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가 뭔 죄야. 쟤네도 돈 버는 중이라고!
우붓 에어비엔비에서 5박을 머문 후 우붓시내에서 3박을 더 머물기로 했다. 여행 전에 가성비 숙소를 알아보다 보니 두 곳으로 추려져 어떤 곳이 좀 더 나을지 인터넷 카페에 문의도 하긴 했는데 에어비엔비를 통해 우붓 외곽을 경험했으니 최대한 우붓시내 숙소를 찾고 싶었고 그 두 곳은 조금 거리가 있었기에 결국 모두 포기했다.
기왕 가는 것 원숭이들이 사는 몽키포레스트 쪽으로 가고 싶었고 조금 가격은 있었지만 새로 리모델링도 한 것 같아 일단 아고다를 통해 3성급 호텔을 예약을 했다.
그런데 내가 선택한 룸에는 이미 더블베드와 싱글베드가 있었는데 우리가 3인이라고 엑스트라베드를 또 추가해서 결제가 되었다. 그럼 룸이 너무 좁아질 것 같아 추가하지 않았으면 해서 왓츠앱을 통해 업체에 직접 문의를 했고 내가 아고다를 통해 예약한 것보다 더 저렴하게 해 준다고 했다.
왓츠앱에서는 바로 번역이 되지 않아 파파고를 돌리느냐고 번거로웠지만 영어를 못하는 내 탓이고 시간도 걸려 수고스러웠지만 그전에 알아본 두 곳의 숙소 보다도 내 기준에는 비싸서 안 가려고 했던 숙소인데 직접 대화를 하다 보니 훨씬 저렴해진 것이다.
이게 웬 횡제인가 싶었지만 예약을 하려면 미리 여권사본과 카드 번호 등등을 보내라고 했다. 내가 가보지도 않은 지역이고 직원이라고 해도 누군지 모르는데 몇 십만 원을 결제하게 해야 한다니 찜찜하기도 했지만
‘그래! 어디 해봐라! 잘 되면 좋고~ 안되면 실패를 경험하게 되는 거지!'라고 생각하곤 원하는 서류를 모두 보냈다. (물론 쿨한 척할 주머니사정은 아니었다. ㅠㅠ)
그렇게 한 달 전쯤 예약해 둔 호텔에 드디어 가는 날...
3성급 호텔이라 엄청 좋은 곳은 아니었지만 혹여나 몽키포레스트에서 원숭이가 나와서 베란다에 올 수도 있다고 하니 괜스레 기대되는 곳이었다.
10시 30분쯤 에어비엔비 식구들과 굿바이를 하고 넘어가니 11시 전...ㅠㅠ 생각보다 너무 일찍 도착을 해버렸고 잠시 고민한 후 짐을 맡겨두고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몽키포레스트부터 가기로 했다.
남편이 미리 원숭이들에 대해 알아보더니 원숭이들이 사납다며 무서워서 못 가겠다고 며칠 전부터 계속 입을 놀려대고 있었다.
물론 나도 20대 때 일하던 기관에서 패키지여행으로 푸껫을 간 적이 있었는데 정확히 어딘지는 모르지만 원숭이들이 많이 있던 곳에 갔다가 정신없이 쫄았던 기억이 있던 터라 썩 좋아하진 않지만 사춘기아이의 짜증을 잠시나마 원숭이들에 대한 호기심으로 바꿔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땀이 슬슬 흘러내리는데도 가보았다.
"핸드폰이나 모자, 손에 있는 것들을 가져가기도 한다니까 잘 챙겨~"라고 단단히 일러두었는데도 남편은 사파리 모자를 목에 걸고 있었고 빼라고 했음에도 괜찮을 거라며 내 말을 듣지 않고 그대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원숭이들이 많지 않아서 조금 실망을 하고 있을 때쯤... 점점 들어갈수록 원숭이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바쁘게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대략 4000원 정도를 내고 아이 무릎에서 원숭이가 셀카를 찍는 것처럼 사진도 다 함께 찍었다.
