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손가락 지문이 없어진 것 같아...
그동안은 조식을 포함해서 숙소를 예약했는데 보름정도 먹으면 물릴 것 같아서 조식도 포기하고 최대한 저렴하게 숙소를 예약했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 뒹굴거리다가 11시경쯤 나가 아점을 먹고 다시 숙소에 돌아와 수영을 하고 또 뒹굴거리다가 이른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비용도 좀 더 조절을 해야 할 것 같아 우리가 가 있는 동안 우붓에서는 무료 셔틀차량이 있다길래 어플을 다운로드하여 대충 눈치껏 근처 가서 물어보고 하니 탈 수 있었다.
한국사람들이 많이 사간다는 가방가게를 갔는데 색이 알록달록하니 맘에 들었지만 더 마음에 든 건 해먹들... 아... 정말 돈이 넉넉했더라면 사 오고 싶은 아이템들이 있었는데 차마 사진 못하고 장바구니 몇 개와 백팩을 사가지고 나왔다. 한국분들이 종종 들어오셨는데 정말 많이 사 가셔서 부러웠다...ㅠㅠ 물론 해먹 사가는 분들은 못 봤지만…^^;;
그리고 근처에 꼬치맛집을 갔는데 꼬치만 주면 될 걸 왜 밥을 한 그릇씩 주는지... 밥은 다 남겼고 식사 후 아이는 그랩오토바이 태워 숙소로 보내고 우리는 또 무료셔틀차량을 탑승해서 코스 제일 끝 지점에서 내렸는데 미술관이 보였다.
'그래... 좋은 차도 무료로 탔는데 이런 거라도 봐줘야지..'라는 생각을 해서 엉겁결에 비싼 돈 주고 미술관관람도 하고 근처 빈땅마트 가서 포장되어 있는 코코넛도 사 오게 되었다.
여기서 코코넛은...!!!
친정 아부지가 탈모인이다 보니 탈모의 영향은 누구에게로 갈 것 인지 우스갯소리로 남동생과 이야기 나눴었는데 아이는 나름 심각했던 모양이다.
작년 말부터 빗질을 하면 머리카락이 우수수 떨어지는 걸 보고 식겁해서 탈모약이라도 사달라며 조르고 있는 아이에게 코코넛이 좋다고 남편이 말하니 그때부터 아이가 매일 한, 두통씩을 환장하고 먹었는데 빈땅마트에는 비닐로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는 코코넛이 신기해서 두 통이나 사 와서 수영할 때 틈틈이 마셨다.
그런데 그게 문제였을까... 아니면 수영장 물이 문제였을까...
짜증을 내긴 했지만 수영장에서 놀기도 잘했고 이것저것 잘 먹던 아이가 다음 날부터 뭔가 시큰둥...
뭐... 네가 또 사춘기증세를 보이나 보다 했는데...
그다음 날에는 배가 아프다며 수영장도 안 가고 먹는 것도 힘들어했다.
난 그냥... 또 이곳이 질려가나 보다... 생각했다.
왜냐하면 싱잉볼을 한 번 연주해 보더니 싱잉볼에 빠져 지나가는 매장에 싱잉볼이 있으면 들어가 거기에 있는 모든 싱잉볼 소리를 다 연주한 후에 나오기도 했고 이것저것 액세서리 구경도 했으며 디저트도 먹고 핫도그도 흡입을 했다.
그리고 제일 중요했던 도마뱀!!!
물론 길리에서도 도마뱀을 잠깐 잡았다가 놔주긴 했는데 우붓 외곽 숙소보다도 우붓 시내 숙소에서 도마뱀이 더 잘 보였다. 아이는 도마뱀을 볼 때마다 잡아보겠다고 날뛰었지만 번번이 실패!!!
그러다가 야밤에 핫도그를 먹고 싶다길래 같이 나가 숙소 앞에 있는 핫도그가게에 가서 포장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데 낮은 천장 위로 보이는 도마뱀들... 아이는 소리를 내지는 못하고 너무 좋아 미친 듯이 웃어대더니 잡으면 넣을 통이 필요하다고 해서 내가 후다닥 숙소에 가서 미리 준비해 둔 통을 가지고 오니 잡기 시작!
아이가 몇 번 타다닥 거리며 높이 뛰기를 하더니 이내 바닥으로 떨어진 도마뱀도 놀랐는지 당황해하다가 아이에게 잡혔다.
아이는 도마뱀을 애지중지 만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통에 넣어 관찰하기 시작했다. 밤새 좋아하며 관찰하더니 어느새 아이가 시름시름...
"근데... 엄마... 도마뱀을 만져서 그런가 나 지문이 없어진 것 같아."
"엥? 그게 뭔 소리야?? 지문이 없어지다니!!"
살펴보니 지문이 있어야 할 곳이 반들반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우린 잘 모르니 도마뱀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고 어차피 돌려보낼 도마뱀이었지만 바로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직원들에게라도 물어봤으면 원인을 알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만지면 안 되는 도마뱀을 만졌으니 물어보기도 뭐 하고... 우리는 그렇게 영문도 모른 채 지문을 만지작 거렸다. 물론 시간이 흐른 지금은 괜찮아진 것 같다. ^^
그러면 도마뱀 때문인가...
아무튼 아이는 배가 아프다 하기 시작했고 우붓에서의 마지막 밤은 한식을 먹으면 좀 괜찮을까 싶어서 한식을 배달시켜 먹었다.
우붓을 떠나게 되는 아침...
다행히 한국에서 구급약품을 넉넉히 챙겨갔기에 아이에게 배 아픈 약을 먹였고 우붓에서 한 시간가량 거리에 있는 지역으로 넘어가야 해서 모두 아침은 거르고 출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이는...
"그래도, 핫도그는 먹고 갈래."
"너 배 아프다며~?!"
"핫도그는 먹어야 아쉬움이 안 남을 것 같아..."
이런... 배가 아프다면서도 이곳의 핫도그는 먹어야 했는지 핫도그가 나오자 잘 먹길래 난 아이가 좀 괜찮아진 줄 알았다...
그렇게 많이 아픈 줄은 정말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