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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꼼마 May 23. 2016

#23 베트남 여행기

여날 - 하나


 - 게스트하우스


아침에 일어나 차려주신 오믈렛과 빵을 먹고 베트남 남부지방의 무이네로 향하는 버스를 예약하러 체크아웃을 했다.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날이 뜨거워 땀을 뻘뻘 흘리며 걷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타라고 하신다.


괜찮다고 바로 앞이라고 하니 한국인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자기 개인 방명록 노트를 보여주신다.


 내가 만난 많은 베트남 사람들은 메모를 정말 많이 한다. 디지털 기기의 보급이 원활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삶의 자취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은 정말이지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는 돈을 받지 않으시고 목적지까지 태워주셨다.

한국에 돌아가면 친구들에게 자기를 꼭 소개해달란다.

뭔가 여행자들을 돈벌이로 보는 게 아닌, 친구로 만들고 싶어 하는, 그리고 쉰이 넘은 나이에도 열정이 가득한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 호이안에서의 흥정


버스를 예약하는 곳에 도착해 호이안에서 무이네까지 가는 버스를 예약했다.

그리고 노트북 가방만 챙기고 나머지는 잠시 맡아달라고 부탁드렸다.


오후 5시에 출발해 나트랑에 오전 7시쯤 도착해 2시간을 쉬고 오전 8시에 다시 무이네로 출발해 오후 1시에 도착하는 여정이다.

버스에서만 19시간이다...


### 베트남 종단은 장기 여행을 할 때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날씨가 너무 더워 그늘에 있어도 정말 땀이 비 오듯이 쏟아진다.

그새 살이 많이 쪘다...

입고 있던 바지가 불편하기도 해서 바지를 사러 가게 몇 군데에 들어갔다.


똑같은 바지에 대해서도 가격은 정말 천차만별이다.

15만 동, 12만 동, 10만 동 등 가게마다 제각기 다른 가격을 말하며 자기들이 엄청 싸게 파는 거란다.


결국 그나마 싼 가격을 말한 곳에 들어가 가격 흥정을 시작했다.

살듯 말 듯 계속 주저하니 가게 주인이 안달이 나나보다.

결국 8만 동(4,000원 정도)에 구입했다!

그냥 편한 몸빼바지다.


흐이흐이 시원한 냉장고 바지


볕이 너무 뜨거워 길거리에서 베트남 모자도 하나 샀다.

처음에 4만 동이라는 것을 2만 5 천동으로 깎았다.

아마 이것도 비싼 가격일 테지....


몸빼바지와 베트남 모자를 장착 완료하고 길을 걷는데 과일 파는 아주머니가 나를 부른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어깨에 매는 것을 해보라고 하신다.


거절할 이유가 없지.

바로 받아서 셀카를 찍어본다.

아주머니가 찍어주겠다며 핸드폰을 가져가신다.


내가 매고 있는 것이 베트남 아주머니들이 들고 다니시며 장사를 하시는 바구니 같은?


설마 이렇게 날치기당하는 건가? 하며 걱정하면서도 아주머니가 사진을 찍어주시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하... 실제로는 찍지도 않으셨다.)


그리고는 나보고 과일을 사지 않겠냐고 묻는다.

마침 바나나가 먹고 싶어 바나나를 달라고 했다.

근데 미니 바나나 5개에 터무니없는 값을 말하신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밥 한 끼 정도 되는 가격이었던 것 같다.


맛있긴 맛있다.


뭐 사진도 찍어주셨는데 이 정도야 하면서 바나나를 구입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관광객에게 자주 쓰는 수법이더라...

길을 가다 만난 관광객들도 똑같이 당하고 있었다.

허허허....




 - 호이안의 옛 정취


베트남 셋을 갖추고 어제 밤에 구경했던 곳으로 향한다.


가다가 베트남 학생들이 셀카를 찍고 있어서 내가 찍어주고, 나도 찍어달라고 했다.

집어넣는다고 넣긴 했는데 배가 많이 나왔다.



구시가지에 들어가기 전 국수를 팔고 계신 아주머니가 있었는데 국수 색이 너무 이뻐서 하나 달라고 했다.

길거리에 철퍼덕 앉아 국수를 먹고 있으니 옆 상점 아주머니가 의자를 하나 가져다주신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자신의 가게 앞에서 이렇게 장사를 해도 크게 분쟁이 일어나지는 않는 듯 싶다.


물어보니 이것도 미꽝인데 어제저녁에 먹었던 것이랑은 맛이 전혀 다르다.

엄청 맛있다!



역시 베트남은 음식점보다는 길거리 음식이다.


이제 다시 어제 밤에 구경했던 장소로 들어가려 했는데 응???? 매표소가 있다.


그냥 지나가려 하는데 나를 붙잡는다.

표를 사야 한단다.

12만 동(6,000원 정도)인데 비싸서 그런 게 아니라 진심으로 지갑에 돈이 6만 동(3,000원 정도)밖에 없었다.


