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음식 남겨서 아쉽지만 반가웠던 홍콩반점~!!!
우붓에서의 총 8박 9일 일정을 마무리하고 우리 여행의 마지막 장소인 사누르라는 지역으로 옮기는 날... 배가 아프다던 아이는 핫도그를 포기할 수 없다며 아점으로 먹었고 우리는 그랩택시를 잡아 한 시간 가량 달려 사누르 지역에 도착했다.
사누르는 은퇴하신 외국인들이 주로 와서 사는 지역이라 자전거 길도 잘 되어 있고 한적하다고 해서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잡은 것이다. 생각보다 먹는 것에 돈을 많이 쓰다 보니 자금이 쪼들리기 시작해서 숙소는 초초초 가성비로 가게 되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3성급? 호텔이었다.
아무튼! 우리는 또 체크인 시간보다 빨리 도착하게 되었고... 당연히 프런트는 시원할리 없어 아이는 짜증을 부렸고.... 남편과 나는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 터라 기운이 없었고... 빨리 침대에 눕고 싶은 생각뿐...
다행히 20분 일찍 체크인해 줘서 들어갔는데 계속 원룸에서만 생활하다가 처음으로 룸이 2개에 거실, 주방까지 갖춰진 곳으로 가격대비 훌륭한 곳이었기에 이래서 한국인들의 추천이 있는 곳은 최고인 듯싶기도 했다.
짜증을 부리는 아이를 에어컨 빵빵한 숙소에 두고 남편과 나는 바로 근처에 있는 맥도널드로 향했다. 쉬는 것도 쉬는 거지만 주방도 있으니 식비도 아낄 겸 마트를 가야만 했다. 하지만 배가 너무 고팠으니 마트 가기 전에 있는 맥도널드로 발걸음이 자동으로 움직였던 것...^^;;;
"일단 우린 시켜서 지금 먹고, 아이는 마트 갔다 오면서 하나 사다 주자~!!!"
우린 그렇게 당당히 여러 대 있는 키오스크로 향했다! 그리고 사진을 보고 주문을 턱턱~
"낄낄~ 우리 너무 잘한다~ 발리 와서 산지 3주 정도 됐는데 우리 너무 잘하는 거 아냐??" 라며 남편과 뿌듯해했는데... 결제로 넘어가서부터 막히는... ㅠㅠ
정말 다행인 게 점심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키오스크는 3대 정도 있었고 주문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 우리의 버벅댐이 다른 분들에게 피해를 주진 않았다. 다만 눈치 빠른 나도 버벅댔고 파파고 번역기를 돌리는 남편도 헤매고 있었기에 빠른 결단이 필요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문을 열어주시면서 우리를 유심히 지켜보는 듯한 직원분!
잽싸게 다가가
말할 수 있는 영어라 콩글리쉬로 "Help me~"를 조용히 외치려 했는데 눈치 빠른 직원분은 이미 몸을 움직여 키오스크 앞으로 가셨다. 우리가 뭐가 문제였는지 옆에서 살펴보니 키오스크 옆에 주문번호판(?)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것을 키오스크에 입력하고 결제를 완료한 후 자리를 잡아 앉아있으면 직원이 그 번호를 보고 우리에게 음식을 갖다 주는 것이다.
뜨악~! 갑자기 떠오른 기억!
작년 여름! 유기견을 입양해 보겠다며 이태원을 간 적이 있었다. 개들은 너무 이뻤지만 어릴 적 개에게 물린 기억으로 자꾸만 움츠려드는 내 모습과 현실적인 상황을 계속 알려주는 남편, 그리고 개는 좋지만 배가 더 고프다는 아이 때문에 잠시 나와서 근처 먹을 곳을 찾아다니다 결국 들어간 곳이 맥도널드! 그곳에서도 우리는 주문을 버벅댔는데 바로 그 번호판 때문이었다. ^^;;; 한국에서도 버벅댔으니 외국에선 더더욱 버벅댈 수밖에...ㅜㅜ
그렇게 땀 삐질 흘리며 맞이한 햄버거는 너무나 맛있었고... 난 발리 맥도널드 2층에서 괜스레 감격하여 눈물 날 정도로 발리의 여유를 느꼈다... (맥도널드는 우리나라에도 많은데... ^^;;;)
배가 두둑해진 우리는 힘차게 걸어 제법 큰 마트에 갔고 어마어마한 규모에 눈 돌아갔지만 당장 필요한 것들만 사고 오다가 아이에게 줄 햄버거를 사서 주고 또 짜증 부리니까 잽싸게 나가서 근처 바닷가를 가니 엇! 여긴 현지인 천국~?!
