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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음 May 12. 2016

마음이 향하는 것들

My favorite things


성좌

검은 강

톱밥 냄새

흑백 영사기

푹 꺼진 소파

손톱 깎는 소리

사슴의 가녀린 목

빗방울 걸린 전깃줄

산마루에 걸린 적란운

선물 포장지의 손톱자국

맨들맨들한 오동나무 줄기

입 벌린 참새의 선홍빛 목젖

세계를 반으로 찢는 유성

심해 흰수염고래의 노래

햇볕에 말린 이불 내음

상장에 붙은 금박지

가까스로 탄 버스

갓 구운 빵 냄새

눅눅한 시리얼

밀가루 반죽

머스크 향

북극성

포말

항적운

토끼 마술

뭉근한 화롯불

마주 보는 원앙새

준공식 테이프 커팅

사진 속 젊은 부모님

자맥질하는 태아 영상

교회당 반질반질한 의자

핏방울처럼 검게 굳은 잉크

사찰 처마 끝에 매달린 종소리

프리즘에 갈갈이 분광하는 태양

경기에서 이긴 승자의 뜨거운 눈물

옆에서 얼굴을 감싼 패자의 얼굴

타고 남은 지푸라기의 냄새

수탉처럼 우는 커피포트

반가상의 다감한 눈매

머리칼에 밴 샴푸 향

길고양이의 눈인사

첨탑에 찔린 태양

양지바른 묏자리

팽팽한 활시위

삶은 행주

손차양

태초

손편지

세차한 차

우주선 도킹

아기의 살 냄새

함께 쓰는 우산

무심한 메트로놈

등걸에 고인 빗물

식어버린 아지랑이

벚꽃 비 내리는 거리

데면데면한 학기 첫날

움푹 파인 글자의 촉감

치약맛 나는 민트향 커피

양치한 치아를 문지르는 혀

베갯잇에 움푹 파인 머리 자국

입술을 둥글게 말아야 나는 발음

이를테면 '화이트'나 '홀스'등

팔목에 흐르는 복숭아 과즙

마을 어귀에 깃든 이야기

숫돌에 부엌칼 가는 소리

장마철에 틀어둔 에어컨

겨울밤의 붕어빵 봉투

툇마루를 적신 봄비

여권에 찍힌 도장

작자미상의 풍문

달에 난 분화구

북유럽풍 가구

전송 완료

관념론

새벽

소낙비

바야흐로

오렌지 껍질

연두로 물든 능선

반만 붉게 물든 나무

녹슨 피뢰침의 처연함

봄비에 풀이 죽은 꽃가루

어색한 자세로 한 첫 키스

눈 덮인 촌교에 찍힌 발자국

아득히 멀어지는 찹쌀떡 장수

추억을 간직한 주머니 속 모래

초승달처럼 손톱을 물들인 귤껍질

음표처럼 연못에 빼곡한 치어들

겨울밤 이불 속에서 까먹는 귤

안개가 켜켜이 내려앉은 연못

아스라이 개가 짖는 소리

등겨로 속을 채운 베개

라디오 오프닝 멘트

부서지는 살얼음

매끈한 피부

불거진 볼

저물녘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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