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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숨 쉴 틈은 무엇인가요?

나만의 숨 쉴 틈 만들기 2

by 생활모험가


나만의 숨 쉴 틈 만들기_ 첫 번째 이야기


나의 숨 쉴 틈은 캠핑이다.

회사에 다닐 때부터 시작한 캠핑은 주중의 바쁜 일상을 보내고 주말엔 자연 속에서 하룻밤 머물며 힐링하는 것으로 삶의균형을 맞출 수 있게 해주었다.




이제 더 이상 출퇴근은 없지만, 오히려 일과 휴식의 경계가 더 모호해질 때가 종종 생기는 지금도 나는 여전히 캠핑에게 기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숨 쉴 틈이었던 캠핑은 이제 일이 되기도 했고, 쉬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쉬는, 나만의 리듬으로 밸런스를 맞춰가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캠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과는 바로 '불멍'이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멍하니 바라보는 시간. 아마 캠핑을 해본 적이 없더라도 불멍이라는 단어는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만큼 불멍은 이미 많은 이들의 쉼의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불장난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불멍이 그리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불꽃을 멍하니 응시하거나, 타닥타닥 장작이 타는 소리를 듣고 있자면 괜스레 마음이 차분해지고, 복잡했던 생각도 정리된다.



불을 피우는 데도 나름의 요령이 있다. 초보 캠퍼들은 빨리 불을 붙이겠다고 처음부터 장작을 너무 많이 쌓곤 하는데, 그러면 오히려 불이 잘 붙지 않는다.

불이 잘 타기 위해서는 장작 사이로 바람이 드나들 수 있는

‘틈’이 필요하다. 장작을 성글게, 느슨하게 쌓아두어야 불씨가 살아나고 전체로 퍼진다.



불멍을 하며 이 단순한 원리를 몸으로 익히게 되었다. 장작도, 사람도, 무엇이든 숨 쉴 틈이 없으면 제대로 타오르지 못한다는 것.
너무 많은 것을 욕심내어 한꺼번에 채워 넣으려 할 때 오히려 아무것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모닥불이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초반에 불이 붙고 난 뒤에는 조금씩 장작을 추가하며 불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너무 두꺼운 장작을 처음부터 넣으면 불이 잘 붙지 않으니, 얇은 불쏘시개로 기초를 먼저 다져야 한다. 두꺼운 장작은 제대로 불이 붙기만 하면 오래 타지만,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겉만 그을리고 속은 식은 채로 남게 된다.



일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조급하게 욕심을 부리면 일이 엉키기 쉽고, 오히려 시간만 낭비될 수도 있다. 특히 혼자 일할 땐 마음이 더 조급해지기 쉬운데, 그럴 때일수록 나 자신에게 말해줘야 한다. 욕심껏 두꺼운 장작부터 던지지 말자고. 붙지 않는 불에 연기만 자욱해질 뿐이라고.



잊지 말자. 모닥불을 피울 때도, 일을 할 때도,
가느다란 장작부터 차근차근 쌓되 바람이 드나들 수 있는 틈을 마련해주는 것.
그래야 '나의 일'이라는 모닥불이 오래오래, 안정적으로, 따뜻하게 타오를 수 있다.


- 책 『콘텐츠로도 먹고삽니다』 중에서



*본 브런치 스토리는 책 『콘텐츠로도 먹고삽니다』(생활모험가 저/ 소로소로)의 내용을 바탕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콘텐츠로도 먹고삽니다』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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