진짜 현지인들이 여유롭게 지내는 것을 보고 다시 숙소로 갔더니 괜찮아진 줄 알았던 아이는 기분 나쁘게 배가 계속 아프다고 하길래
'아~ 이건 계속 핫도그랑 햄버거 같은 거 먹어서 속이 느글거리나 보다. 얼큰한 김치찌개 같은 걸 먹으면 괜찮아질 것 같다.'라는 어미의 짧은 생각에 근처 한식집 가서 포장해서 주니 그나마 먹긴 했다.
그렇게 난 또 아이가 괜찮아진 줄 알았다.
다음 날 조식은 없으니 대충 어제 마트에서 산 모닝빵에 커피를 마신 후 점심때쯤 몸에 힘이 없다는 아이에게 몸보신을 시켜주려고 다른 한식집을 찾아갔는데 손님이 많아 주문 불가능...ㅠㅠ 순간 택시비가 아까웠지만 어제부터 사누르지역은 살펴보지도 못한 채 재미없게 보내고 있는 아이가 갑자기 짜장면이 먹고 싶다고 해서 폭풍 검색 끝에 홍콩반점이 있다는 큰 쇼핑몰로 목적지 변경!!
대략 30분 정도 택시를 타고 도착하니 으리으리한 건물...
근데 문제는 홍콩반점이 몇 층에 있는지 안 나와있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안내데스크가 있어서 당당하게
"Where is 홍콩반점~???"이라 물으니 알아듣지 못하는 직원... '엇, 내 발음이 너무 구렸나...?' 뜨끔했는데 남편은 옆에서 그렇게 말하면 알아듣겠냐라면서 핀잔만 주면서 나 대신 물어보진 않았다!!!
다시 떠오른 생각!!!
"Where is Korean food??"라고 물으니 아래층으로 가보라고 한다.
앗싸~이렇게라도 알아낸 게 어디냐 싶어 신나 하며 지하로 내려갔는데 맛있어 보이는 다양한 음식점들... 순간 정신이 팔려 다른 음식점으로 들어갈 뻔할 찰나에 우리 눈앞에 보이는 홍콩반점!!!
오오~ 백종원 님을 뵌 적은 당연히 없지만... 그분이 하시는 많은 외식업체 중에 거의 유일하게 종종 가서 먹었던 홍콩반점을 발리에서 보니 눈물겹게 반가웠다.
아이는 짜장대신 짜장소스가 올라간 볶음밥! 나는 아이가 혹시 다시 짜장면으로 바꿀 수 있으니 짜장면! 남편은 짬뽕! 그리고 탕수육!
사실... 한식이라 비쌌던 건데... 홍콩반점을 보니 눈 돌아가서 또... 식비에 돈을 왕창...ㅠㅠ 그래도 아이가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컨디션이 좋아진다면야...
'한국돌아가서 다시 열심히 돈 벌면 되니까!!! 사주자!!!'라는 마음으로... 질렀다.
그런데 주문을 마친 아이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해서 가더니 한참 뒤에 배가 아프다며 나온 아이... 결국 볶음밥도 거의 남겼고 점점 축축 쳐져갔다. 비싼... 홍콩반점이었는데...ㅠㅠ
그래서 아이의 기운을 팍팍 나게 해 주려고 위층에 있던 게임장 발견!!! 삐까뻔쩍한 규모에 우리 셋은 눈이 돌아가고 한국돈으로 만원 정도만 기분 좋게 써주기로!!! 30분도 채 안 돼서 만원은 휘리릭~ 날아가 버렸지만 다행히 아이는 아픈 것도 잊은 채 신나게 게임을 즐겨줬다.
하지만 다시 골골골~ 걸어갈 수 없을 정도로 어지럽다고 해서 급히 자리를 잡고 앉아 휴식을 취했는데 괜찮을 줄 알았던 아이의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는 것 같아 나의 걱정은 더 해갔다. 동생이 응급실 간호사였기에 지속적으로 아이의 상태를 알려주고 내가 가져간 약들 중에서 적당한 것을 먹이긴 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 같기도 했고 어느 정도 먹던 아이가 이제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니 미칠 노릇이었다.
아이에게 내색하진 않았지만 폭풍 검색을 하여 발리에서 갈만한 병원을 수소문했다.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될 것 같다며 발리 병원을 이용해 보라는 동생의 권유가 있기도 했고 언어가 안 통할 것 같아 약을 많이 챙겨 오기도 했지만 여행자보험도 들고 왔었기에 비싼 의료비를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되도록 큰 병원으로 가려고 했는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아이의 장활동으로 인해 멀리 가지 못할 것 같아 세 군대 정도를 추려 동생에게 최종선택을 부탁했고 숙소 가까운 곳에 작은 규모의 병원이었지만 괜찮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린 후 남편과 아이에게 다음 날 병원오픈런을 예고했다.
인생 최초로...
외국 병원 방문 예정...
하필 동남아...
나도 겪어보지 못한 의료시스템에 영어도 잘 안되고 아이를 진료받게 해야 하니 답답하기도 했고 아이의 상태가 걱정되어 밤새 뜬눈으로 지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