진짜 돈이 없다고, 그냥 가면 안되겠냐고 물으니 저얼~대 안 된단다.


여행을 하면서 지갑을 두 개로 나눠서 하나는 배낭에, 하나는 들고 다녔는데 미처 옮기지 않았었다.


결국 들어가지를 못해서 근처 카페에 들어가 레몬주스를 3만 동(1,500원 정도)에 시켰다.

베트남도 한국처럼 커피값이 밥값보다 비싸다...


근데 뭐야 이게... 그냥 레몬향 나는 설탕물이잖아!



그래도 이왕 왔으니 조금 쉬다가 불편한 마음으로 카페를 나왔다.

현지인이 사는 골목이 궁금해 그냥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에???


길이 어제의 장소로 이어진다.

그렇다.

나는 골목길을 통해 무료로 호이안 관광지에 들어온 것이다!


뭔가 어제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다.



너무 덥기도 했고 한국어로 '베트남 카페'라고 쓰여있는 입간판이 흥미롭기도 해서 tam tam카페라는 곳으로 들어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꽤 유명한 곳이란다.


베트남식 아이스커피인 '카페 쓰어다'를 시켰다.

오! 꽤 흥미로운 맛이다.



밖이 너무 더워 오후 3시 정도까지 약 3시간을 앉아있었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관광객이기 때문에 눈치 보지 않는다.


어떤 여자애가 빵을 팔고 있기에 물어봤는데 코코넛 빵이란다.

근데 또 나한테 사기를 치려고 하네?

가격을 또 왕창 깎고 샀다.

맛은 그냥 설탕 맛이다.



돈을 많이 쓰는 게 싫은 것도 있지만 정직하지 않게 돈을 벌려고 하는 모습에 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




 - 너무 더운 호이안


진짜 해도 해도 너무 덥다.

이런 더위는 생전 처음이다.

하...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이대로는 슬리핑 버스를 밤새 타고 갈 수 없다.

좀 씻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스파(spa) 간판을 꽤 많이 본터라 사우나 같은 공간인가 보다 하고 찾아갔다.

입구에 메뉴가 있어 찬찬히 보니 그냥 마사지랑 다를게 없다.


내가 해도 이것보다는 잘 할것 같다...


실망하고 있는데 가게에서 한 아주머니가 나오신다.

내가 밑져야 본전이니 샤워할 수 있냐고 물으니 가능하다고 하신다!

이왕 온 김에 발 마사지까지 받기로 했다.


워낙 손님이 없어서 그런지 메뉴판에 25만 동으로 나와있었지만 20만 동(10,000원 정도)만 내라고 하신다.

가게에 붙어있는 정말 조그만 화장실에 샤워기가 달려있어 샤워를 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와 발마사지를 해주시는데 그냥 도로가 보이는, 그러니까 가게 문이 활짝 열려있고 그냥 커튼만 치고 누워있었다.

오토바이 지나가는 소리, 아이들 지나가는 소리 등등이 다 들린다.


마사지는 왜 받았는지 모르겠는 만큼 효과가 없었다.

그냥 차라리 지압 슬리퍼 신고 돌아다니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 꼬맹이들


슬슬 버스 탈 시간이 되어 출발장소로 걸어간다.

가는 길에 과일을 팔고 있는 곳이 있어 버스에서 먹으려 망고스틴과 이름 모를 과일을 왕창 샀다.


우연히 초등학교 하교시간과 겹쳐 아이들이 정말 많다.

한 아이가 너무 맛있게 무언가를 먹고 있길래 나도 하나 사서 먹어본다.

만두다!

맛있다.



학교 앞은 아이들을 데리러 온 학부모들로 북적북적하다.

자식 걱정하는 부모 마음은 어딜 가나 똑같나 보다.





 - 나트랑으로


버스에 타기 전 덴마크에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베트남 여행을 온 두 명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


주로 복지에 대해 말했는데 덴마크는 보통 수입의 42%를 세금으로 낸다고 했다.

대신 대학에 가면 등록금도 없고 오히려 생활비를 준단다.

이뿐만 아니라 의료, 교통 등에서 복지혜택이 정말 많다고 했다.


2006년 즈음엔 경제 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계속 나아지고 있다고 했다.

한국과 덴마크를 하나씩 비교하며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버스가 왔다.


버스가 저녁에 휴게소에 잠시 멈췄다.

배가 너무 고파 휴게소에 있는 유일한 식당에 갔는데 가격이 엄청 비싸다!

 (사실 버스가 휴게소에 간 건지, 식당에 간 건지 구별이 잘 안된다.)



시내에서 2만 동인 음식이 여기서는 전부 5만 동이다.

음식이 나왔을 때 양이나 맛도 시내의 그것에 훨씬 못 미쳤다.

어딜 가나 휴게소 음식은 비싼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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