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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혼삶여행자 Apr 07. 2022

짬뽕이 시작한 그곳, 나가사키

지극히 개인적인 후쿠오카 이야기, 규슈 외유(外遊) 3편

미식의 도시

나가사키는 앞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일본의 첫 개항지로(1571년) 일본의 당시 첨단 문물의 유입 창구였다. 포르투갈 빵 '카스텔라'가 나가사키의 대표적인 상징이 되었고, 천주교의 전래가 시작된 것, 그리고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의 무대가 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때 받아들인 문물 중 하나인 조총으로 조선은 임진왜란의 비극을 맞이하게 되며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무기 생산기지의 역할로 모두가 다 아는 원폭피해를 입은 비운의 도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교류 덕분에 자연스럽게 발달한 것이 음식문화다. 나가사키를 여행하면서 맛본 음식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나가사키 짬뽕

우리도 흔히 먹는 음식 중에 하나인 짬뽕의 기원이 나가사키인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짬뽕은 중국음식이고 나가사키 짬뽕은 그 종류 중 하나라고 생각되지만 짬뽕은 나가사키에서 시작되었다. 짬뽕의 원형은 하얀 국물로 1899년 나가사키에는 화교와 중국 유학생들이 많이 살았었는데 이들이 저렴하게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고민하던 중 '징혜준' 씨는 음식점에서 남은 재료들을 모아 팬에 볶고 쓸모없던 돼지와 닭뼈를 모아 고아낸 국물에 면을 말은 음식을 개발했다. 이것이 짬뽕의 시작으로 이것을 처음 만든 식당인 시카이로는 짬뽕의 명가가 되었고 현재 사장은 '징혜준'의 증손자가 운영 중에 있다. 전체 5층 건물인데 1층은 짬뽕 박물관이니 나가사키에 간다면 꼭 한번 들려볼 만하다.

짬뽕의 시작은 이곳에서 시작했다. 시카이로 식당 외관과 나가사키 짬뽕 그리고 식당에서 바라본 나가사키 항구
시카이로 : 4-5 Matsugaemachi, Nagasaki, 850-0921 일본

원조 나가사키 짬뽕을 맛 본 소감은 면발이 생각보다 굵었고 부재료가 풍성했다. 아무튼 한국에서 나가사키 짬뽕이란 이름으로 팔고 있는 것과는 전체적인 맛과 느낌이 꽤 달랐다.


나가사키 가정식 전문점

현지에서 갑작스레 검색해서 찾아간 곳이다. 그래서 식당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일본 가정식을 다다미에 앉아 코스로 먹을 수 있는 곳이었는데 평일에 찾아가서 그런지 조용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기모노를 입은 나이가 지긋하신 종업원이 차례차례 음식을 내어주시는데 여유 있게 식사를 하기 너무 좋았다. 다시 찾아가고 싶어도 이름을 몰라 아쉬운 곳이다.


고등어초밥

미식의 도시라 할지라도 언제나 성공할 수는 없는 법

예전에 묵호항에서 갓 잡은 고등어회를 먹은 적이 있었다.(고등어는 성질이 급해서 잡히면 스트레스를 받아 빨리 죽는데 그래서 회를 먹기 위해서는 대부분 항구로 가야 한다) 그때 먹었던 고등어회가 얼마나 고소하고 맛있던지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가사키를 갔을 때 고등어초밥을 맛있게 하는 곳이 있다고 하여 찾아갔다. 이름은 150여 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욧소 하지만 훗날 알고 보니 여기는 고등어초밥보다는 차왕 무시라는 계란찜 요리가 메인인 곳이었다. 그걸 모르고 갔던 나는 당당히 고등어초밥을 주문했고 한입을 먹는 순간 나는 내 생애 비린맛의 9할은 다 채우고 말았다. 고등어초밥의 가격은 꽤 있는 편이어서 음식을 남기기 아까워 다 먹기는 했으나 비린맛을 잘 못 견디는 사람에게는 비추한다. 그래도 고등어초밥은 먹어보기 힘든 음식이니 새로운 경험을 했다. 단 이 경험은 한 번으로 충분한 것으로 남겨두려 한다. 왜 나는 이날 이곳에서 차왕무시를 먹지 않은 걸까.

비릿한 맛의 최고봉 고등어초밥(원래 맛있지만 이날만 비릿했을 수도...)
욧소 : 8-9 Hamamachi, Nagasaki, 850-0853 일본


나가사키 카스텔라

나가사키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본 최초로 나가사키항을 개항하면서 포르투갈 사람들에 의해 카스텔라가 전수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흔히 관광객들은 3대 카스텔라 가게로 불리는 분메이도, 후쿠사야, 쇼오켄을 찾아간다. 나는 분메이도와 후쿠사야를 찾아가 맛을 봤는데 뭐 카스텔라가 거기서 거기겠지 했지만 처음 맛본 나가사키 카스텔라는 그동안 내가 먹었던 것들은 카스텔라가 아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분명 빵인데 그 쫀득한 식감과(거의 떡을 먹는 느낌과 가까웠다) 바닥에 붙어 있는 설탕 조각들은 그 달달함의 정점을 찍었다. 지금도 그때의 그 맛이 뚜렷하게 기억난다.(후쿠오카를 방문한다면 후쿠오카 공항 면세점에서 후쿠사야 카스텔라를 구매할 수 있으니 참고 바란다.)

분메이도, 후쿠사야 카스텔라
분메이도 본점 : 1-1 Edomachi, Nagasaki, 850-0861 일본
후쿠사야 본점 : 3-1 Funadaikumachi, Nagasaki, 850-0904 일본


짬뽕과 교자 그리고 맥주

나가사키에 도착한 첫날밤에 출출하여 나가사키역에 있는 조그마한 식당에 들어갔다. 들어가서 주문한 건 나가사키 짬뽕과 교자 그리고 맥주 한잔이었다. 하루 종일 걷고 나서 시원한 맥주와 함께 식사를 하니 모든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이때 이번 여행에서는 매일 종류별로 일본 맥주 한 캔씩 숙소에서 마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게 뭐 대단한 거냐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체질상 평소 술을 거의 못한다. 그런데 그 첫날 시원한 맥주 한잔의 매력에 빠져들어 나름 큰 결심(?)을 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맥알못에게 있어 맥주마다 풍미가 다르다는 것을 그리고 맥주 한잔으로 여행의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여유롭고 즐겁다는 것을 처음 알게 해 준 경험이었다.(하지만 그 이후도 여전히 술을 잘 못한다는 건 비밀 아닌 비밀...)

나에게 맥주 맛을 알게 해준 나가사키역에 작은 식당에서 먹은 짬뽕과 교자

여행에서 음식은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봄날에 찾아갔던 나가사키에서 먹은 음식들은 먹는 즐거움을 넘어 행복감을 느끼게 해 준 경험을 주었다.


※ 모든 사진은 직접 촬영한 것으로 그 외 사진은 출처를 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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