직 너무 애기 같다고 악의가 있어 그런 건 아니고 엉뚱해서 그런 거니까 이해해달라고 하는 거다. 냉면을 먹고 돌아온 신랑은 상담이 끝날 때까지 신랑 이라기보다는 누나 웨딩상담을 따라온 남동생처럼 그야말로 짓궂은 농담 뿐 이었다. 웨딩사진을 보면서 어떤 스타일이 좋은지 고를 때 신랑이 잘 모르겠다, 니가 좋은 걸로 해라 라고만 해도 보통은 나 혼자 결혼 하나, 라면서 서운해 다투는데 그 커플은 약간의 다툼도 없이 웃으며 돌아갔다. 신부가 정말 ‘보살님이구나’ 했었다.



그 커플이 1월에 결혼을 했다. 핀트가 맞지 않는 장난과 농담을 일삼는 신랑은 마지막까지 그런 태도였지만 뭐 하나 참여 하지 않는 것은 없었고 신부는 항상 부드럽고 편안했다. 결혼식 날 신랑은 어찌나 긴장을 했는지 리허설 하는 내내 실수 했고 불안해했다. 데뷔 첫 무대에 오르기 전 배우처럼 말이다. 결혼식이 시작되고 실력은 없었지만 직접 축가를 불렀다.



“살아있음을 난 그대에게 감사해요. 부족한 내 마음이 누구에게 힘이 될 줄은, 그것만으로 그대에게 난 감사해요.”



덜덜 떨리는 목소리에 신랑은 무대를 즐기지 못하고 정말 안간힘을 써서 신부에게 마음을 전하고 있었다. 음악은 그냥 느낌으로 통하니까. 축가가 흐르는 동안 하객들 여기저기서 훌쩍거리거나 눈물을 훔칠 정도로 그 남자의 진심이 예식장 안에 퍼졌다.



결혼식이 끝나고 웨딩영상 감독이 신랑신부에게 한 마디 씩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그때 그 신랑이 울었다. 울음 정도가 아니고 대성통곡을 했다. 역시나 신부는 그런 신랑을 귀엽게 바라보면서 미소 짓고 있었다. 아직은 철이 덜 들었지 모를 그 신랑의 그동안의 그 장난스런 태도들은 어쩌면 결혼식이 너무 떨리고 어색해서 였는지 모르겠다. 웨딩상담 중 냉면을 먹으러 나가는 신랑을 보면서 만약 보통의 신부였다면 그 결혼은 진즉 깨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아직 철이 덜 들어 그렇지 천진난만하고 장난기 넘치는 그 신랑은 예측불허의 사랑스러움이 있었다. 그 남자의 순수한 마음을 꿰뚫어 봐주고 웃으며 보듬어줄 수 있는 그 여자하고 두 사람은 천생연분이구나 싶었다. 드라마틱하게 로맨틱하지 않아도 표현은 다르더라도 사랑은 도처에 있다. 어른이 아니어도 사랑할 수 있고 서툴어도 결혼할 수 있다. 그렇게 다르지만 합이 잘 맞는 두 사람이 부부가 되어 살아가면서 좋은 어른으로 성장해 가리라 믿는다.


KakaoTalk_20190513_192544940.jpg
KakaoTalk_20190513_192543309.jpg





keyword
이전 04화매일 충분히 위로해야 함-부부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