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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만 먹으렴

inspired by 그림책 <더벅머리 패터>

by 아스터

그 보호자는 아이에게 아름다운 것만 먹였어.

"아름다운 것만 보고 아름다운 것만 먹으렴. 그러면 넌 아름다운 존재가 될 수 있을 거야."


보호자가 그리 말하는데 어린아이가 뭘 어쩔 수 있겠어.

아이는 자리에 앉아 보호자가 주는 아름답고 고운 것, 선하게 가공된 것만 꿀떡꿀떡 삼켰어.

아이의 눈에 세상은 무지갯빛이었고 사람들은 늘 미소 짓는 것처럼 보였지.

그래, 그 세상은 제법 아름다운 곳이었어.


하지만 왜일까. 아이는 견딜 수 없게 극심해지는 허기를 느꼈어.

아름다운 것을 아무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지.

뱃속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만 같았어. 아니면 굶주린 괴물이 살고 있거나.


"내가 이상한 걸까? 내 안에 못되고 추잡한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닐까?"


아이는 덜컥 겁에 났어.


"내 안에 아름답지 않은 게 있다는 걸 들키면 나를 쫓아낼지도 몰라. 그야 이 세상에 이렇게 더러운 것은 본 적이 없는걸. 모두가 나를 손가락질할 거야. 더 이상 사랑받지 못하고 혼자가 되어버릴지도 몰라."


그래서 아이는 아무도 모르게 어둠 속으로 숨어들었어.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

모두가 그곳에 숨어있었던 거야.

그들 모두 어둠 속에 자신을 숨긴 채 겁에 질려 있었지.

모두가 가지고 태어났음에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야.




(C) 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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