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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마의 Mar 31. 2017

천안 성성동 홍굴이 해물짬뽕 이야기 (1)

짬뽕으로만 연 10억원을 버는 집

  스마트폰 길 찾기 어플을 통해서 천안 홍굴이 짬뽕을 검색하니 직산역에 내리라고 안내가 되었다. 그 말 대로 직산역에 내렸다. 길 찾기 정보대로라면 여기서 버스를 타면 15분 정도 도착할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었다. 남은 시간은 20여 분 약속시간에 늦지는 않겠다는 마음으로 안도하며 기다리던 중 버스가 안 와도 너무 안 온다는 마음에 큰 길로 향했다.


  역 앞과는 달리 차들이 제법 다니는 큰 도로, 마침 정류장에 배차 시간표가 붙어 있기에 내가 타야 할 버스를 살폈다. 순간 아차 싶었다. 버스를 타는 것이 맞긴 한데 하루에 차가 4대밖에 없었다. 서둘러 택시를 잡아탔다. 


  약속시간까지 불과 남은 시간은 15분. 약속 하고 직접 찾아뵙는 자리라 택시 기사님께 서둘러 주실 것을 부탁드렸다. 


  “기사님 성성동 361-10 번지인데, 오일뱅크 주유소 옆이네요. 조금 서둘러 주실 수 있을까요?”

  “네~ 알겠습니다. 그 쪽이면 홍굴이 해물짬뽕 있는 곳이네요?”

  “어? 제가 가는 곳이 홍굴이 해물짬뽕인데요? 유명한가 보죠?”

  “그럼요! 택시 기사분들한테 홍굴이 해물짬뽕 가자고 하면 다 압니다.”

  그렇게 10여분 쯤 달린 택시는 정확히 식당 앞에 도착했다. 

  가게를 들어서니 앞치마를 하고 노란 스마일 배지를 가슴에 단 인상 좋은 분이 환한 미소로 맞이해 주셨다. 

  “반갑습니다!”

  천안 홍굴이 해물짬뽕 서용원 대표였다.


 


  대개 식당에 식사를 하러 가면 어떤 풍경인가를 기억해 보자. 가게와 간판이 첫 인상을 주고 입구를 들어서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한다. 음식을 주문하고 식사를 하고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온다. 특별할 것도 없는 아주 일반적인 식당의 풍경이며, 식사를 한다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것이 전부다. 대부분 그렇다.



  다시 홍굴이 해물짬뽕으로 돌아가 보자. 이 식당은 달랐다. 자리에서 식당을 한 바퀴 둘러보니 손님에게 말 그대로 퍼주고 있다는 표현이 딱 맞았다. 



  ① 식당 앞에 손님들이 대기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에 안마의자(지금은 옆건물로 이사해서 없지만..)

  ② 짬뽕이 매워서 함께 식사를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마련된 자장컵라면과 계란 후라이 코너

  ③ 식사를 주문하고 양이 부족한 손님들을 위한 홍합 리필, 굴 리필, 국물 리필, 밥 리필 – 양 많이, 면 많이, 싱겁게, 맵게 또한 언제나 같은 가격에 제공

  ④ 2인 식사 주문 시 피자 한판 서비스

  ⑤ 3대가 오면 군만두는 서비스

  ⑥ 일반 정수기 물 대신 둥굴레 등 좋은 재료로 끓여낸 차

  ⑦ 후식 아이스크림

  ⑧ 후식 국산차, 겨울엔 코코아 그리고 보리강정

  ⑨ 항상 신권으로 준비된 거스름돈



  식당일을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저 일들을 전부 매일같이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일인지, 고객에 대한 정성이 얼마나 들어가야 할 수 있는지 잘 알 것이다. 심지어 누군가는 “그렇게 까지 해야 해?”, “그걸 왜 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고객을 위한 정성이 8년 이상 홍굴이 해물짬뽕으로 하여금 황량한 천안 국도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줬고 이를 넘어서 연 매출 10억원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원동력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천안 홍굴이 짬뽕은 “황량한” 국도변에서 시작한 가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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