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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군이 Apr 02. 2024

우기는 우기구나

한식집 갈 때마다 이러기야?!

원숭이를 보고 온 날 오후...

밀린 빨래를 모아서 근처 빨래방에 맡기고 동네를 둘러보았다.


사실 몽키포레스트만 보고 온 건데 둘러보다 보니 처음에 예약하려던 호텔도 있고 근처에 맛집느낌이 나는 음식점들도 많이 있어 내 선택에 만족스러움이 묻어나고 있었다.


오래간만에 시내로 나왔으니 도보로 갈 수 있는 한식집에 가서 삼겹살을 먹자고 아이에게 말했더니 웬일로 선뜻 나갈 준비를 했고 구글 지도를 살피며 몽키포레스트의 메인도로를 통해 가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나와 몽키포레스트를 지나가니 영업시간이 지난 터라 원숭이들이 도로를 활보하고 있었다. 괜히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었나? 싶을 정도로 원숭이들이 돌아다녔고 내가 먹을 것을 들고 있지 않아 그런지 포악스럽지도 않고 나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잠시 구경을 하다 메인도로로 접어들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언덕길이 있어 당황했지만 주변에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많아 구경할 만했다. 그러다 우리들의 눈길을 끈 골동품상점?!!!


사실 더워서 시원해 보이는 좀 넓은 매장을 찾아 들어간 것인데 그곳은 기념품이 될만한 물건들이 꽤나 많이 있었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느낌이 나는 나침반과 지구본, 망원경뿐만 아니라 발리스러운 기념품들이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을 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고 금전의 여유만 있었다면 몇 개 사 오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빈손으로 나가긴 그래서 우붓마그넷을 하나 구입하려는데 아이가


"쓰읍~ 쓰읍" 거리며


"아! 이런 건 꼭 사줘야 할 것 같아! 너무 간지 나~! 기념으로 이거 하나만 사줘~!" 라길래 봤더니 나침반을 하나 들고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가격을 보니 삼만 원 돈... 그... 그래... 하나쯤은 사줄 수 있을 것 같아 쿨하게 구매완료~!



아이는 너무 만족해하며 매장 앞에서 기념사진도 남겼다.


드디어 아이는 발리에서의 생활이 재밌어진 건지 이런 매장을 더 찾아보자며 걷기 시작했다. 남편과 나는 옳다구나~ 기회는 이때다 싶어서 걸어 다니면서 매장을 하나씩 들어갔다.


똑~똑~똑...

빗방울이 머리 위로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다행히 숙소에 있을 때 비가 와서 2주가 넘는 동안 비를 맞아보지 않았고 대부분 20분 전후로 비가 쏟아졌다가 멈췄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물론 한국에서 짐을 챙길 때 우산보다는 우비가 편하다고 해서 우비를 갖고 왔지만 무계획적인 남편과 아들은 폰만 챙긴 채 다녔고 그에 반해 철두철미한 나는 가방에 꽤나 많은 물건들을 들고 다녔는데 비가 주로 아침 때나 밤에 왔던 것 같아 조금이라도 가방을 덜어보려고 숙소에 두고 나온 것이다.


"금방 그치겠지~ 한식집 조금만 가면 되니까 후딱 가보자~"


라며 재촉하며 갔는데 순간 미친 듯이 떨어지는 비!!!


남편이 "일단 피해~!!" 라고 해서 일단 도로 옆 처마가 있는 건물 앞에 자리를 잡았다.

 


순식간에 도로에 물이 불어나 인도도 덮치고 우르르 쾅쾅 거리며 미친 듯이 비를 쏟아냈다. 생각지도 못한 비에 잠시 당황했지만 그 틈을 노려 어디선가 나타나 우비를 파는 현지인을 보니 이 상황에 웃음이 났다.


"숙소에 우비 있으니 굳이 사지 말고 비가 금방 그칠 테니 조금만 기다려보자~!"라며  비를 구경하는데 그칠 생각은 안 하고 바람에 비는 싸다구를 때리는 중에 바로 건너편엔 다이소 같은 매장이 있어서 구경하면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야기를 한 후 건너야 할 때를 노리고 있었다.


"이때야!! 뛰어~!!"


