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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기여행가 Apr 04. 2022

아픔과 씁쓸함이 교차하는 전차의 도시, 나가사키

지극히 개인적인 후쿠오카 이야기 규슈 외유(外遊) 2편

나가사키의 첫 느낌

나가사키역을 나서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노면전차였다. 현재는 많이 사라진 교통시스템이지만 나가사키에서는 메인 교통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와 함께 생각보다 도시 규모가 작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부분 나가사키를 생각하면 원자폭탄이 떨어진 곳으로 기억을 하지만 나가사키는 우리가 가진 이미지보다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 도시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1571년 포르투갈과 무역을 시작하며 서양에게 문을 열었던 국제무역도시로써  다양한 문물과 문화가 교류하던 장이였다. 따라서 오래전부터 외국인이 많이 살았고 그로 인해 다양한 음식문화도 발달했다. 푸젠성의 탕육사면을 기원으로 당시 나가사키에 살던 화교가 만들어낸 나가사키 짬뽕과 서양의 빵 문화가 전파되어 만들어진 나가사키 명물 나가사키 카스텔라가 대표적인 예이다.

후쿠오카에서 나가사키를 향하는 카모메특급과 나가사키역을 나서면 바로 눈에 띄는 전차와 자동차가 함께 달리는 도로


아픔과 씁쓸함

나가사키 평화공원 안에 있는 자료관을 관람하면 수많은 민간인 피해의 아픔을 바라보며 반전 의식이 저절로 생겨나지만 전쟁을 일으킨 전범국가가 마치 전쟁의 피해자처럼 비치는 것도 씁쓸하게 느껴진다.

여기서 우리는 기억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일제 식민지 당시 조선 사람들은 나가사키에 몰려있는 군수공장과 탄광 등에 대거 동원됐었고 원폭 피해 인원이 최대 1만 명 가까이 희생됐을 거라고 추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무도 이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고 양심적인 일본인의 의해 1979년 조촐하게 위령비가 세워지긴 했으나 그동안 이들을 위한 제대로 된 추모비 하나 없었다.(다행히도 2021년 위령비가 세워졌다고 한다. / 참고기사 : 나가사키 원폭 최대 1만 명 희생…76년 만에 한국인 위령비 : 일본 : 국제 : 뉴스 : 한겨레 (hani.co.kr))

내가 방문했을 때는 위령비가 세워지기 전이라 공원 구석 공간에 세워져 있는 작은 추모비 앞에서 조국을 떠나 이곳에서 고통받고 이름도 없이 사라져 간 이들을 위해 묵념을 올렸다. 나가사키는 여행지로 매력이 있는 곳이지만 전범국의 아픔을 표현하는 평화공원, 많은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되어 가혹한 학대를 받았던 군함도, 2차 세계대전 수많은 무기를 만들어 공급하던 미쓰비시 조선소가 있는 곳으로 우리나라에게는 아픔과 쓸함이 담겨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여유로움의 미학, 노면전차

유럽여행에서 트램을 타보기는 했지만 나가사키의 전차는 유럽의 트램과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매우 오래전부터 사용된 전차가 아직도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느린 듯 하나 현재 자동차 중심인 도로 시스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여유로움의 미학을 선사한다. 전차마다 디자인, 색상 등이 다양하여 타는 재미 외에 보는 재미도 있다. 나가사키에 머물면서 전차만 탑승하며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노면전차가 없는 나가사키는 상상하기 어렵다.

나가사키에는 4개의 노면전차 노선이 있으며 성인기준 요금은 140엔이다.(21년 기준)


세계 3대 야경

나가사키까지 왔으니 세계 3대 야경이라는 이나사야마 야경을 보러 갔다. 곤돌라를 타고 정상으로 쉽게 올라갈 수 있는데 정상에 올랐더니 많은 분들이 야경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와! 하는 감탄사보다는 아 이런 느낌이구나 정도의 평범함이였다. 남산에서 보는 서울 야경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것보다 더 멋지다는 못 느꼈던 역시 세계 3대니 5대니 하는 것에 또 한 번 속았구나 한 느낌였다.


나가사키 후쿠노유 온천

후쿠노유 온천은 나에게 정말 큰 힐링의 시간이었다.

숙소 앞에서 후쿠노유 셔틀버스가 정차하는데 시간을 맞춰 탑승하면 후쿠노유 온천까지 편하게 갈 수 있다. 후쿠노유 온천은 규슈에 몇 개의 지점이 있는데 내가 갔던 곳은 이나사야마 지점이었다. 처음에는 여행 온 김에 온천이나 하고 가야지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했는데 온천 시설 자체도 깔끔했고 가장 좋았던 부분은 노천탕이었다. 산 중턱쯤에 자리하고 있어 하늘과 산이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겁고 뜨거워진 몸으로 나무 벤치에 잠시 누워있는데 때는 4월 봄기운이 가득한 계절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별이 반짝이는 하늘을 바라보며 온천을 즐기고 있으니 이런 것이 행복이구나 싶었다. 살면서 이런게 행복이구나 느끼는 순간들이 있는데 이때가 그중 하나였다. 지금도 그때의 느낌이 생생하다.

후쿠노유 온천 이나사야마 지점(출처 : 홈페이지)


나가사키 산책

나가사키를 동네라고 생각하고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후쿠오카와는 다르게 평지보다는 언덕이 많은 지형이라 산책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후쿠오카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돌아다니다 보면 배가 고파지는 법. 원래는 나가사키를 한편으로 작성하려고 했지만 음식 관련한 분량이 꽤 많아 음식을 중심으로 다음 편을 이어간다.


※ 모든 사진은 직접 촬영한 것으로 그 외 사진은 출처를 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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