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모든 기업은 분석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회사를 다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석적인 성향으로 변한다. 아직까지 기업은 상명하복의 탑다운 방식의 의사결정구조를 지니며 아래에서 상위로 전달하는 메시지는 주로 문서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흔히 기업에서 일 잘한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은 문서를 잘 쓰는 사람들이다.
(매출이 인격인 영업은 제외되지만) 잘 쓰여진 문서는 논리적이고 수치화/계량화되어 있으며, 도표와 그래프를 적절히 활용한 간단 명료한 보고서이다. 이러한 점에서 분석적인 성향이 일반적으로 일을 잘한다고 평가 받는다. 일반적으로 분석적인 성향의 사람들은 논리적이고 꼼꼼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문화 가운데 우리나라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분석적인 사람으로 변화되기 마련이다.
기본적으로 분석적 성향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나타나는데, 그럼에도 정도가 강한 기업이 바로 삼성이다. 흔히들 관리의 삼성이라고 이야기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삼성의 성공요인으로는 완벽한 시스템을 통한 관리에 있다고 본다. 개발 프로세스, 마케팅프레임워크, SCM(공급망관리시스템), 인사허브, G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 등 물량신청부터 휴가신청까지 삼성 대부분의 업무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실행된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도 있지만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고 그 프로세스/프레임에 따라 일한다.
시스템은 실수하지 않으며 책임소재가 명확하다. 인사, 재무뿐만 아니라 마케팅, 영업까지 모든 부서가 시스템을 활용한 프로세스에 따라 일한다. 시스템 속의 업무는 세분화, 전문화되어 있다. 내가 A-1이라면 내 옆의 사람은 B-1, 그 옆 부서는 A-2 톱니바퀴가 되어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프로세스에 따라 일한다.
개개인의 업무는 자신이 맡은 부분에 대한 관리적인 성향이 강하다. 흔히 영업을 ‘움직이는 시장’ 즉, 생물에 대응하는 직무로 본다. 다양한 기회와 문제, 사고를 그야말로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적인 해결들을 기업 내부에서는 마찬가지로 시스템으로 처리한다. 또한, 마케팅 기획팀과 영업팀에서 신사업, 영업전략을 추진하고자하면 재무, 인사 등 관리부서의 순차적인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삼성은 관리부서가 다른 기업에 비해 조금은 강한 편이다. 또한, 마케팅 심지어 영업부서까지 관리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영업팀 직원들도 문제를 해결하기에 앞서 보고서부터 작성한다. 어떠한 문제에 대해 모든 경우의 수를 파악하고 그중에 베스트를 선택, 이어지는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통한 완벽한 관리는 삼성이라는 조직이 성공해 온 주요인이다. 시스템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책임소재가 명확하다.
반면 분석적인 사람들의 전형적인 단점도 어느 정도 나타난다. 완벽한 시스템으로 운영되어지기에 해당분야의 업무가 세분화되어 있어서 구성원 개인이 그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기에는 좋으나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보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이는 전체보다는 지나치게 부분적인 면에만 힘을 기울이는 분석적인 성격의 일부 단점 중 하나이다. 그리고 프로세스와 시스템으로 일하다보면 구성원 대부분이 어느덧 획기적인 아이디어 창출보다는 시스템 내에서의 완벽한 관리를 추구하는 성향으로 바뀔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성과주의 문화와 냉정한 이미지가 자리잡고 있어 성과에 대해 비판받기를 꺼려하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부분도 있다.
삼성그룹의 계열사 3곳을 생각해보라고 한다면 그 세 회사는 전자와 금융산업의 형태를 띨 것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무역, 건설, 놀이공원, 호텔 등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장 유명한 산업은 전자와 금융계열사들이다. 전자 산업은 반도체, 휴대폰, TV가 선도하는데 모두 비교적 작고 세밀한 작업이 요구되어지는 분야이며 시장변화와 요구가 빠른 산업이다. 금융 또한 수치적인 성과와 재정을 다루는 부분이기에 고객과 시장의 상황 변화에 민감하다. 시장 변화 싸이클이 빠르며 조금은 예민한 산업들이다. 이러한 산업은 작고 세밀한 부분을 잘 다루며 시장에 따라 논리적으로 수치화된 데이터를 산출/분석하는 분석적인 성향을 띈 구성원들이 비교적 잘 부합된다.
참고로 주력인 반도체, 휴대폰 라인은 작고 세밀한 제품을 제조하는 업무인데 여성 근로자의 비중이 다소 많은 편이며 이는 관리직군인 인사, 그리고 마케팅 부분에도 어느 정도 적용되어 진다. 중장비를 다루는 현대에 비해 산업특성상 여성인력이 다소 많은 편이다.
* 이 유형이 해당 기업에 절대적으로 적용되지는 않으며 단지 추구하는 방향과 산업형태가 일부 그 문화를 반영한다.
※ 본 브런치의 글을 강의영상으로도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