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나는 말이 느린 사람을 좋아해. 핸드드립 커피가 좋고 라르고 템포의 음악이 좋은 거랑 무슨 상관이 있을까도 생각해 봤는데 그것도 아주 잘못된 유추는 아닌 것 같더라고. 내뱉는 단어와 단어 사이에 옅은 숨을 자주 끼워 넣는 사람은 가만히 그 목소리를 보고 있기만 해도 숨을 멈추게 돼. 그리고 나는 목소리 표면 너머의 넘실거리는 파도를 듣는 거야.
항구 출신인 내가 이 텁텁한 사막에 기생하면서 말라비틀어질 때쯤 바다 깊은 곳까지 잠수하고, 물풀들과 바위틈 사이에 몸을 묻고, 평화와 안식에 침잠하고, 적당히 놀다가 언니가 물장구를 치고 있는 수면으로 올라와서 언니한테 폭 안기고, 그러고 그렇게 연명할 수 있는 이유를, 언니는 알까. 내가 말이 느린 사람을 좋아해서야. 언니. 나는 넘실거리는 파도를 품은 사람을 좋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