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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잡으러 간 최승호 PD, 부천에서 만났다

꼭 봐야 할, 꼭 보고 싶은 제21회 BIFAN 상영작들 2

by 하성태의 시네마틱 Jul 14. 2017

꼭 봐야 할, 꼭 보고 싶은 제21회 BIFAN 상영작들 1


다큐멘터리 <자백>과 <위로공단>을 잇는 BIFAN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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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 최승호 감독의 신작 <공범자들>에 등장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 BIFAN


작년 전주국제영화제 화제작인 <자백>은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며 새삼 주목받았던 작품이다. 국정원의 간첩조작 사건의 과거와 현재를 그린 이 작품에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영화 속에서 남다른 활약(?)을 보인바 있다. <자백> 최승호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 <공범자들>은 겨냥하는 대상도, 사이즈도 확연히 다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앞에 선 <뉴스타파> 최승호 감독은 "언론이 제대로 질문을 못하면 나라가 망해요"라고 일갈한다. <공범자들>은 이 MB를 필두로 김재철 전 MBC 사장 등 이른바 '언론적폐', '언론부역자'라 불리는 이들의 진면목을 낱낱이 까발리는 다큐다. BIFAN은 "10년의 세월 동안 완전히 달라져버린 한국 공영방송의 지난 시간과 그 주범들을 자료화면과 관련 인터뷰를 통해 고발하는 강렬한 다큐멘터리"라고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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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공단>의 임흥순 감독의 신작 <려행>의 스틸 컷.ⓒ BIFAN


'2016년의 다큐'가 <자백>이었다면, 2015년을 장식했던 한국 다큐멘터리는 바로 <위로공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위로공단>의 임흥순 감독의 신작 <려행>이 '코리안 판타스틱' 섹션에 초청됐다. 한국 최초로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에서 은사자장을 수상했던 <위로공단>이 과거와 현재, 해외의 여성 (공장) 노동자들의 삶과 목소리를 독특한 미술적인 감각으로 승화시킨 다큐멘터리였다면, 신작 <려행>은 탈북 여성들에게 카메라를 가져갔다. 

전작을 통해 한국 다큐의 지형도 속에서 아주 이례적인 미학적 시도를 선보였던 임흥순 감독은 <려행> 역시 탈북 여성들의 과거와 현재의 여정을 픽션과 다큐멘터리, 판타지가 뒤섞인 독특한 형식으로 그린 시적 다큐멘터리로 부천을 찾았다. 한국의 아픈 역사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 외상을 입은 여성들을 위로하는 <려행>은 모은영 프로그래머의 추천작이기도 하다. 

전도연과 악녀들, 페미니즘에 접속한 BIF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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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특별전 '전도연에 접속하다' 포스터.ⓒ BIFAN


1997년 BIFAN에 소개되고 그해 가을 개봉해 신드롬을 일으켰던 영화 <접속>. 그 이후 전도연은 20년 간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사랑 받아왔다. 그 전도연의 전작 17편을 상영하고, 기념 책자와 특별 전시를 마련하고, 다채로운 스페셜토크를 진행하는 특별전 '전도연에 접속하다'는 21회 BIFAN이 한국영화와 전도연이란 대표 여성 배우에게 바치는 헌사와도 같다. 

<밀양>의 이창동 감독도, <무뢰한>의 오승욱 감독도, <해피엔드>의 정지우 감독도 이 전도연을 위해 기꺼이 올해 BIFAN에 참여한다. 그렇게 20년간 17편의 '전도연 영화'를 보는 일은 1990년대 이후 한국의 시대상과 한국영화사, 한국영화계에서의 여성 배우의 위치와 역할을 고루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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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 '무서운 여자들: 괴물 혹은 악녀' 중 한 편인 <여죄수 사소리1 - 701호 여죄수 사소리>의 스틸 컷.ⓒ BIFAN


이러한 여성과 영화 속 여성에 대한 고찰은 또 있다. 올 BIFAN은 특별전 '무서운 여자들: 괴물 혹은 악녀'를 통해 9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모두 여성을 흔하디 흔하게 이차적인 공포의 대상이나 거세된 남성으로서 그린 것이 아니라 여성성 자체가 공포의 주요한 본질적 요소로 그려진 진짜 '무서운 여자들'을 재현한 걸작들을 엄선했다. 

