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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테레 Jun 05. 2016

7. 다를 뿐이야.

좌충우돌 캐나다 유학 이야기

7.




두 번째 홈스테이 아주머니는 전직 선생님, 아저씨는 사업가였다. 그들은 아이들도 다 키우고 모두 자기 살 길 찾아 부모 품을 떠난 지라 집이 허전해서 홈스테이를 결정했다.


첫 번째 집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그럴 수밖에. 모든 평등한 캐나다 사회에서도 빈부의 격차는 있다. 많이 벌면 많은 세금을 내고 적게 벌면 적게 내지만 삶의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


집 크기도 크고 여유가 느껴지며 삶의 질이 달랐다. 첫 번째 가족이 돈 버느라 여가생활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면 두 번째 가족은 일이 끝나면 가족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저녁 먹고 주말이면 자기 자전거를 차에 싣고 하이킹을 떠났으며 먹는 음식도 차이가 났다.


캐나다라고 전부 다 편히 사는 건 아니구나. 평등한 사회라 하여 다들 비슷한 삶을 산다고 생각했다.  티 난다, 우물 안 개구리. 아직 벗어나지 못했구나.


그렇다고 어디처럼 넌 아빠가 대기업 다니니까 우리 그룹에 껴줄게, 넌 꼬물 아파트에 사니까 여기 놀이터에서 놀면 안 돼, 넌 명품백들었으니까 같이 다니자. 이런 건 없다. 어디에 살던 무엇을 하는 사람이건 모두 다 편견 없이 대화하고 행동한다. 남을 평가하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본다.


하루는 홈스테이 아주머니가 집을 나서는 나에게 물었다.


"대학 수업 가니?"

"?"


아직 어학 학교 4개월째 다니고 있는 나에게 대학교라니. 순간 아주머니가 치매가 아닌가 아주 잠깐 고민했었다.

출처: desingtaxi.com

영어수업 들으러 어학교에 가는 길이라고 설명하니 아주머니는 나보다 더 놀라며 말했다.


"그래? 난 네가 당연히 대학생인 줄 알았어. 영어를 잘하길래 어학교는 끝난 줄 알았지."


대학 입학시험인 IELTS 준비 중이었던 나에게 아주머니의 이 말은 정말 큰 힘이 됐었다. 한국에서는 칭찬보다 평가를 많이 들었던 나였다. 고등학교 성적도 그다지 우수하지 못했고 서울의 내로라하는 명문대에 가지도 못했고 외모가 출중하지도 못했고. 그래서 그런지 항상 자신이 없고 나 자신이 못났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힘들었던 공부에 지쳐있던 나를 아주머니는 말 한마디로 소생시켰다. 그때 실감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아주머니가 내게 빚이 있었다면 난 다 탕감해줬을 것 같다. 그냥 빈말로 그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소리가 아닌 그 사람 뼛속까지 밴 사고방식에서 나온 말이었기 때문에 더 놀라웠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어느 잣대를 대고 기준에 미치는지 아닌지 재면서 사람을 사귀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사람 자체를 본다. 이 만큼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이만큼이나 하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잘한다고 자신이 우월하다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난 이걸 할 줄 아는 것이고 넌 저걸 할 줄 아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출처: cullinanelaw.com

문득 첫 번째 홈스테이 큰 딸의 파티 때가 생각났다(6회 참고). 항상 남들 앞에서 실수하지 않고 잘해야 한다고만 배운 아이는 자연히 소극적으로 자랄 수밖에 없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잘하던 것도 못하게 된다. 넌 너대로 좋은 거고 난 나대로 좋은 거다. 똑같은 사람이다, 다른 능력을 가진.


내가 영어를 진짜 잘해서 홈스테이 아주머니가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렇게 먼 곳까지 와서 원하는 목표를 향해 열심히 하는 내 모습이 그저 대견했겠지. 그냥 편하게 네 나라에 있지 영어도 잘 못하는데 여기까지 와서 생고생이냐고 생각했다면 결코 그런 말들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출처: dreamstime.com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소신껏 행동하며 모두를 그들 자체로 봐주는 법을 배웠다. 파란 고추나 빨간 고추나 모두 다 같은 고추다. 사용되는 용도가 다를 뿐. 돈이 많든 적든 피부색이 까맣든 하얗든 무슨 일을 하건 차별받아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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