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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서 한 여자아이와 알고 지내게 되었다. 이름은 양희진이다. 열 세 살 치고는 아직 순수하고 해맑은 아이였다. 희진이는 배식이 다 끝나고 청소 및 마무리를 하고 있던 나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와 말했다.
“쌤! 혹시······남은 음식 좀 가져갈 수 있어요?”
난 혹시나 몰라 희진이를 아이들이 잘 다니지 않을 만한 곳으로 데리고 왔다. 나는 가난해봤기에(지금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이런 문제를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특히나 예민하고 감정이 풍부한 이 나이의 여자 아이는 특히 더.
“음...뭐 때문에 그걸 물어보는데?”
“집에 있는 할아버지랑 동생들 나눠주려구요.”
부모님은? 다른 가족들은? 하고 입밖으로 나오려는 것을 겨우 막고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했다. 원래 원칙은 아이들 배식을 해주고 남은 음식은 그 자리에서 폐기 시켜야 한다. 혹시나 2차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남은 음식을 가져가면 안 되는 것이었다 안되는 걸 알면서도 나는 이 상황을 쉽게 넘어갈 수 없었다.
“야! 일 안하고 여기서 뭐하노?”
나와 같이 일하는 이모님이 내가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자 찾아 온 것이었다. 내가 이모님을 보고도 쉽게 입을 열지 못하자 희진이가 해맑게 또 물었다. 그제야 무슨 상황인지 파악된 이모님은 단 1초도 고민없이 쉽게 대답했다.
“안 되겠는데.”
“왜요?”
“오늘은 남은 반찬이 없거든. 대신 내일 남으면 챙겨줄게.”
“고맙습니다. 쌤!”
희진이는 밝게 웃으며 인사하고는 자기 교실로 가볍게 뛰어갔다. 나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이모님을 바라봤다. 입은 조금 거치셔도 정이 많은 분인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번 일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인데 이렇게 쉽게 결정을 하다니. 이모가 다시 보였다.
“나도 저 나이 때 집이 많이 어려웠거든. 근데 담임 선생님이 나를 따로 불러서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거야. 그게 그때는 어찌나 고맙고 감사한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 저 아이도 우리를 기억해주겠지?”
“그럼요. 저도 이모님을 잊지 못할걸요?”
“훗. 자 얼른 일하자. 늦겠다.”
그 이후로 우리는 희진이에게 남은 반찬을 챙겨주었고, 희진이는 개떼같이 몰려드는 아이들로부터 교통정리를 해주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희진이에 대해 조금씩 더 알게 되었다. 부모님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할아버지는 희진이와 동생들을 위해 공사판에서 무거운 벽돌을 나르다가 허리를 다쳐 집에 누워만 있다고 했다. 희진이의 얼굴에서는 그늘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늘 맑았다.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을 희진이는 타고난 것처럼 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희진이에게 더 챙겨주고 싶고 도와주고 싶었다. 영양실장에게 부탁해서 저녁에 남은 반찬 좀 달라고 사정사정 부탁을 해서 희진이에게 갖다 주었다. 할아버지와 동생들이 먹을 생각에 기뻐서 방방 뛰어오르는 모습이 요즘 아이들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잠깐이지만 내 마음에 햇살이 잠깐 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