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치야 안녕.
엄마가 넣어준 달달한 초코에몽 맛이 어때? 아마 네가 걸어다닐 때면 이런 달콤한 초코우유나 상큼한 과일 쥬스를 많이 찾겠지. 이번 주엔 아빠가 병원에 같이 가주질 못했어. 아빠가 다니는 회사에서 빠지면 안되는 회의가 있어서 시간을 못뺐단다. 그래서 엄마 혼자 다녀왔어. 엄마가 아빠 없이 혼자 운전할 때 마다 불안한데 다행히 무사히 잘 다녀와줬어. 또치가 얼마나 무럭무럭 자라는지도 보고 왔어. 또치의 옆 모습을 봤는데 벌써부터 귀엽게 생긴 거 있지. 초음파로 봐도 옆 라인의 굴곡이 아무래도 너무 예쁜 아이가 태어나는 거 아닌가 몰라. 또치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지 몇 가지 검사도 잘 마쳤어. 다행히 또치는 별 다른 탈 없이 잘 자라고 있단다. 그렇게 잘 자라 주는 것에도 아빠는 감사의 마음을 이 글에 담는 거야. 또치야, 무엇이든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으면 같은 상황이라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삶에 한 조각이 고마워 진단다. 우리 아빠, 그러니까 너의 할아버지가 나에게 해준 말이야. 또치도 이 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엄마랑 자기 전에 감사 한 일을 이야기 하고 자는데 또치가 태어나면 너에게도 물어볼려고. 오늘은 무엇에 감사할 수 있었는지.
저번 주말엔 엄마랑 엄마 친구들 가족이랑 캠핑을 다녀왔어. 그 중에도 임신을 한 이모가 있는데, 아이 태명이 단풍이래. 가을에 출산 예정이라 단풍이라고 지었어. 또치가 태어나면 단풍이라는 친구가 생길꺼야. 단풍이 뿐만 아니라 주변에 친구들 많아. 텐텐이도 있고, 따복이도 있고 몇 명 더 있는데 같이 캠핑도 가고 친구네 집에 놀러도 가자.
근데 이번 캠핑에서 아빠가 큰 실수를 해버렸단다. 사실 엄마는 요리를 잘해서 사람들이 많이 기대하고 또 그렇게 맛있는 걸 해주기 좋아하는 따뜻한 사람이야. 그래서 친구들을 위해 먹을 것도 사고 간식도 사고 마실 것도 샀거든. 그리고 야외에서 먹기 힘든 햄버거를 만들어주려고 손수 고기도 다지고 소스도 만들어 왔어. 그렇게 차려준 햄버거는 인기만점이었지. 그리고 두 번째 메뉴로 열무국수를 준비했어. 이것도 간편한데 잘 해먹질 않아서 모르지만 막상 캠핑장에서 먹으면 엄청 맛있고 시원하거든.
근데 아빠가 삶은 국수를 채반에 옮기다가 냄비를 엎어버렸어. 풀밭 위에 널브러진 국수를 보며 둘 다 망연자실 하고 있었지. 아빠도 참, 그런 실수를 하면 안되는데. 아빠도 엄마를 도와서 빨리 하려다 보니 마음이 조급했나봐. 나중에 정말 또치가 태어난 후에도 이런 실수를 하면 안되는데,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
아빠가 혼자 일땐 그 모든 실수의 피해는 나만 보는 거고 그 책임도 내가 지면 됐거든. 혜련이(엄마)를 만난 이후에도 엄마는 나의 이런 푼수 기질을 이해해줬어. 어떻게 보면 그 부족한 부분을 메워줬지. 하지만 이제 아빠가 되면 이런 실수가 용납이 안되는거야. 그 실수가 또치에게 큰 피해가 될 수 있으니까. 뉴스에서도 부모의 실수로 어린 아이들이 다치거나 심하면 잃어버리는 경우까지도 있었어. 아빠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매사에 신중할 필요가 있어.
다행히 엄마는 조금 시간이 지나니까 다시 풀렸어. 엄마에게는 감정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단다. 아빠는 그 시간을 기다려줬지. 또치가 뱃 속에 있으 때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어. 또치가 놀라진 않았으려나 모르겠다.
옆옆 사이트에는 돌이 막 지난 듯한 갓난아기가 보였는데 눈이 또 가더라고. 참 조용하고 얌전한 아이였어. 만약 또치가 그런 성격이라면 좀 더 일찍 캠핑을 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렇지 않더라도 아빠는 또치랑 캠핑을 많이 갈꺼야. 아이들은 캠핑은 좋아한다고 하더라고. 자연에 깊숙히 들어와보면 참 신기하고 예쁜 것들이 많단다. 자연이 주는 소리도 들어볼 수 있고 그것을 만져볼 수도 있어. 다양한 나무가 심어져 있는 수목원 캠핑장이라 머리 위로 마로니에 나무가 뻗어 있었어. 그 햇살에 비친 꽃잎이 참 아름닾더라. 우리 사이트 앞엔 수국이 방울처럼 몽올져 있었고, 수국은 화려하진 않지만 촘촘하게 꽃이 난 게 폭신한 솜사탕 같기도 해. 아빠 손 잡고 꽃 구경 가자 또치야. 이제 아빠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던데. 아빠가 많이 이야기해주고 노래도 불러줄게. 잘 자고 이만 마칠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