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혼삶여행자 Mar 30. 2022

규슈 최고봉 구주산(久重山) 트레킹

지극히 개인적인 후쿠오카 이야기 외유(外遊) 1편

규슈 에피소드

후쿠오카는 규슈의 최대 도시다 따라서 규슈의 중심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번편부터는 그런 후쿠오카를 베이스캠프 삼아 규슈 이곳 저곳 돌아다닌 이야기를 구주산(久重山), 나가사키, 구마모토 중심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해외 첫 트레킹

해외에서의 트레킹은 어떤 느낌일까? 여러 나라를 여행했었지만 현지의 자연을 느끼며 제대로 트레킹을 한 경험은 규슈의 구주산이 처음이었다. 때는 무더운 여름 지인 찬스(재일교포 형님)를 활용하여 차를 타고 후쿠오카에서 구주산으로 향했다. 일본을 여러 번 왔었지만 자가용을 타고 고속도로를 이용하니 낯설기도 했지만 새로운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가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를 들렸는데 우리나라보다는 좀 더 차분하고 조용한 느낌이었다.

일본 고속도로 휴게소


한국의 산과 일본의 산

구주산은 일본의 100대 산중 하나로 높이는 1,787m다. 설악산이 1,708m 정도 되니 설악산 대청봉보다 높은 산이지만 일본의 산들은 높이에 비해 출발 지점들이 대부분 고도가 높아서 수월하게 산을 탈 수 있는 코스가 많다. 구주산도 출발지점이 약 1,330m 정도 돼서 약 450m만 오르면 정상에 닿을 수 있다. 트레킹을 함께한 형님은 한국의 산은 높이는 낮지만 코스가 만만치 않아서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말이 실감 난다고 하시니 한국의 산과 일본의 산의 특징이 참 다르구나 싶었다. 또한 한국은 등산로 입구 혹은 도심에 있는 산 정상부위에서 아이스크림이나 생수 혹은 막걸리 등도 판매하지만(불법인지는 모르겠다) 일본은 철저하게 산에서의 음식 판매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서 깨끗하게 보존되는데 도움은 되나 먹는 재미가 없어서 한국이 부럽다는 말씀도 하셨다.


트레킹과 재일교포

등산로 초입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했다. 때는 아주 무더운 8월이었는데 고도가 높아서 그런지 더운 느낌은 덜했다. 형님께서 가장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일본 북알프스(고봉 3,190m)로 휴가를 간다고 하시는 게 이해가 되었다. 능선길을 즐기며 형님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한국 국적을 가진 재일교포 3세로써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함께 일본에서 살아오신 이야기를 들으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가신 분들은 그사이 독립이 되고 6.25 전쟁으로 나라가 갑자기 갈라져서 졸지에 남한과 북한으로 국적을 선택해야 했고 선택을 안 하신(혹은 못하신) 분들은 조선 국적으로 남아 여권이 발부가 안되어 해외로는 나갈 수가 없다고 하셨다.(조선이라는 나라는 현재 없으니) 단지 그들은 나라를 빼앗겨 살기 위해 혹은 강제이주로 일본에 건너간 것뿐인데 그사이 조국은 갈라져버렸으니 얼마나 혼란스러웠을까 그래도 일본에서 재일 교토 3세까지는 나름의 한국인이란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왔으나 이제는 너무 오랜 시간 일본에서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4,5세는 일본인과 결혼도 많이 하고 한국인이란 정체성을 갖기가 어렵다고 하셨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씀하시는데 국적이란 무엇이며 민족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과 조국은 그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가져왔는지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초반 경사를 조금 오르면 여유로운 능선길이 이어진다


활화산인 구주산

그렇게 여러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정상에 다다랐다 정상 부분에 도착하니 유황냄새와 거친 거친 돌들이 펼쳐졌다. 그렇게 정상에 도착하여 바라본 규슈의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시원하게 부는 바람은 땀을 식혀주었다. 유황냄새에 대해 알아보니 구주산은 활화산이었다. 아직도 활동 중에 있고 하산할 때는 다른 코스로 내려왔는데 여기저기 연기와 함께 유황냄새가 펼쳐졌다. 한국에서는 경험하기 냄새와 풍경이라 이국적이었다. 하산을 하면서도 형님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앞으로 1년에 한 번씩은 함께 트레킹을 하자고 약속했다.

유황냄새로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구주산


온천호텔

하산을 하고 온천호텔로 향했다. 야외 온천에서 피로를 푸니 행복이란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그리고 숙소에서 제공하는 맛있는 저녁식사가 이어졌다. 구주산 트레킹은 후쿠오카를 조금 벗어나 완전한 자연 속에서 힐링한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때의 경험이 강렬해서 나는 그다음 해 형님과 함께 일본 북알프스 정상(오쿠호다케 3,190m)을 2박 3일 코스로 다녀오고 백패킹에 빠지게 되었다. 이처럼 새로운 도전은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를 이끌기도 한다.

일본 경제 호황기 시절에 만들어진 지금은 한산한 온천호텔 외관과 저녁식사

※ 모든 사진은 직접 촬영한 것으로 그 외 사진은 출처를 표기했습니다.



이전 10화 여행에서 여권을 잃어버렸을 때 취해야 하는 행동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