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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 DII May 05. 2020

싫어하는게 많은 만큼 좋아하는 것도 많아요

싫어하기 위해 싫어하는 순간을 버리기 위해서


"이렇게 빨리 고른 커플은 처음이에요."


취향이 뚜렷하고, 호불호가 굉장히 강해서 소위 말하는 '선택장애' 또는 '결정장애'가 잘 없다. (장애라는걸 너무 쉽게 보는 것 같아 이 단어들을 좋아하진 않지만 대체 할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와중에도 싫은걸 따지고 있다.)

카페에서, 식당에서 메뉴를 고르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고 옷이나 신발을 살 때에도 내 취향에 맞는 것을 금방 골라낸다.


얼마 전 웨딩밴드 투어를 갔을때였다. "이렇게 반지 빨리 고른 커플은 처음인거 같아요." 계약서를 쓰는 중 우리를 상담 해준 디자이너가 한 말이다. 꽤나 큰 돈이 왔다갔다 하는 일일지라도 내 취향에 부합하는 선택지가 있다면 고민의 길이가 길지 않다.


여러 좋아하는 것 중, 좋아하는 깊이가 꾸준히 깊어지는건 취미로 이어지기도 한다. 어떤 대상이 ‘취미’로 정의 되는건 그것을 마음껏 좋아하고 몰두하는 시간을 더 자주 만들어낸다.





"너는 참 싫어하는 것도 많다."


손가락 하트, 클러치를 들고 다니는 운동선수들, 콘텐츠와 관련 없는 말도 안되는 해시태그들, 드라마 주인공 배우가 부른 그 드라마의 ost, 직급을 줄여부르는 것(ex.댈님, 줌님), 메신져로 할말을 바로 얘기하지않고 이름만 다짜고짜 부르는 것. 누군가는 이것이 싫은지 아닌지 생각조차 안해봤을 것들이다. 별걸 다 싫어한다. 그리고 내 취향의 범주 안에 있는걸 제외한 그 밖의 것들은 대부분 싫어하는 대상으로 정의한다. 영화를 보더라도 딱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장르로 나뉜다. 드라마, 액션, 판타지, 애니메이션 장르는 좋아하는 쪽이지만 이 밖에 공포, 로맨스 코미디 같은 것들은 싫은 쪽으로 분류해 잘 보질 않는다. 내 멋대로 두가지를 나눠 투명한 라벨지를 붙이고 다니는가 싶기도 하고.


누군가는 이것이 싫은지 아닌지 생각조차 안해봤을 것들이다. 별걸 다 싫어한다. 사람이 싫어지면 온갖 이유를 다 붙이며 내가 싫어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만들어버린다. 그 사람의 싫은 언행을 곱씹고, 그걸 누군가에게 다시 옮기기도 한다. 어쩌면 싫어하기 위해 싫어하는 시간들일지도.


그러다보니 나의 시간을 온전히 좋아하는 것들에만 집중을 할 수는 없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거다. 싫어하는 무언가를 떠올리는 시간은 어쨌든 부정적이기 때문에 결국은 스트레스가 되어버리기도 하니까.







"좋아하는 것도 많아."


그럼에도 내가 좋아하는게 뭔지 확실히 알기에 그것들에만 선택적으로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 싫어하는건 필사적으로 피하고, 좋아하는걸 마주하도록 할 수 있다. 긍정적 방향의 에너지만 쓰기에도 아까울 시간들을 부정적으로 흘려보내고 싶지 않기 때문에 호와 불호을 명확히 가르는 나의 성향은 쓸모가 많다. 공적으로는 손발이 맞지만, 개인적 영역에 들이면 취향이 맞지 않고 피차 불편한게 많겠구나- 싶은 누군가와 딱 필요한 만큼의 선을 유지할 수도 있다.


싫어하는 것도 나의 선택이지만, 부정적 방향의 감정은 금세 에너지를 빼앗고 스트레스를 가져와버린다. 무의식적으로 호불호를 판단해 싫어, 라고 했던 순간들은 버리고 좋아! 라고 할 수 있는 순간을 여러번 떠올릴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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