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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장이 Jun 29. 2019

서울에서의 첫 출근

요식업으로 돌아오다, 따릉이를 타고

첫 출근, 언제나 설레면서도 겁이 나는 단어이다. 첫 출근 전에는 항상 물음표가 꼬리를 물고 늘어나는 밤 속에서 잠을 설쳤다. 로켓 배송으로 새벽에 받은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반쯤 감긴 눈으로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많은 것이 처음이다. 앞으로 내 발이 되어줄 서울시 공용 자전거 따릉이, 하천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도로, 머리 위로 달가닥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전철, 내 28년 인생에 처음인 게 이렇게 많다니.
 불안한 사무실 생활의 2년을 끝마치고 돌아온 곳은 연남동의 작은 버거집이다. 스무 살,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요리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요리에서 서빙까지 사람들의 시간에 재잘거림을 만들어주는 모든 일이 즐거웠다. 인문학을 공부하면서도 식당들을 기웃거렸다. 하지만 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많았고, 학업과 병행하는 일에는 한계가 있었다. 한창 지쳐있을 때즘에 맞은 졸업과 함께 안정적인 생활의 기대로 사무직 취업을 택했다. 즐기면서 했던 요식업 일과는 다르게 숫자와 전화선 하나로 사람들을 대하는 일은 적성에 맞지 않았고, 수없이 쌓이는 서류더미들 속에서 테이블에 쌓이던 접시들을 그리워했다.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일을 하기보다 실수를 수습하기에 바빴다.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갈 때야, 사직서를 냈다. 그리고 돌아왔다. 자전거의 페달이 가벼워진다. 어깨너머로 나무들이 잎새를 살랑이며 느리게 지나간다. 뒷목을 간질이던 바람이 톡톡 기분 좋게 등을 밀어온다. 어쩐지, 조금 설레는 첫 출근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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