차도 오지 않고 비도 조금 멈칫거리는 것 같아 우다다다다닥거리며 건너편  매장으로 들어가 보니 아들은 잽싸게 날 따라왔는데 남편은...


"어후 뭐야!!! 가족이 뛰면 우리를 보호해 주면서 가야 하는 거 아냐?? 깔깔깔~"


오래간만에 아들과 나는 한마음이 되어 깔깔대는 중에 남편이 왔고 잠시 매장을 구경하며 핸디선풍기도 구입했다. 이런 날은 택시 잡기도 어렵다고 해서 고민 끝에 계속 걸어 한식집으로 향하기로 했다. 비가 오니 한식이 더 당기는 건... 한국인이라 그런 걸까...


비가 더 잠잠해진 틈을 타서 인도도 험난한 우붓시내길을 걸었고 드디어 한식집에 도착했는데


아뿔싸!!! 비  맞으면서  왔는데 한국인들이 다 모인 듯...ㅠㅠ

잠시 고민조차 할 수 없는 작은 매장에서 나와 앞쪽에 중국집이 보이길래


"그래~ 이런 날은 짬뽕이지!! 중국음식 먹자~!" 라며 호기롭게 들어갔는데...


그곳은 리얼 중국집... 거기다 금액도 좀... 비싸고...ㅠㅠ

하지만 비는 오고, 날도 춥고, 이미 걸을 대로 걸어 다리는 아프니 일단 먹어 보기로~!


맛이 어떨지 모르니 스몰사이즈 위주로 시켰는데 생각보다 맛은 있었지만 내 기준 가격은 예산초과... 더 시킬 수도 없으니 성장기 아이는 더 먹게 두고 남편과 나는 숟가락 빨기...ㅠㅠ



또 그렇게 나와 비 오는 거리를 걷고 우리가 간 곳은 숙소 근처 마트!!


그나마 저렴한 가격으로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망고를~ 구입하러 마트에 들렀다. 아이도 그곳 마트는 처음인 데다가 워낙 이것저것 많아 구경하게 두고 남편은 망고손질을 부탁하겠다고 호기롭게 망고 두 개를 골라가져 갔는데 고맙게도 직원이 이건 지금 못 먹는다며 지금 먹을 수 있는 것을 골라 손질해 주었다.


한국도 과일 손질해 주는 서비스가 있긴 하지만 백화점에서나 봤고 여긴 마트에서도 뚝딱 손질해서 팔아주니 너무너무 좋았다. 길리에서 망고를 처음 먹은 후 거의 매일 망고를 찾아다니면서 꼭 구입을 했다. ^^



그렇게 숙소로 돌아오니 우리의 신발이  놓여 있던 발코니(?) 같은 곳도 비로 인해 물난리가 나서 난장판이었지만 과도하게 친절한 호텔에선 때마침 직원을 보내줘 후다닥 수습을 해주었다.




우붓 다음, 마지막으로 간 사누르라는 지역에서도 하필 한식을 먹겠다고 한식집에 갔다가 또 비를 맞이하게 되었는데 그땐 더 어마어마하게 비가 쏟아졌고 다행히 우비를 챙겨 비가 좀  그치면 가려는데 우리 집 남자들은 무슨 정신인지 굳이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가겠다고...  발리에 와서 본 제일 넓은 도로는 비로 침수되었고 인도도 보이지 않았다.


천둥번개가 쳤고 차가 지나가면 거대한 파도가 오는 것처럼 인도를 덮어버렸다. 그런데도 좋다고 깔깔대는 인간들을 보니 어이가 없고 그 인간들만 보내기엔 불안하니 또 따라가 나도 답답했지만 우기는 다행히 아무 일 없이 지나가 주었다.



우기 때는 웬만하면 안 가는 게 좋다 했지만 우리에겐 날짜를 골라갈 수 있는 여유도 없었을뿐더러 건기 때는 숙소비가 더 올라간다 하니 더더욱 어려웠다. 그리고 이렇게 길게 언제 또 여행을 가보겠냐 싶어 무리하게 감행한 여행인데 되도록 우기는 피하는 게 좋을 것 같긴 하다. ^^;;


그나마 우린  여행 기간이 길었고 계획도 없었으니 웃으며 넘겼지 짧게 왔으면 화딱지 날뻔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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