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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청년 Jun 02. 2022

[임신12주] 또치를 생각하며 쓰는 글  


또치야 안녕, 엄마 뱃 속에서 잘 지내고 있니? 엄마가 또치 심장 소리를 듣고 싶어서 초음파 탐지기를 하나 샀어. 근데 그게 잘 작동이 안되서 병원에 가기를 학수고대 했단다. 오늘은 일요일인데 엇그제 또치를 보러 병원에 다녀왔어. 또치가 전보다 2cm 가 자라나서 이제 팔 다리도 길게 나오고 정말 아기처럼 생겨가고 있어. 저번에 봤을 때는 젤리 곰 같았는데 말이야. 초음파 영상으로 또치가 움직이는 것 까지 봤어. 아빠는 너무 신기하고 감동스러워서 큰 소리로 '움직인다!'고 소리쳐 버렸어. 생각보다 활발하게 잘 움직이고 있더라고. 엄마가 초코에몽을 먹고가서 더 그런 것도 있겠지만, 뱃 속에서 놀고 있는 아이처럼 손과 발을 허우적 거리며 고개를 까닥거리는 모습을 잠깐 봤어. 너무 신기한거야 엄마 아빠는. 뱃 속에 네가 있다는 게.


네가 점점 커질수록 가까워지는 기분이야. 엄마의 뱃 속에 손을 대면 아직 네 신호를 느끼진 못하지만 그 몇 센치 아래 네 작은 집안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는 게 너무도 신기한 일이야. 건강하게 잘 자라서 나와줬으면 좋겠다. 오지랖일수도 있겠지만 아빠는 아주 먼 미래를 생각하기도 한단다. 네가 태어나서 아빠 손을 잡고 여행을 다니고 저녁에는 아빠랑 책을 읽고 노래를 부르고.

  그러다보면 어떤 욕심도 생기는 것 같아. 너무 이른 생각일까? 나도 참 웃긴다. 너와 해보고 싶은 게 많은데 그게 다 나의 욕심일수도 있잖니.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을 자꾸 해. 또치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말고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것, 많은 사랑을 주자. 또치에게 큰 사랑을 줘야지. 그게 나와 또치와 혜련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가장 본질적인 것이야. 사랑을 둠뿍 주어서 너도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것말고는 딱 하나, 남을 배려하는 마음. 인간인지라 이기적인 생각을 할 수 있지만 네 스스로 생각했을 때 마음이 불편하거나 남에게 피해가 된다고 생각되면 그것은 자제했으면 좋겠어. 근데 그걸 잘 모르겠다면 아빠가 알려줄게. 그것은 나의 사명 같은 거야. 그게 가정교육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그 외에, 나도, 너도,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면 용기를 내서 도전해도 돼. 그런 것들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너만이 할 수 있고 너만의 판단력과 가치관이 생길꺼야. 그런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고 싶다. 이 얘기는 아마 두고두고 할 것 같은데 마음이 급해서 겨우 12주차의 또치를 생각하며 글을 써본다. 이 글을 언제 읽을진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그런 날은 빨리 올거야. 


어제는 엄마랑 보탑사라는 절에 가서 바람을 쐬고 왔어. 날씨가 너무 좋으면 땅에 있는 모든 것들이 반짝반짝 빛이 날 때가 있거든. 그런 날은 우리도 밖으로 나가서 반짝거려야해.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답거든. 날이 풀려서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절 주변에 군데군데 핀 야생화를 구경하고 왔어. 엄마는 피곤한 지 낮잠을 자더라고. 아마 또치에게도 구경을 시켜주느라 그랬나봐. 근데 또 저녁에는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안온다는 거야. 아빠는 거실에서 티비를 좀 더 보고 들어가서 자려고 했거든? 근데 팔베개를 해주자마자 이를 딱딱거리며 잠이 드는 거 있지? 또치도 잠이 안오면 아빠가 팔베게 해줄게!


오늘 엄마는 친구들을 만나러 서울에 갔어. 엄마는 원래 서울 사람이고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서울로 출근을 하고 있어. 아빠 보기엔 안쓰럽지만 엄마 아빠가 이렇게 열심히 사는 건, 또치와 행복하게 살려고 그러는거야. 또치는 무럭무럭 건강하게만 자라나면 돼. 아빠는 아직 못다한 준비를 계속하고 있을게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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