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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fie Jul 03. 2021

Greedy

욕망, 표현, 손을 내미는 것

"나는 그가 너무 greedy 한 점이 좋았어." 

이 단어가 남을 칭찬하는 데에도 쓰일 수 있었던가? 나는 친구에게서 저번 주에 만난 사람이 어떤 식으로 마음에 들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이런 의문이 생겼다. 욕심스럽다는 것은 분명 낙인이 찍혀있는 언어다. 이기적인 태도랄까 나에게 피해를 입힐 것 같다는 위협적 행동이랄까 욕심은 사람을 경계하게 하는 신호라고 생각했다. 친구는 지난 주말 그를 우연히 파티에서 마주치게 됐고 굉장히 만족스럽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평소 메마른 반항아 같던 그의 얼굴에 긴장을 풀어버린 웃음기가 완연했고 눈가에 깊게 접힌 주름이 몇 시간이고 펴질 새가 없도록 환하게 들떠 있었다. 무엇이 그토록 그를 행복하게 해 줬을까. 


욕심이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통념되는 바람직함의 정도를 넘어서는, 일종의 선을 넘는 일탈임을 알리는 신호다. 마치 철없는 어린아이가 제 밥그릇에 음식이 충분히 있는데도 굳이 하나를 더 쟁여 넣으려 할 때 부모가 찌푸려진 미간으로 내리는 제지선 같은 것. 다만 그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욕망이 꼭 유용하게 필요한 순간이 있다고 한다면 아마 그것은 음식을 하나 더 쟁여 넣을 수 있는 그 여유로운 식탁 위의 어린아이로 퇴행해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에게 일 것이다. 내 친구는 그날 아마도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몇 년간 메말라있었다. 팬데믹이 막 시작되었던 5월의 어느 날, 갑작스럽게 그는 친구 하나를 잃었다. 그냥 보통의 친한 친구 혹은 적당히 알던 친구 혹은 딱히 좋아하지 않았던 친구도 아닌 그 셋 모두에 해당하는 친구였던 것이 그의 문제였다. 처음에는 열렬히 서로 좋아하던 사이로 시작해 연애로는 실패하고 좋은 친구로 꽤 가깝게 지내다가 바로 얼마 전에 그가 뒤에서 자신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급 서먹해진 딱 그 타이밍에 그 친구는 갑작스럽게 가장 최악의 조건으로 요절해 그를 떠나버렸다. 그 복잡하고 애매한 빈자리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도저히 감을 잡지 못했던 그는 락다운으로 직장도 친구도 모두 단절되고 고립되어가던 시기 더더욱 힘들어진 이 애도기간을 온몸으로 받아내느라 그 후 일 년을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다 탈탈 털어 빈 상자가 되어갔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락다운이 풀리고 참석한 대규모의 모임이었다. 수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잔뜩 들떠서 서로 얽혀있는 가운데 그는 욕심내는 어린아이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만남이 그 자신도 일순간 어린아이로 같이 퇴행시켜주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서 거침없이 대책없이 숨김없이 다가온다는 것, 그리고 그 눈에서 읽히는 행복감이 내 친구에게는 근 몇 년간 비어있던 마음의 상자에 유니콘 같은 색색깔로 쏟아지는 폭포수인 것 같았다. 아주 순진무구한 욕망의 대상으로 집어 들어진다는 것은, 그를 오랫동안 덮고 있던 메마른 먼지더미 속에서 뽀얀 도자기 그릇 속 윤기 나게 찐 쌀밥 위로 포근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 사람을 사실 잘 모른다. 그렇게 돌직구로 다가오는 것을 그냥 받아들여도 될지 실은 옆에 서 있던 내가 더 걱정이 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친구가 내리는 그 greedy 함에 대한 정의를 들었을 때, 나는 친구가 그의 얼굴에서 읽었던 그 욕심내는 어린아이가 내 친구에게 어떤 느낌이었는지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욕심이 어떻게 내 친구를 구원했는지를. 


어린아이가 반드시 꼭 적절하게 식탐을 통제할 줄 알아야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직 어린아이인 한은 아직 그 부모의 따뜻한 쌀밥 안에서 살아가는 동안은 그 식탐은 어쩌면 꼭 필요한 그의 자아의 일부일 것이다. 그걸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것도 자연스러운 인간의 뇌의 기능임을 인식하는 것도 그런 어리광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안전한 감정적 울타리가 있음을 믿게 되는 것도 모두 필수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한동안 그것이 부서진 식탁과 쓸쓸한 울타리였던 사람에게는 그 탐심만큼 꼭 유용한 시그널이 없었다. 


Masked lady,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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