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혼삶여행자 May 11. 2022

구마모토와 살아있는 아소산

지극히 개인적인 후쿠오카 이야기, 규슈 외유(外遊) 4편

한적한 구마모토

나가사키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베이스캠프인 후쿠오카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 뒤 다음날 구마모토로 향했다. 구마모토의 첫인상은 한적한 작은 도시 느낌이었다. 방문일이 평일임을 감안하더라도 후쿠오카와는 크게 차이가 날 정도로 구마모토역 주변도 도로도 구마모토 전체가 한산했다.(인구를 보니 약 70만 명으로 우리나라 전주와 규모가 비슷하다) 구마모토를 느낄 겸 구마모토 방문 목적인 구마모토성 방향으로 천천히 걷기로 했다.(구마모토에도 노면전차가 다니지만 나가사키만큼의 임팩트는 없었다)


구마모토성과 임진왜란

구마모토성은 일본의 3대 성 중 하나이다(나머지는 오사카성과 나고야성) 그만큼 성이 갖는 역사적인 의미나 건축적인 아름다움이 뛰어나다는 뜻일 것이다. 구마모토성 입구에 도착하니 어떤 일본인 장수의 동상이 눈에 들어온다 그의 이름은 가토 기요마사(). 그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 침략의 선봉장 중 하나로 잘 알려진 인물로,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친척으로 신임을 얻어 선봉장이 되었으나 임진왜란에서 패하여 조선에서 철수한 후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쪽으로 붙어 구마모토 번(熊本藩)의 초대 번주가 되어 1607년에 이 구마모토성을 쌓았다. 정리하면 우리나라를 침략한 장수가 지은 성이라는 뜻이다. 이런 배경 지식을 갖고 구마모토성을 관람하면 좋을 것 같다.

구마모토성을 쌓은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 동상


해자를 지나 천수각으로 향하면서 바라본 구마모토성은 상당히 견고하게 지어진 느낌이었다. 성을 받치는 돌들은 거의 수직에 가깝게 쌓아져 있으며 웬만한 공격에도 쉽게 함락되기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한 마치 미로처럼 성벽들이 쌓여 있어 길을 따라 공격하다가는 상단에서 이루어지는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될 것 같았다. 실제로 구마모토성은 일본 근대사상 최대의 내전인 서남전쟁의 무대가 되었는데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가 인솔하는 병력 12,850명이 구마모토성을 52일간에 걸쳐서 포위 공격하였으나 공략하지 못하였다. 이때 성안에는 다니 다테키 소장(少將) 이하 3,415명의 병력으로 약 4배의 전력인 사이고(西鄕)의 군대를 막아냈다고 한다.


천수각에 올라서니 구마모토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기본적으로 구마모토에 높은 고층 건물들이 많지 않아 멀리까지 시야가 확보되어 좋았다. 그런데 저 멀리 보이는 산에서 구름인줄 알았는데 무엇인가 연기가 계속 분출되는 것이 보였다. 알고보니 바로 현재 활동 중인 아소산에서 나오는 화산재였다.

화산재가 뿜어져 나오는 아소산과 구마모토 시내


구마모토에서 최고의 라멘을 만나다

구마모토성을 둘러보고 후쿠오카보다 더 진한 육수가 특징인 구마모토 돈코츠라멘을 먹기 위해 맛집을 찾아가려고 했는데 기차 시간이 촉박하여 아쉽게 포기하고 말았다. 배는 출출하여 구마모토 역에 있는 라멘집에서 간단히 라멘을 먹었는데 이곳 라멘이 인생라면 중 하나였다(구마모토역 라멘 에피소드: 일본 4대 라멘의 왕, 돈코츠라멘 (brunch.co.kr)) 이런 예상치 못한 변수나 상황들이야 말로 여행이 가진 묘미이지 않을까? 그것이 때로는 아쉬움을 때로는 기대 밖 즐거움을 전해주며 일상 생활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새로운 자극과 설렘을 안겨준다. 그리고 이 느낌이 좋아서 여행이 좋다.

인생라면중 하나 구마모토역사내 한 라멘집


살아있다라는 것

구마모토를 떠나 살아있는 활화산 아소산으로 향했다. 아소산은 현재도 활동하고 있는 활화산으로 14년부터 화산활동이 다시 활발해졌다. 내가 방문했던 시기는 15년 4월로 분화구에서 화산재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화산재가 계속 뿜어져 나오는 것을 가까이에서 보게 되니 신기하면서도 두려움이 느껴졌다. 지진이나 화산 폭발과 같은 자연재해를 늘 가까이에 두고 살아가는 일본인은 그래서인지 문학작품이나 문화에서 삶에 대한 태도가 우리와 다소 다른 부분들을 느끼는데 예를 들어 첫사랑이라든지 화려하지만 한때 피고 지는 벚꽃이라든지 그 찰나의 아름다움에 대해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것 같다. 아소산에서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걱정을 하기보다 지금의 순간들을 온전히 누리고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면서 말이다.

현재 진행중인 아소산의 분화


PS;내가 구마모토와 아소산을 다녀오고 1년 뒤 구마모토 지진으로 아소산이 구마모토 성이 크게 파괴되고 많은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시간이 제법 흘렀지만 아직도 상처가 아물지 않은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넨다.

이전 13화 짬뽕이 시작한 그곳, 나가사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