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여행사이, 어딘가
장마가 시작되었다.
비가 하늘에서 바가지체로 들이 붓는 것 같다.
땅에 고인 물웅덩이,
슬금슬금 피하기 위해 잽싸게 움직이는 발길... ... .
우산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비와 바람.
소낙비가 내리는 동안
우산을 쓰고 밖을 걸으면
빨리 이 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새벽녘,
너무 더워 잠 못 이루던 순간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쏴아아아---"
빗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시원하다.
비와 함께 밖에 있으면 습하고 축축한 느낌이 싫은데
안에서 편안히 쉬고 있으면
비의 소리가 아름답게 들려온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마음인지에 따라서
'비'라는 것이 다르게 느껴진다.
내 바깥의 상황이 내 안을 옭아매는 것인지
마음이 나의 바깥까지 메마르게 하는 것인지
이 또한 헷갈린다.
게으른 내가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인간답게 살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기에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 걸까
아님
박차고 나가야 하는 걸까
그럼
어디로 나가야 하는 걸까
이 또한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내가 처한 현실도 그렇게
쓰라린 상처만은 아닌 걸까
그렇지만
only 나만을 위한 에너지는 남겨두고 싶은 걸
왜이렇게 지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