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여우와 어린왕자
이제 몰리 그리고 개를 무서워하는 K와의 만남을
시도해야 한다. 몰리를 안고 K에게 가면서 생각했다.
분명 이 작고 폭신한 녀석을 보면 귀엽다고 난리겠지.
아무리 개를 무서워한다고 해도 설마 요렇게 작은 새끼 강아지인데... 이렇게 귀여운데 훕
K에게서 나온 의외의 소리였다.
몰리를 바닥에 내려놓자마자 K는 저쪽 구석에
쭈그려 앉은 채 무섭다며 다가오지 말라고
점 점 더 쭈그러들었다.
몇십 배는 더 큰 덩치로 대체 뭐하는 건지...
예상과 전혀 다른 전개에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덩치 큰 인간이 쪼만한 새끼 강아지 앞에 잔뜩 쭈그러든
모습이 우스워 낄낄거렸다. 오히려 주먹만 한 녀석은 당당한 걸음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한번 만져보라고 안 문다고 말해도 소용이 없다.
순간 이러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둘 다를 위해 이런 분위기가 오래가는 건 좋지 못하다.
차차 둘의 관계가 좋아지길 기대하며 몰리를 안고
K에게 자유와 평화를 돌려주고 나왔다.
K가 나처럼 몰리를 보자마자 한눈에 오 귀여워~이럴 것이라 생각한 건 순전히 일방적인 나만의 생각이었다.
내 눈에 예쁘다고 해서 다른 이들에게도 그럴 것이다 라는 건 큰 오산.
몰리와 K. 그들은 서로 탐색하고 정보를 모으고 알아갈 시간이 필요하다.
난 너에겐 수많은 다른 여우와 똑같은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난 너에게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야
-어린 왕자 중에서 여우의 말-
집안의 식구들이 여럿일 경우 첫 만남은 조심스러워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도 벅찬 강아지에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람들과 소란스럽게 만나게 하면
강아지는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특히 충분한 휴식과 잠이 많이 필요한 새끼 강아지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한 명씩 천천히 인사를 나누고 가능하면 강아지가 사람에게 먼저 다가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
그리고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잘 때에는 조용히 내버려두시라~
사람도 자고 있을 때 건들면 짜증 나는 것과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