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숲 Oct 12. 2023

너무 좋은 게 결혼이라면, 역시 해봐야겠지?

부모님처럼 살 수 있다면, 대답은 YES!


“달숲아~ 왜 이제야 결혼했는지 모르겠다. 너무 안정적이고 진짜 좋아! 너도 빨리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해.”


"아이를 낳으니 이제야 어른이 된 거 같달까. 엄마가 그때 왜 그랬는지 조금씩 그 마음이 이해되더라고.”


“신혼집 구하면서 발품 팔다 보니 부동산 공부가 재밌어지더라. 요즘 신랑이랑 완전 열심히 공부하잖아~”


결혼 후, 친구들을 만나면 듣게 되는 대표적인 이야기들이다. 모두 혼자일 때 보다 생기가 넘쳐 보인다. 물론 내가 알지 못하는 그 너머의 이야기가 있겠지만은 전반적으로 둘이 되어 더욱 행복하다는 의견이다. 기혼 친구들은 입을 모아 결혼을 적극 추천한다. 그리고 더 늦어지면 결혼은 더더욱 어려워질 거라며 은근 압박을 넣기도 한다.


결혼이라… 의욕만 앞선다고 할 수 있는 게 어디 남녀의 일이던가? 서두르다 도리어 일을 그르칠까 되려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나도 하고 싶지, 결혼. 사랑하는 남자와 알콩달콩 소소한 하루를 보내는 일상은 상상만으로도 달콤하고 행복하.


너무나도 다른 엄마 아빠가 만나 오빠와 나를 낳고 가정을 지켜온 것처럼, 나도 누군가를 만나 화목하고 단란한 가정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여전히 엄마는 아빠에게 이런저런 잔소리를 늘어놓고, 아빠는 가끔씩 무심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깔깔 웃는 부모님을 보면 좋은 결혼생활이란 이런 모습이구나 싶다. 티키타카가 잘 되는 짝을 찾는 것이 역시 중요하다. 그러려면 말이 통해야 하고, 대화가 되려면 역시 오픈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어야겠지.


근데 사람 마음이 참으로 간사한 게 막상 남자친구가 생기니 결혼을 생각하기보다는 당장 오늘의 데이트를 즐겁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결혼을 생각하면 너무 요원한 미래 같달까. 그나저나 손을 잡지 않아 애간장을 태웠던 썸남이 남자친구가 되었습니다...! (관련글)


남자친구라는 말이 아직은 어색한 그는 여러모로 나와 다른 점이 참 많은 사람이다. 쓸데없는 잡념이 많지 않고 성향상 우울함을 잘 느끼지 않는다. 일할 때에는 일을 하고, 쉴 때엔 잘 쉬는 그런 유형의 사람. 포도를 너무 좋아해서 포도철에는 포도를 입에 달고 산다. 그런 그와 올해 태어나서 처음 포도 축제라는 곳을 가게 되었는데 이런 곳에서도 데이트를 할 수 있구나를 알게 된 신선한 경험이었다. 야외 주차장에 세워놓은 자신의 차를 찾지 못해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을 보며 아마도 나는 앞으로 포도를 먹을 때마다 이 남자를 떠올리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지난번엔 지나가는 소리로 대관람차를 타보고 싶단 소리를 했는데 그걸 기억해 주어 이번주 화요일 함께 삽교호 놀이동산에 다녀오기도 했다.


예전에 스카이 다이빙을 했다고 해서 고소공포증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남자 대관람차를 타고나니 점점 말이 없어진다. 하늘 위로 올라간다는 사실에 신이 난 터라 그것도 모르고 나홀로 수다 삼매경에 빠져있다가 뒤늦게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괜찮냐 물어보니 괜찮다고는 하지만 전혀 괜찮지 않아 보인다. 얼른 두 손을 잡아보니 땀이 나서 축축하다. 아이고, 괜히 타자고 했다보다.


이걸 어쩐담. 폐쇄된 공간에서 패닉 어택이라도 오면 어찌하나 걱정이 되어 마음이 급해진다. 내가 여기 있으니 안심하라고, 이제 다 와간다고 어르고 달래 본다. 최대한 안심시켜보려 하는데 문득 이 남자 참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번 데이트에서 손도 잡았겠다, 오늘 대관람차를 타면 아무래도 첫 키스를 하려나?'라는 응큼한 생각을 한 나 자신이 우스워 내적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아, 역시 인생은 한 치 앞을 모르는 것!


멀대같이 키 큰 남자가 대관람차 안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이 어쩐지 밉지 않다. 남자의 이런 모습을 보면 모성애가 나온달까. 내색하지 않으려 하는 모습을 잠시간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시 손을 잡아준다. 느릿느릿 돌아가는 대관람차 안으로 가을날의 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저 멀리서 빛나는 도시의 불빛이 두 눈으로 들어와 반짝인다.


어느덧 4분의 3 지점을 넘어가고... 드디어 다 와가는구나! 안도의 한숨을 쉬려 하는데 갑자기 이 남자 앞에서 들썩거리더니 급 입술을 갖다 댄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이런 귀여운 뽀뽀는 내 예상에 없었는데 말이죠?! 꼬마 아이가 누군가의 볼에 입을 맞추는 듯한 순수한 형태의 스킨십에 잠시 넋이 나갔다 돌아온다. 덜컥하는 소리와 함께 안내원이 관람차 문을 열어주고 정신없이 가방을 챙기고 후다닥 좁은 공간에서 내린다.  


정말 예측할 수 없는 남자다.

그래도 함께 있으면 즐겁고 자꾸만 웃게 된다.


이 사람과 결혼하게 될까?

인연이라면 결혼하게 되겠지-


지금은 결혼에 얽매이는 것보다

하루하루 즐겁게 추억을 쌓아가고 싶다.


너무 좋은 게 결혼이라면,

역시 해봐야겠지?


그리고 언젠가는 하게 되겠지-!




[에필로그] 아직도 미혼ing 입니다만-


세상 변하는 대로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부모님 세대에겐 처치곤란 노처녀, 친구들 사이에서는 쿨한 비혼주의자로 오해받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건 뭘까? 뒤늦게 함께하는 삶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평범한 30대 중반 여성입니다. 


저에게도 사랑이 찾아올까요? 

지금도 한 걸음씩 가까워지고 있답니다. : )

이전 12화 정말 별로인 건 저울질하는 내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