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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벳 같은 행복

by 윤혜림

친구가, 그것도 내가 기억하는 한, 가장 죽음과 가까이 있던 그 시절을 함께 한, 그런 친구가, 결혼을 한다. 돌아오지 못할, 돌아오지 않을, 불모지로의 먼 여행을 떠나는 이를 배웅하는, 그런 쓸쓸하고도 침잠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친구의 웨딩 사진을 넘겨보고, 아니 저 멀리 누군가와 누군가의 어깨너머로 간신히 바라보고는 (염탐하고는), 이것이 현실과는 동떨어진, 어떠한 SF 같은 것이라고 옅고도 깊은 희망을 가져보는 저녁. 아무튼 간에 당신, 친구의 푸르고 붉고, 또 분홍과 주황과, 찬란의 봄을 나는, 종교도 없이, 신의 배반을 뒤에 둔 나는, 어떤 벨벳 같은 행복을 기도하는 저녁.


벨벳 같은 행복. 윤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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