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ST Mar 28. 2016

소매가 길어 안 맞는 옷처럼

시.

염색체가 같은 이와의 드라이브에선 팝이 흘렀다

띄어서 들은 You와 Lie만으론 제목을 알 수 없는 팝

그 사이의 가사를 마음대로 끼워 맞춰보았다

그 노래 안에서 누구도 아픈 사람은 없었다

*

창을 액자삼아 바깥의 너를 망막에 문서화文書化했다

얼굴을 끌어당겨 바라보아야만 제 기능을 하는 창

그 위로 흰 식탁보를 닮은 커튼을 줄곧 쳐두었다

뒤로는 계절의 나물이 영원하고 넌 떠남 없이 있었다

*

모양이 예뻐 공책에 만卍자들을 적은 것을 후회했다

마을의 작은 가브리엘이었던 난 나중에야 그걸 알았다

불가의 교리를 따르는 사람卍이 쓰는 글자였었구나

그렇지卍, 이유 없이 그것이 끌렸던 것은 사실이었다

*

나물 썩는 냄새 나는 밤 해빙기가 찾아왔음을 느낀다

커튼을 거둔 창엔 계절 나물은 물론 너 역시 없었다

색소가 빠져나갈 틈이 있었던가 창틀 곳곳을 살폈다

애초에 과분한 그림이었던가. 그렇지만, 아 그렇지卍


2016年 3月 8日 作, <소매가 길어 안 맞는 옷처럼>-오휘명
2016年 3月 8日 作, <소매가 길어 안 맞는 옷처럼>-오휘명


작가의 이전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