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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스터 May 24. 2023

나는 지금 어디 있을까

inspired by 그림책 <두 갈래 길>

(이미지 출처: <두 갈래 길> 살림출판사)


"너는 지금 어디에 있니?"

황조롱이의 물음에 아이는 휘이 주변을 둘러보았어.

"글쎄, 나는 지금 어디 있을까?"

네모 반듯한 회색의 빌딩들과 색색의 우산들. 눈이 쌓인 산봉우리와 땅에 핀 작고 귀여운 제비꽃. 예쁜 카페 너머로 저무는 저녁놀과 바쁘게 퇴근하는 사람들. 사람들을 한가득 싣고 강 위를 가로지르는 열차와 가로등 아래 주저앉아 엉엉 우는 사람까지.

아이는 지금까지 오래 걸어왔고 많은 것을 보았어.

제가 딛고 선 길을 내려보며 생각했지.


내가 잘 가고 있는 걸까?

목적지를 제대로 정하긴 한 걸까?

혹시 이 길을 이미 앞서간 사람이 있을까.

그 사람은 확신을 가지고 나아갔을까.

아니면 뿌연 안개에 갇힌 것처럼 더듬더듬 나아갔을까.

자신이 디딘 걸음을 후회한 적이 있을까.

한참을 갔다가 한참을 되돌아온 적이 있을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자리였거나,

생각지도 않게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을지도 몰라.

반드시 도달하리라 생각했던 곳에서 영 동떨어진 곳에 가게 될지도 모르고.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아니면 기대감 어린 시선에 등 떠밀려 원치 않는 곳으로 갈 수도 있지.

붙잡는 모두의 손을 내치고 힘겹게 걸어간 길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수많은 갈래길 중에 정말 정답이란 게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무엇을 물어봐도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었어.


"별 수 없지, 뭐."

아이는 어깨를 으쓱이고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어.

어디로 향하고 어디에 닿던, 

새로운 풍경을 맞이한다는 건 가슴 뛰게 경이로운 일이었거든.





(C) 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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