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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숨 쉴 틈 만들기1

잠시 멈춤, 스스로를 궁지로 몰지 않기 위하여

by 생활모험가



고양이 발이라도 빌리고 싶다!



정기적으로 해야 하는 업무부터 물밀 듯 밀려오는 각종 마감까지 정신없이 처리하다 보면 문득 이 말이 절로 떠오른다. 이 표현은 고양이 발이라도 빌리고 싶을 만큼 일이 많을 때를 말하는 일본 속담이라고 한다.



처음 들었을 때는 그저 귀엽다고만 생각했는데, 정작 내가 그 상황에 처해 보니 이 말이 이렇게 절절하게 공감될 줄은 몰랐다. 물론 일이 많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마감 시기가 겹쳐 몰릴 땐 진심으로 고양이 발이라도 빌리고 싶은 순간이 온다.



그럴 때면 내 옆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우리 집 고양이, 모카를 바라보며 상상에 빠진다. 모카에게는 어떤 일을 맡기면 좋을까? 계약서를 대신 보내줄 수 있을까? 메일 답장을 해줄 수 있을까? 괜히 이런 엉뚱한 몽상을 하며 웃게 된다. 물론, 모카는 집사가 그런 상상을 하는 줄도 모른 채 햇살 좋은 창가에서 그저 쿨쿨 잠들어 있을 뿐이지만.



혼자 일하다 보면 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많은 선택과 고민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자유라는 말이 항상 듣기 좋은 것만은 아닌 이유다. 자유와 함께 책임이라는 무게도 함께 따라오기 때문이다.

이처럼 홀로 많은 일을 해내야 하기에, 결국 중요한 건 나 자신을 돌보며 일하는 태도다. 체력이나 정신건강, 마인드 컨트롤에도 스스로 신경 써야 한다.



일에 치우치다 보면 자기 돌봄이 소홀해지기 쉽고, 그럴 때는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게 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른바 '번아웃'이 바로 그런 것이다. 조직에 속해 있다면 동료에게 잠시 도움을 청할 수도 있지만 1인 기업에게 번아웃은 그야말로 '올 스톱'이다. 아무도 대신해줄 수 없고, 일은 그대로 멈춘다. 그래서 '나만의 숨 쉴 틈'을 만들어 두는 건 아주 중요하다.



이 틈은 비단 1인 기업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모두에게 꼭 필요한 말이기도 하다. 각자 짊어지고 있는 삶의 짐은 다르지만, 체감하는 무게와 받아들이는 마음은 언제나 상대적이니까. 삶이라는 긴 마라톤을 이어가려면 매번 헐떡이며 뛸 수는 없다.



때로는 걷고, 또 괜찮아지면 빨리 걷고, 그러다 너무 힘들면 잠시 멈추어야 한다. 그렇게 완급 조절을 하며 가는 것이 필요하다. 욕심을 부리다 보면 작은 돌부리에도 휘청이게 되고, 어쩌면 그대로 주저앉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숨 쉴 틈'을 여기저기 미리미리 뚫어두어야 한다.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을 위해서.


- 책 『콘텐츠로도 먹고삽니다』 중에서


*본 브런치 스토리는 책 『콘텐츠로도 먹고삽니다』(생활모험가 저/ 소로소로)의 내용을 바탕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콘텐츠로도 먹고삽니다』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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