오래간만에 가까이서 원숭이를 보니 반갑기도 했고 아이를 끌고 왔으니 재밌는 척, 신기한 척, 즐기고 있는 척을 하고 있었지만 숲이 우거져있어서 무덥고 습해서 솔직히 빨리 탈출하고 싶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조금 스피드 하게 보고 있었는데 원숭이 네 마리가 쪼르륵 앉아 숲을 보고 있었고 뭔가 이상한 꼬리가 더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원숭이들이 새끼를 안고 있는 게 아닌가!
애기땐 뭐든 안 이쁘랴... 원숭이 새끼들도 어쩜 그리 귀엽고 이쁘던지 넋을 놓고 보고 있는데 갑자기 남편이
"어어~!!!" 소리를 낸다.
새끼들 있는데 왜 시끄럽게 구나 싶어 쳐다보니 원숭이 한 마리가 남편에게 붙었다!!
"어떻게 해~!! 어~~ 어~~ 음~~ 으음~~ 빨리 어떻게 좀 해봐! 빨리 어떻게 좀 치워봐~ 얘 어떻게 온 거야~?"
"오빠 모자 때문에 왔나 봐~!"
남편은 빨리 어떻게 좀 해달라는데 아들도, 나도... 어찌할 바를 몰라했고 근처에 직원도 없었다. 다만 남편에게 달려든 원숭이의 모습에 빵 터진 외국인들과 우리들이 있었을 뿐...^^;;;
"빨리 벗어나자~!"
원숭이의 습격에 재밌어진 사람들이 몰려들자 남편은 더 어찌할 바를 몰라했고 일단 사람들을 피해 자리를 이동했다. 원숭이는 남편의 모자 상표를 물어뜯고 있었다.
"어!! 갔다! 갔어~!"
"어 뭐야~! 나 너무 무서웠어~"
무리에서 벗어나는 것 같아 싫어진 건지 원숭이는 남편에게서 떨어져 무리로 돌아갔다. 남편은 그대로 주저앉아 짧고 강렬했던 경험을 말했다.
그런데 한편에선 그까짓 원숭이쯤이야~라는 표정으로 사춘기 아들 녀석이 허세 가득 품은 표정을 짓고 있었고 차라리 원숭이가 아들에게 달라붙어 재밌는 상황이 연출되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원숭이들은 자기네들끼리의 다툼은 있었지만 더 이상 사람에게 달려들진 않았다. 각자의 무리에서 묵묵히 자기네들끼리의 생활을 할 뿐...
가기 전부터 원숭이 무섭다고 난리를 치더니 원숭이는 쫄보를 알아보았나 보다.
몽키포레스트를 다녀온 이후에도 우리는 그쪽 거리를 몇 번 다녔는데 영업종료 후 직원들이 퇴근하면 그곳에 살던 원숭이들이 도로와 근처 상점을 점령했다.
야밤에 산책하려 나갔다가 원숭이들의 질주에 깜짝 놀라 이게 뭔 일인가 싶었는데 얘네들도 하루종일 관광객들 맞이하느냐고 피곤했을 테니 밤을 즐기는 것 같았다.
오히려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서 본 원숭이보다 야밤에 도심을 활개치고 다니는 원숭이들 모습이 더 인상 깊었다.
너네도 사회생활하기 힘들겠다. ^^
그리고 호텔은 가격대비 훌륭했고 직원들은 과할 정도로 친절했으나 우붓은 우붓인 건지 처음 보는 괴상하고 다리 많은 벌레가 여기저기 붙어있어 숙소를 오갈 때마다 한껏 몸을 움츠리고 다녀야 했다. 너무 징그러워서 내가 사진으로도 남기고 싶지 않았던 유일한 존재였다.
흑… 나도 좋은 호텔 가고 싶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