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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청년 May 22. 2022

[임신9주] 엄마는 회사에 가야해


또치야. 이번 주엔 슬픈 소식이 하나 있어. 엄마가 다시 회사에 출근해야 한다고 하네. 그 동안 엄마 회사가 재택근무를 유지해 왔는데, 다시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서울에 가야해. 그래서 참 걱정이야. 재택근무를 실시하게 된 건, 또치가 오기 2년 전에 세계적으로 굉장히 강력한 질병이 찾아왔어. 그 질병의 확산을 막으려고 재택근무를 하면서 외출을 자재하려는 의도이거든. 또치가 태어난 다음에는 이 단어를 굳이 듣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알고 싶다면 나중에 다시 설명해줄게!


엄마가 입덧이 심하진 않은데 자꾸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아프대. 냄새에 민감해서, 지하철에서 심해지면 어떡하니. 그래도 어쨌든 출근은 해야 되니까 비상 상황에 대비해서 약을 타오기로 했어. 금요일에는 아빠가 3시에 퇴근을 할 수 있어서, 엄마랑 같이 병원을 다녀왔단다. 코도 자주 막혀서 비염 약까지 받아왔어. 우리 또치를 만들기 위해 엄마의 몸 속에 혈액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다 보니, 혈관들이 충혈될 수 있다고 의사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

  엄마가 음식도 제대로 잘 못 먹고, 잘 때도 코가 막혀서 숨쉬기가 어렵대. 엄마가 많이 힘들어하지만, 그래도 또치가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또치를 기다리고 있단다.


병원에서 네 심장 소리를 듣고 왔어. 인터넷이라는 게 있는데, 거기서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들어볼 수 있거든? 근데 심장소리가 말발굽 소리가 나면 여자 아이, 기차 소리가 나면 남자 아이라고 하더라. 우리는 네 심장 소리를 들을 때 마다 말발굽 소리로만 들려서 네가 여자 아이일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 아빠는 또치의 성별이 무엇이든 상관없단다. 벌써 3.75cm 라고 하니까 2주전에 갔을 때보다 2cm 정도가 컸네. 정말 잘 자라고 있어서 다행이야. 


주중엔 봄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기온이 내려가고 날씨가 흐렸는데, 금요일이 지나니까 날이 개이고 햇살이 따사로워. 그래서 어디 멀리는 못 가고 엄마를 데리고 볕을 좀 쐬러 가려고해. 점심은 한적한 저수지 변에 있는 쌈밥 집에 갔다가, 진천 농다리 근처에 있는 곳에 캠핑 의자를 펼쳐 놓고 커피를 내려 마실꺼야. 물론 엄마는 지금 커피는 자제하고 있단다.


네가 태어나면 이 곳을 같이 올 수 있을까? 저수지라는 곳은 물이 저장되어 있는 곳인데 그렇게 깨끗하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숲과 나무, 파란 하늘의 조화가 참 아름답단다.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곳이야. 아빠가 일부러 이 곳에 정착한 건 아닌데, 그래도 나름 만족스러운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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