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노는 엄마가 되겠다고
아이와의 만남을 기다리며 다섯 편의 글을 연재했습니다.
20대 중반 약 6년간, 아이 돌봄과 놀이 콘텐츠 관련 사업을 하면서
모아두었던 자료들을 정리하고 복습하면서요.
이제 내가 양육자이자 돌봄 노동의 당사자가 되어보니
그간 내가 "아이와는 이런 놀이 시간을 보내주세요" 하고 젠체하며 제안했던 과거가
조금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적당히 알아야 저지를 수 있다고,
이번에도 점잖아지기 직전에 용기를 끌어다 썼습니다.
연재했던 다섯 편의 글은 놀이의 발달적 효과에 대해 다뤘습니다.
그리고 글의 용도는
나와 신랑 그리고 우리 가족들의 예정된 돌봄 노동이 길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내 아이는 처음이지만, 돌봄 시장에서 사업을 해보았기 때문에 압니다. 돌봄이 얼마나 고된 노동인지요.
그래서 돌봄이, 놀이라는 것이
아이에게 세상을 전해주는 일 - 어쩌면 가장 고귀한 '일'임을
전장에 들어서기 전 다시 한번 상기하고 싶었습니다.
놀이는 아이의 인지 및 정서 발달을, 언어와 신체 그리고 자존감의 발달을 이룩한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밥을 얼굴에 바르고 땅에 던지고, 휴지 한통을 모두 뽑아버리고, 물을 괜히 쏟아보는 아이가
사실은 말썽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놀이를 통해 세상을 알아가고 있음을 잊지 않고자 합니다.
벌써 스물두 번째 미끄럼을 오르면서 도저히 못 오르겠다고 생각될 때,
오늘은 그냥 스마트폰을 보여주면서 조용히 밥을 먹고 싶어질 때,
빗물 웅덩이에 달려드는 아이를 보면서 짜증이 치밀 때,
아이가 진짜 놀이 중임을, 그래서 자라고 있음을 상기함으로써
다시 한번 아이와 함께 놀 수 있는 양육자가 되고자 합니다.
자꾸 놀이 중에 "그래서 이다음에는 뭐가 와야 할까?" 묻고 싶고
장만한 놀이 교구와 전집을 아이가 좋아해 주지 않아 서운하고
이왕 노는 것, 수학으로 또 영어로 놀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 때마다
사실은 아이는 내적 동기에 의해, 그저 그 과정을 즐길 때에만 진정으로 놀이하고 있음을 잊지 않고
그저 아이와 웃고 떠들고 간질이면서 행복한 지금을 보내는 양육자가 되어보겠습니다.
놀이 치료 연구소에서 실시한 연구에서 초등 500명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놀이를 잘하는 친구를 떠올리게 한 다음, 그 친구가 지닌 특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하게 했는데요.
또래에 의해 놀이를 잘한다고 인지된 아동들은 신체적, 성격적, 사회적, 정서적, 인지적, 언어적 능력, 그리고 유머감각과 놀이 행동 및 재능 등 제반 발달 영역에서 압도적이게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있었습니다.
놀이를 잘하는 아동은 운동을 좋아하고 민첩하며, 활동적이고, 건강하고, 에너지가 많고, 활발하고, 착하며, 자신감이 있고, 털털하며, 적극적이고, 인내심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차분하다고 비칩니다.
와, 우리 아이가 반에서 이렇게 인정받는 아이라면 정말 좋겠는데요. ㅎㅎ
놀이 치료 연구소의 실험 결과 전문을 보니, "잘 노는 사람"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놀이를 승리했다, 잘 이긴다, 딱지를 많이 땄다- 와 같은 승패와 관련한 것이 아니더라고요.
잘 논다는 것은 결국 우리의 놀이를 재밌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놀이는 우리의 사회생활과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은 고등학교를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남들보다 잘해서 승리하는 종류의 게임이 끝나지요.
수명에서 수백 명이 구성하는 조직에 속하게 되고 함께 힘을 모아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생기고,
목표 달성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그 과정은 끝이 없기 때문에 그 안에서 계속 재미를 찾아야 하고요.
또 그 과정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관계에서 빚어지는 크고 작은 갈등도, 희열도 존재합니다.
다른 사람을 이기는 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 이기고, 즐기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승리일 겁니다.
고개를 들고 둘러보면 그 역할을 해내는 사람이 이 시대의 리더이며 주인공이지요.
나는 내가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사실은 나의 자녀 또한 그런 사람이 자연히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은
아이와 잘 놀아주면서, 나아가 잘 노는 사람이 되기 위한 여러 시행착오를 겪기 좋은
놀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걸 다짐해 봅니다.
다섯 편의 연재글을 읽어주신 여러분이 혹시 양육 당자사일 수도 있겠습니다.
또는 이미 졸업하신 아니면, 양육자가 되시길 꿈꾸는 분 일지도요.
아이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요즘을 보내고 있으시다고 해도,
우린 돌봄으로 자라왔고 또 누군가의 삶의 한 조각을 반드시 돌보게 되어 있을 거예요.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이니까요.
어찌 되었든 필요하실 때,
아이를 놀아주다가 잠시 "놀이와 발달" 연재 중 어떤 부분이 문득 떠올라
아이와 함께 노는 지금에 또렷하게 존재하시게 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특히 미래에 나와 신랑!
파이팅이야 우리!
- <말썽 아니고, 위대한 놀이 중> 연재를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