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배낭여행기_04. 벨기에 브뤼셀
아직도 당신을 사랑하느냐고 물으면
절대 아니라고 답할 것.
아직도 당신 앞에서 주저앉고 싶으냐고 물어도
나는 이제 아니라고 답할 것.
하지만 당신이 빈 방에 우두커니
나와의 추억을 하나 데려다 놓고 그 앞에 울어도
나와는 정말 아무 상관없느냐고 물으면
나는 이 세상에 그 보다 목이 메는 것이 없겠다.
어제 혹은 오늘
하루하루 사랑을 하고
또는, 사랑을 했던 우리 모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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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
제 5화, 기꺼이 당신을 사랑하고야 만다.
벨기에의 브뤼셀은 작은 도시다.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하루면, 도시 한 바퀴를 돌 수 있었다.
오줌싸개 동상 앞에 도착했다.
브뤼셀의 랜드마크인 오줌싸개 동상보다
내 눈을 사로잡은 건
그 앞에 즐비하게 늘어선 와플가게들이었다.
와플을 굽는 포근한 버터 향기와
그 위에 잔뜩 올라간 생크림과 초콜릿. 그리고 각종 과일들.
그중 가장 작은 가게에 들어가 초콜릿 와플 하나를 주문했다.
"Ein Schocolade bitte"
와플, 버터 향기, 초콜릿을 생각하다
문득 당신이 건네주던 젠느 초콜릿이 생각났다.
내가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던 그 날,
당신이 몰래 외투 안에 넣어둔 응원이었다.
나의 선배이자, 뮤즈이자, 연인이었던 당신은
내가 연출부 막내로 들어왔을 때
줄곧 내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멜로에서는 죽고 싶어"
왜라는 물음 대신 당신을 빤히 쳐다봤다.
"사랑의 완성은 비극이지. 절대 희극이 될 수 없어.
일시적인 두근거림이
평생 잊지 못하는 그리움이 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죽음밖에 없으니까.
이 사랑이 오래가려면 내가 죽어야 돼"
내 첫 뮤직비디오에서
그렇게 당신은 사랑 앞에
그리움이 되어 막을 내렸다.
"컷, 오케이"를
외치고 난 후에도 나는 꽤 오랫동안
모니터 속, 눈을 감은 당신의 모습을 지켜봤다.
왠지 당신이 나에게 사랑이 아닌,
그리움이 될 것만 같아서.
그렇게 당신은 내게
사랑만큼 질긴 것으로 남았다.
그보다 더 오래 살아남은 슬픔이 되었다.
그래, 그건 그리움이었다.
"과거에 살지 말고 오늘을 살아.
누구나 가슴 한 켠에 그리움 하나쯤은 묻고 사니까"
당신의 장례식에서
친구는 내게 믹스커피 한 잔을 건네며 이런 말을 했다.
잊을 때도 됐는데, 22살 당신을 떠나보내고
23살 당신의 나이를 지나
24살이 된 지금도 나는 아직 당신 꿈을 꾼다.
직접 찍고, 쓰는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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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RIGHT 2016. JU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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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부분 글은 양정훈 작가(@wrier.yang) 인스타그램에서 인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