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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Sep 14. 2021

여름의 맛

지나가는 여름을 벌써 그리워하며

30대가 되니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간다.

여름이 찾아왔다는 느낌을 채 느끼기도 전에, 벌써 퇴근길엔 가을 냄새가 가득하다.


n년차 직장인으로 살면서, 또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계절이라는 것에 참 무뎌진다. 20대 어린 시절에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여행을 가고, 그 계절에 맞는 멋진 옷을 사고, 그날의 날씨, 그날 밤의 노을이 얼마나 예쁜지 감탄하곤 했다.


30대가 되고 결혼을 하니, 계절이 바뀌는 것을 제철 음식으로 먼저 알게 된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땐 그 계절의 제철음식을 제 때 챙겨 먹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고, 사실 봄여름가을겨울 각자의 계절에 무엇이 제일 맛있는지 잘 알지도 못했다. 봄에는 도라지무침과 쑥국이 당연한 저녁 메뉴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집에서 해 먹기 참 귀한 음식이라는 걸 독립하고 나서야 나는 알게 되었다.


엄마만큼 맛있는 제철음식을 제대로(?) 뚝딱뚝딱 해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다정한 남편을 만난 덕에 제철과일은 제때제때 참 잘 챙겨 먹는다.



늦봄에는 설향 딸기를 하루에 한 바구니씩 먹고.

여름에는 자두, 수박과 딱복 ㅡ탕수육 찍먹/부먹만큼 물복/딱복은 병행할 수 없는 개념이라고 보는 편.

가을에는 단감과 무화과

겨울에는 귤과 다시 딸기를 먹는다.


좋아하는 리슬링에 곁들이기도 하고,

그냥 먹기도 하고

쇼파에서 침대에서 먹기도 하고

회사에 가져가서 동료들과 나눠먹기도 하고


이렇게 먹고 저렇게 먹고, 제철 과일을 먹는 건 참 사랑스럽고 즐겁다.


엄마가 해준 도라지무침만큼은 결코 해낼 수 없겠지만,

올여름에도 제철 과일을 먹으면서 여름의 맛을 한껏 즐겼다.


내일은 엄마가 좋아하는 망고 한 상자 택배 보내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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