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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Dec 21. 2021

나는 꿈이 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기계처럼 머리속에 있는 글을 써 내려가는 나를 꿈꾼다. 조금 더 자세히는, 글을 쓰려고 카페에 앉아있는 내 머리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무궁무진하고 신비롭고 기똥차고 통찰력있고 우울하며 깊고 재치있기를 바란다. 하고싶은 말을 주절주절 시간가는줄도 모르고 쓰다가 고개를 드니 해가 저물어있는 그런 장면을 바란다. 그렇게 나온 글을이 아주 읽을만해서 찾아 읽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고 그 과정에서 수익이 발생했으면 좋겠다. 충분히 수익이 괜찮아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는 것에 주저함이 없으면 더 좋겠다.


이런 삶이 나에게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지만 이내 노력하지 않은 나의 모습과 식어버린 열정이 나를 나무란다. 요즘의 내 삶엔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아서 다른 방법들을 생각한다. 일단 글을 쓸 만큼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먼저다. 지금 하는 장사를 다른 업종으로 바꾸면 어떨까. 분위기 좋은 카페, 스튜디오, 임대업, 내가 좋아하는 들깨칼국수집. 하지만 조금만 깊이 파고들어 생각하면 이 어설픈 계획들은, 수익이 불분명한 다른 자영업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충분히 만족할만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편의점이 아주아주 괜찮은 선택지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뿐이다.


결국 꿈을위해 지금 내가 선택해야 할 가장 합리적이고 위험하지 않은 선택은 조금 더 많은 노력이다. 잠을 줄이고 책을 보는 것. 휴식을 줄이고 글을 쓰는 것. 아침마다 달리기를 해서 체력을 기르는 것. 단 한글자의 글이 나오지 않아도 일단 앉아서 노트북을 열고 워드를 켜는 것.


이것은 나의 흔적이다.


사실 한글자도 나오지 않은 시간을 덤덤히 넘기는 것은 많이 겪은 일이고 흔한 장면이지만 정말이지 어색하다. 길을 정했지만 어색함에 갈 곳 잃은 노력은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다른 인생의 기로들을 기웃거린다. 역시나 이 노력의 시선을 목적지로 돌리는 것은 결과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처음 가보는 길에 필요한건 확신이다.


결국 다시 글을 뚝딱 써내고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부리는 나를 떠올린다. 가는길이 어색해도 도착한 곳엔 한껏 허세를 부리며 결과를 만족해하는 내가 있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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