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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Jul 07. 2022

맞벌이하고요, 아이는 없습니다

어느덧 벌써 4년 차 부부

만 28세,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되자마자 결혼했다.

당시만 해도 결혼이라는 건 내 인생 계획에 없던 지라, 친한 친구들은 속도위반이 아닌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꽤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랐던 나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과연 내 인생에, 나아가 우리의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인지 납득하기가 힘들었다. 든든한 심리적 보조자가 되어주는 부모님, 좋은 친구들, 많지는 않지만 나 혼자 살기에 문제없는 적당한 월급, 재밌는 취미. 20대에 결혼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친구들의 반짝이는 젊음이 아깝다고 감히 느낀 적도 있었다.


그랬던 내가 지금 남편을 만나고 2년 만에 결혼을 했다.


칼바람이 부는 추운 1월 여의도에서 결혼을 했는데, 결혼 준비에 일절 한 마디 거들지 않으시던 양가 부모님께서 따뜻한 봄에 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실 정도로 우리 마음 끌리는 대로 빠르게 진행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어느새 결혼 4년 차 부부가 되었다.


4년쯤 되니 ‘남편', '아내', '배우자' 같이 결혼한 사람들만 사용할 수 있는 특정 단어들이 익숙해진다. 2인 가구의 생활양식에 익숙해지고, 우리만의 동거 루틴이 생겼다.




4년쯤 지나니 많이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아이는, 아직 없으시죠?"


4년 동안 이 질문에 여러 가지로 답변을 해봤는데, 지금은 이렇게 대답한다.


"네, 아직 계획이 없어서요."


소위 말하는 딩크로 살고 있지만,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게 인생이기에 함부로 단정 짓지 않으려고 한다. 계획에 없던 결혼을 하게 된 것도, 반대 성향의 남자를 만나 살고 있는 것도 모두 계획하지 않은 것들이었으니까.


다만, 결혼한 젊은 부부는 곧 아이를 낳을 것이라는 스테레오타입은 이제 버릴 때가 됐다. 역대 최저 출산율은 차치하더라도,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엔 다양한 형태의 부부, 가족이 있다.


임신을 한 사람에게 "왜 아이를 가졌어?"라고 묻지 않는 것처럼, 아이가 없는 부부에게 "왜 딩크가 되었어?"라고 묻지 않는 사회가 멀지 않았다고 느낀다. 아이를 낳지 않아도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 질문받지 않아도 되는 사회는 나부터 만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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