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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태경 Jan 18. 2024

느리게… 느리게… 걸어가다.

2024년 1월 18일 도쿄 신주쿠공원([언어의 정원]의 배경이 되는)

카페인을 찾아서 공원을 꿀 찾는 벌처럼 이리저리 붕붕붕.

어찌 지도는 내 손에 들어오면 해독이 안되는지. 구글맵에게 놀림을 당하고 몸뚱이가 땅에 끄시기 직전.


연못 앞에 자리한 카페를 찾았다.

주문을 넣고 북적이는 카페 안에서 운 좋게 자리를 잡고, 푹신한 의자에 깊이 처박힌다.

안락한 의자가 좋을 나이라니. 어릴 때는 건물계단에만 앉아도 편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시간은 몸의 노화를 맘처럼 막지 못한다.

서럽지는 않다.

서러워한다고 바뀔 수 있는 게 아님을 알고, 오늘을 사는 내가 대견하고, 사랑해 주자 다짐하고 나름 근사한 중년이 되려고 노력 중이다.


보상이라도 되듯 카페 경치가

아!!!!!!

보는 순간 찰나에 드는 감정은 사진을 아무리 잘 찍는다 해도 다 담을 수 없다.


호텔에서 나올 때 들고 나온 아이패드랑 휴대용키보드의 무게(허리가 성치 않으니 내게는 버거운 무게다)가 뚜벅이 푸념거리로 전락할 즈음, 찾은 휴식처이니 좋다.^^

요 며칠은 지하철에서, 식당에서 수첩에 끄적거리는 걸 재미 삼아 다녔기에 오늘은 요런 여유를 갖고 싶었다.

머릿속을, 맘속을 풀어가며 쓴다는 것은 여행 중 짬짬이 휴식이 된다.


너른 통유리창으로 펼쳐진 연못과 수면에서 노니는 오리가 만드는 물결의 일렁임, 다양한 종류가 어우러진 나무들은 겨울이 되어 잎을 떨궈내고 하늘을 배경 삼아 높다랗게 뻗어있다.


주문한 카페라테에 고픔의 보상만큼 시나몬파우더도 듬뿍 넣었다.

캬~

소주도 아닌데 부드러운 목 넘김에서 입을 뗄 수가 없어. 원 샷.

커피잔벽에 남겨진 거품까지 털어 먹고는 손에서 잔을 내려놨다.

이제야 살 것 같다.

배가 고팠던 것도 아닌데 사이드메뉴 진열장에서 맛나 보여, 추가로 시킨 식빵피자?는 또 웰케 맛있는 거야.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고는 제대로 힐링을 한다.


24년 1월 11일부터 시작된 여행.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모두의 걱정과는 다르게, 홀로 여행은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

서두르지 않으며 딱, 내 나이만큼의 여유가 느껴진다.


마침, 좋아하는 음악도 흘러나온다.

-A Kiss To Build A Dream On(Louis Armstrong)

https://youtu.be/NfK6owGIceE?si=NlYnJgYNViL2axgX


도쿄에 오는 첫날부터 시부야 스카이, 지브리 미술관, 국립서양미술관, 도쿄국립박물관, 해리포터 스튜디오, 유리카모메 타고 오다이바 해변 돌아보기, 팀랩 플래닛(당신의 온몸으로 몰입하고, 지각하고, 예술과 하나가 돼라), 디즈니 랜드에서는 유년시절로 돌아가기. 목적지 좌표까지 다른 길로 돌아가기, 펑펑 오는 눈 맞고 걸어가다 동네 마트에서 저녁거리 사기. 바람에 날아갈 것 같은 노포 좌식에서 벌서듯 무릎 꿇고 오코노미야끼 셀프조리에 생맥주 한 잔. 맛집 찾아가기, 아침저녁에는 스파로 따라주지 않는 바닥나는 체력을 충전시킨다.


ㅋ편해서 일어나기가 싫은가 보다, 쓸데없이 글을 늘리는 걸 보니 말이다.

숨 가쁘게 돌아다닌 일정에서 오늘은 집 앞 공원에 와있는 듯, 숨 고르기 같은 시간이다.

내일은 숙소에서 좀 멀리 떨어진 가마쿠라에 다녀 올 예정이다.

매일 10000~15000보는 거뜬히 걷는다.

스파에 있는 체중계로 매일 몸무게를 재는데 숫자가 줄어드는 기미가 안 보이는 걸 보면, 늦은 저녁과 평소에는 자주 먹지 않을 맛집의 기름진 음식 때문이리라.

좀 더 찌면 어떻노. 별반 차이 나겠나.ㅋㅋㅋ

이래서 살찐 사람들이 살을 못 빼는 것이리라.


[언어의 정원] 애니메이션을 몇 번을 봤는지 모르겠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영화였기에 기회가 되면 꼭 가보리라. 바람 하던 곳이 이곳 [신주쿠공원]이다.

어느 공원을 가던, 자연 안에서 희석될 수 있는 감성은 같다.

다만, 추억이 있는 곳(직접적 경험이나 간접적 경험을 통해서)이라면 특별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내겐 애니메이션의 감동 때문에 이공원은 특별하다.

공원 안 카페 근사한 자리에 앉아 공원을 내다보고 있으니 앞으로는 직접적 경험이 되어 오래도록 근사한 추억으로 떠올리게 될 것이다.


엉덩이는 더 있자고 하는데 찬찬히 공원 안을 산책하려면 일어나야 한다.

지도도 필요 없을 것 같다.


느리게

느리게 서두르지 않는 산책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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