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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추흰나비 Nov 15. 2024

B조

직업도장깨기 1

아침 6시에 출근하여 3시에 퇴근하는 A조, 10시에 출근하여 8시에 퇴근하는 B조로 구성된 조리반은 영양사님의 진두지휘하에 바쁘게 움직인다. 나는 11월은 딱 한 번만 A조이고 모두 B조이다. A조 2명이서 아침시간을 챙기고, AB조 4명이 점심을 함께 챙기고, B조 둘이서 저녁과 야식을 챙기는 형식이다. A조는 아침 6시 출근이라고 알고 있는데 출근부를 보면 5시 20분, 30분에 다 출근했다고 적혀있다. B조도 마찬가지다. 9시 30분에는 출근해서 일한다. 나는 고민을 하다가 9시 40분까지 출근한다. 눈치를 보지 않을 만큼의 시간이라고 나름 생각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대부분 7시 40분이면 일이 다 끝난다.     




부장으로 재직할 때,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거나 졸업을 앞둔 신입이 들어오면 딱 9시에 사무실에 도착했다. 10분이라도 일찍 와서 컴퓨터도 켜 놓고, 책상도 닦고, 커피도 한잔 마시고 나서 9시에 업무를 시작하는 건 어떨까 하고 말하면 말로는 알겠다고 했지만 절대 그러지 않았다. 재차 말하면 하루에 10분씩 일찍 오면 일주일이면 50분을 일찍 오는 것인데 그것을 월급으로 쳐주지 않는데 왜 일찍 나와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가끔씩 일찍 퇴근시켜 주던가 점심시간을 넉넉하게 주어 편하게 해주는 시간은 왜 치지 않는지 답답했지만 그렇다고 뭐라 나무라기도 애매해서 그냥 나는 꼰대구나 생각하고 말았다. 나중에는 에어팟을 절대 귓구멍에서 빼지 않는 신입들 때문에 여러 번을 호명하고 질문해야 답을 들을 수 있어서 뒤통수를 한 대 딱 때리고 싶었던 때도 있었다.      



9시 40분쯤 출근을 하면 막 아침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는 쉬는 시간이다. 같이 합류하여 커피를 딱 한 모금쯤 마시면 다시 다 일어나서 일을 한다. 휴게시간이 정확하게 지켜지지 않는다. 반찬으로 전이나 튀김, 잡채가 나오는 날은 더 난리가 난다. 그뿐이 아니다. 함박스테이크를 직접 만들고 LA갈비를 직접 양념에 재서 요리한다. 갈비탕이 나가는 날은 3일 전부터 갈비를 삶아내고 육수를 뽑고 난리다. 잔치국수에 올릴 고명을 만드느라 도마질 소리 요란하다. 다들 마음이 급해서 앉아서 식사를 하지도 못한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니다. 모두 사명감이 몹시 높다. 그렇다고 해도 수제비까지 급식표에 나오면 난감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나는 봉지수제비를 넣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날 만들어 냉장고에 재워두었던 밀가루 반죽을 하나하나 손으로 떠 넣는다. 우리에게 휴게는 남의 이야기이다.    

식이표는 하루에 네 번 출력하는데 뽑을 때마다 호실과 이름이 달라져 있거나 보호자식의 신청이 늘어 있다. 그러면 표를 정리하는 시간이 몹시 길어진다.  영양사님은 나를 보고 민망해했다. 지난달까지도 그렇지 않았는데 이번달은 산모도 늘고 보호자식도 늘었다는 거다. 내가 산모를 몰고 왔나 보라며 웃었다. 정신 차리고 보면 화장실도 못 가고 동동거리고 있지만 그래도 하나하나 배워가며 병원 조리 세팅담당의 일에 익숙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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