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버드나무 Mar 08. 2021

편의점의모든 것#1

30대 자영업자 이야기. 편의점에 대한모든 것을알려드립니다.

시작하기 전에.


나는 창업하지 않았다. 우리 집은 시골에 1층은 슈퍼마켓, 2층은 집인 주택이었다. 1층인 가게를 CU편의점으로 바꾸었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하고 싶은 일이 있어 준비할 겸, 또 엄마도 도와줄 겸 잠깐 머물다 갈 곳이라 생각하며 일을 시작했다. 주인으로서 업무에 임하길 원하는 엄마와, 알바로서 시간만 채우려 했던 나의 갈등은 엄마의 승리로 끝났다. 알바의 마음으로 시작했고 점주의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다. 엄마는 주변에 있는 경쟁업체를 밀어내고 동네 유일의 편의점 상권을 형성했었고, 현재는 편의점의 천적으로 불리는 24시간 슈퍼마켓이 코앞에 들어섰음에도 (이전만큼은 못되지만)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가족 모두 포기해야 할 때를 선언했지만 엄마는 그 고통의 시간들을 견뎌내고 지금의 수완을 달성했다. 알바에서 자영업자로 신분이 바뀐 나는 어머니가 사업가로서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느낀다.


엄마는 항상 혼자였다면 해낼 수 없을 것이라 말씀하신다.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운영해 오시다가 졸업과 동시에 가게에 힘을 보탠 내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이야기라 하신다. 한때 일은 알바한테 다 떠넘기고 주인이 해야 할 일은 엄마에게 떠넘겨서, 실질적으로 하는 일이 정말로 시간을 때우는 일 밖에 없었던 나로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일적으로 내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던 건 사실이었지만 바로 그 시간을 채우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였다. 꾸준히 약속된 시간에 빠지지 않고 일하는 알바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최악의 경우엔 엄마랑 둘이서 2교대로 일했던 시간들도 있다. 당시 엄마는 건강이 좋지 않았다. 젊고 건강한 내가 15시간, 많게는 19시간씩 일을 했었다. 알바를 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나는 늘 편의점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편의점을 운영하는 일 중 가장 힘든 일은 알바를 구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당장에 일 할 사람이 없어서 그저 그런 알바를 구한다면 차라리 혼자 일하는 것보다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 육체적 고통만 받았다면, 그저 그런 알바 때문에 정신적 고통도 함께 받게 된다.


옆집에는 경쟁업체로 슈퍼마켓이 있었다. 그리고 100m쯤 더 가면 그런 슈퍼마켓이 하나 더. 그리고 길 건너 근처에 농협마트까지 고만고만한 4개의 점포가 경쟁을 하고 있었다. 당시 우리 집은 담배포가 없어서 꼴찌였다. 발 빠르게 편의점으로 바꾼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처음엔 ‘편의점은 비싸다’라는 프레임이 동네 사람들의 생각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어 보였다. 오는 거의 모든 손님들에게 “저 슈퍼는 얼만데…” “편의점은 비싸네?”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었다. 실제로 비쌌다. 하지만 규모가 전부 고만고만한 가게들이어서 대량으로 도매하지 못했기에 실질적으로 차이나는 금액은 100원 안팎이었다. 엄마는 그 차이를 상품의 수(數)와 서비스의 질(質)로 승부했다. 누구보다 친절했고 누구보다 의욕적이었으며 누구보다 손해 보는 장사를 했다. 결국 옆집은 문을 닫았다. 농협마트는 5시 반이면 문을 닫았고, 조금 떨어진 슈퍼는 경쟁력을 잃었다.


알바의 입장으로서 가게를, 나의 젊음을 좀먹고 꿈을 방해하는 대상으로 증오해 마지않았던 순간부터 결혼을 앞두고 나의 생활력의 근간이 되고 있는 소중한 가게, 편의점을 말해볼까 한다. 시스템, 상품, 수입과 지출, 본사의 정책 등 사실에 기반한 운영의 전반적인 부분들. 접객, 알바 관리, 손님, 매장관리 등 서비스에 수반되는 정서적 노력들과 느낌들도 함께 말해볼까 한다. 언제나처럼 두서없이, 편안하게, 재밌게. 편의점 창업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 알바를 해볼까 하는 사람, 그냥 소소하게 읽어 볼 글 없나 찾고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유익한 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어서 오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