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만한 가치, 쓰이게 될 분야나 부분. ‘쓸모’의 사전적 정의이다. 이런 사전적 정의가 아니어도 자신이 속해있는 집단에서 본인의 쓸모를 알고 싶어 하고 증명하길 원한다. 연인에게 늘 의지가 되고 어떤 크기의 사랑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람이었으면 하고, 엄마 아빠 동생들에겐 든든하고 야무진 큰 딸이자 언니, 누나이고 싶다. 회사에선 월급 주는 게 아깝지 않고 어떤 일을 맡겨도 잘 해내는 직원이란 평가를 받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도, 그리고 어디에서도 쓸모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일상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곳인 회사에서는 어떨까. 여러 직장인들의 생각은 이렇다. ‘받는 만큼만 하자’. 본인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서, 미래에 지금 받는 것보다 더 많이 받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과 열정을 보이면 결국 더한 착취를 받고 마는 곳이다. 그 누구에게든 돈을 더 주는 걸 아까워하고, 하루라도 더 쉬는 걸 못마땅해한다. 그래서 그저 적당히 힘들고 적당히 받고만 싶다. 그렇지만 이렇게 업무에 임하 다간 경쟁력을 잃거나 열정이 없어 보여 결국 누군가와 비교가 되어버리는 곳이 회사이다. 그래서 나는 쓸모가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건가?라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 생기기도 한다.
과한 착취와 스트레스는 피하고 싶지만 나랑 비슷한 위치에 있던 누군가가 더 높은 연봉이나 직급을 받는 것도 함께 피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 그래서 최선을 다해 쓸모를 증명하고 싶은 마음과 그냥 적당히 피해만 주지 말자는 마음이 늘 싸우는 상태이다. 어떤 쪽이 내 정신에 이로울지 저울질을 하면서. 어쨌든 현재는 연봉, 직급과 같은 커리어에 대한 욕심보단 내 몸과 마음이 편한 쪽으로 가치를 두는 편이다.
자신의 쓸모를 끊임없이 증명하고 싶은 곳에 속해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즐거움 일지 생각해본다. 본인의 노력과 열정을 얼마든지 보여도 필요 이상의 써먹음이 일어나지 않는 곳. 딱 그만큼의 대가를 주는 곳. 나 스스로의 의지로 노력을 하고 싶고, 누구에게든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어딘가. 본인의 쓸 만한 가치를 꾸준히 증명해가며 느끼는 성취감은 겪어보지 않고 모를 것이다. 가족들, 남자 친구, 나의 고양이에게 내가 함께하는 가치를 언제나 증명할 수 있듯이 언젠가는 꼭 그런 사람이고 싶은 곳을 만나게 되길 바라고 있다.
앞으로도 내가 어디에 있든, 누구와 함께하는 시간이든 나의 쓸모에 대하여 끊임없이 생각을 하겠지만 어느 한 곳에서 내가 좀 쓸모가 없으면 어떤가. 대신 또 다른 곳에서 내 쓸모를 알고 필요로 해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