이미 브라이언 드 팔마의 초기 걸작인 <캐리>를 떠올리는 관객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한심한 남자들에게 여자들이 '펀치'를 날리는 타란티노의 <데스프루프>나 추격스릴러의 교과서인 <글로리아>, 노진수 감독이 경배를 바친 과거 BIFAN 화제작이었던 미이케 다카시의 <글로리아>는 어떠한가. 페미니즘이 환영받고 중시되는 시대상을 반영한 BIFAN의 적절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성룡부터 홍기선까지, BIFAN의 넓은 장르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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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의 신작 중 한 편인 <철도비호>도 올 BIFAN에서 상영된다.ⓒ BIFAN


성룡의 영화는 이제 '올드'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올해로 그의 나이 63세다. 하지만 '성룡영화'는 여전히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인기 '장르'다. 그는 최근 <쿵푸요가>로 중국 역대 박스오피스 5위를 기록했다. <007 카지노로열>의 마틴 캠벨이 연출한 신작 <포리너>에서는 딸의 복수를 위해 피도 눈물도 없이 동분서주하는 <테이큰> 속 리암 니슨을 연상시키는 '액션 아버지' 역할로 변신을 꾀했다. 

여전히 '열일'하는 성룡의 신작 <철도비호>도 이번 BIFAN에 상영된다. 김봉석 프로그래머는 "과거의 성룡 액션을 보는 것 같은 아기자기함이 있었고, <대병소장>과 <폴리스 스토리 2014>를 연출했던 딩셩의 능숙한 연출이 돋보였다"는 호평으로 기대를 높였다. 

특히나 김 프로그래머의 "다음 날 봤던 <쿵푸 요가>에 비하면 천지차이"라는 단평은 성룡을 추억하는 팬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팁이라 할 만하다. <프로젝트A>나 <폴리스 스토리> 시절의 성룡 팬이라면 유투브에 뜬 트레일러를 감상하는 것만으로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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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홍기선 감독의 유작 <일급비밀>이 올해 BIFAN 특별전을 통해 최초 공개된다.ⓒ BIFAN


올해 BIFAN은 사려 깊게도 작년 12월 <일급기밀>의 촬영을 마치고 3일 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홍기선 감독을 기리는 특별전 '현실을 넘어선 영화 : 홍기선'도 마련했다. 한국영화사와 독립영화사에 잊을 수 없는 업적을 남긴 고 홍기선 감독의 자취를 살피고자 80년대 독립영화의 상징적인 작품 <파랑새>를 비롯 7편의 장단편을 상영한다. <파랑새>는 특히 한국영상자료원과 공동주최로 <수리세>와 함께 최초로 8mm 원본 필름을 2K 디지털 리마스터링한 버전이다. 

이밖에 노예선을 탈출하는 선원들을 그린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 45년을 감옥에서 보낸 비전향 최장기수 김선명의 실화를 다룬 <선택>, 이태원 햄버거 가게 살인사건을 극화한 <이태원 살인사건>과 함께 유작이 된 <일급기밀>이 상영된다. 

홍기선 감독의 네 번째 장편이자 마지막 작품인 <일급비밀>은 실제 방산산업 비리 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기획단계부터 화제가 됐고, 그의 유지를 받든 동료영화인들에 의해 완성됐다. '올드'한 성룡부터 고인이 된 홍기선 감독까지. 이번 BIFAN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인의 폭과  장르의 바다가 이렇게 깊고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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