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을 틀 때마다 나는 그를 생각하고, 그것이 나를 괴롭힌다는 것을 나도 그도 당연히 알 진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갑자기 갑자기 슬퍼지고 갑자기 살기 싫어졌다가 다시금 이주 뒤의 그 어떤 약속이 떠오르고 그럼 이주를 또 기다렸다가의 죽음을 고대하는데, 이러한 생각을 하는 내가 죽었음을 이미 죽어있음을 세상이 아는 것을.
후회라는 것은 내가 아는 한에서는 언제나 절망과 미움을 동반하기에, 아무튼 간 나는 어느새, 나도 당신도 우리의 비어버린 찻잔에 그 어떠한 후회도 없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사자의 손을 꾸역꾸역 잡고서 왼발에 이어 오른발을 겨우 내딛을 때, 그럼에도 후회라는 것이 우리를 뒤덮지 않는다면, 나는 그제야 말하리라, 우리도 사랑이란 걸 했다고.
그것도 사랑이었다면. 윤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