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코치 영의 책육아 노하우
오늘은 바람이 제법 쌀쌀하니 따뜻한 국물이 들어간 음식을 먹을까? 아니면 요즘 집밥을 제대로 먹은 적이 없으니 백반을 먹을까? 아이를 키우면서 5대 영양소에 대해 떠올리며 골고루 먹어보려고 조금은 노력을 하게 된다. 별로 딱히 먹고 싶은 것이 없을 때 내가 고르는 음식은 좋아하는 국수다. 밥을 먹기에는 시간이 촉박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고민없이 후루룩하며 먹을 수 있는 국수를 먹는다. 이런 나와 달리 내 지인 중 한명은 항상 밥 종류를 선택하게 된다고 한다. 결국 누구든지 평상시 좋아하는 음식을 자주 먹게 마련이다.
독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유난히 재미난 이야기를 좋아해서 이야기 책만 쌓아놓고 보는 아이들이 있다. 반면에 공룡을 좋아해서 공룡책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보려고 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렇게 편독을 하는 아이들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님들을 종종 만난다.
그렇다면 아이가 음식을 먹을 때 고기를 좋아해서 고기만 먹으려고 한다면 아이에게 고기반찬만 줄 수 있을까? 물론 고기는 자라나는 아이에게 필요한 영양소이지만 골고루 먹어야 더 좋다는 것을 알기에 상추에 고기를 싸주려고 하거나 샐러드를 만들어서 먹이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엄마들은 아이가 채소를 잘 먹게 하기 위해 당근을 잘게 다져서 볶음밥에 넣어보기도 하고, 온갖 야채를 다져서 계란말이를 만들기도 한다.
아이가 학교에 가서 ‘엄마, 나는 국어는 재미있는데 수학은 너무 어려워서 싫어요. 그러니 수학은 안 할래요.’라고 한다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그래, 수학은 어려우니 나중에 하자.’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에 아이가 수학을 좋아하게 하기 위해 수학 관련 보드게임을 함께 하던지, 매일 조금씩 문제를 풀게 한다던가, 수학을 재미있게 놀이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볼 것이다.
아이가 어렸을 때 책을 골고루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음식을 골고루 먹이는 것과 같다. 아이가 커서 수학을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수학을 통해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과도 같다. 이야기를 좋아해서 문학책과 소설을 많이 본 아이들은 따뜻한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 볼 수 있지만, 계속해서 이야기책만을 본다면 아이들은 상상, 공상, 망상에 빠져든다.
반대로 지식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똑똑하고 아는 것은 많지만 타인을 배려하는 융통성이 부족할 때가 있다. 고기를 채소에 싸서 먹을 때가 가장 몸에 좋은 것처럼 책도 따뜻한 감성을 품은 이야기 책과 세상을 알아가는 지식책을 함께 읽을 때 생각의 차이를 만들어 간다. 그리고 그 생각의 차이로 세상은 변했고 또 변화해 간다.
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외국인들은 한글을 문자가 아닌 도형으로 보고 한글을 몸에 문신으로 새겨 그 문구를 보며 웃음 짓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한글을 얼마나 마음깊이 감사할까?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보다 큰 나라인 중국의 한자를 받아들여 쓰고 있었고 한글을 만들며 여러 신하들의 수많은 반대에 부딪혔다. 세종대왕은 왜 한글을 만들었을까?
세종이 임금이 된지 10년이 되었을 무렵, 시골에서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는 사건이 벌어진다. 현재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해도 세상에 그런 패륜아가 없을 거라며 세상이 떠들썩할만한 일일 것이다. 하물며 유교사상으로 나라를 다스렸던 조선시대라 그런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물론 그 일은 그 자를 처형함으로써 끝을 맺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끔찍한 일을 시간이 지나면서 잊겠지만 세종은 그러하지 못했다.
어찌하여 그자가 그런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을지 몇날 며칠 고민을 하였다. 그리고는 그 자가 삼강오륜을 알았더라면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지 않았을 거란 생각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세종은 신하들에게 백성들을 위하여 임금을 잘 받들어 모신 신하, 부모에게 효도한 자식, 남편을 잘 뒷바라지한 아내들의 이야기를 모아 글을 못 읽는 백성들을 위해 그림을 덧붙여 삼강행실도라는 책을 펴냈다. 글을 모르는 백성을 위하여 그림을 그리고 뒷면에는 글로 풀어 놓았다. 그리고 관리를 정하여 백성들에게 삼강행실도를 가르치러 다니게 한다.
세종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세종은 배우기 쉽고 사용하기에 편리한 문자를 만들면 백성을 가르치기가 쉬워져 백성이 효자, 충신 열녀의 이야기를 스스로 배우고 익힐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은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한글을 만드는 의지로 이어졌다.
세종은 평소 신하들과 토론하길 즐겨했다고 한다. 아이들과 대화하다 보면 늘 느끼지만 토론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상대방의 이야기가 옳던 그르던 경청을 먼저 해야 한다. 자신의 의견과 반대하는 신하들과 토론을 즐긴다는 건 아무리 토론을 즐겨했던 세종일지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왕의 총애를 받으며 집현전에서 일한 신하 최만리가 신하들을 대신해 여러 차례 올린 상소문을 올렸다.
세종은 최만리가 여러 번 올린 상소에 화를 내기보다는 조목조목 반박하여 한글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관철하였다. 몇 년 전 한글날 신하 최만리가 몇 번이고 세종대왕께 상소한 내용을 아이에게 읽어주자 가만히 듣고 있다가 내게 따지듯이 말했다.
‘아니, 임금이 하겠다고 하는데 신하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최만리의 상소 내용에 세종은 그동안 연구해 왔던 내용을 알리고, 최만리는 세종의 대답에 ‘전하’를 불러 세종의 의견에 반대하는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으려 했다. 아이 입장에서는 신하가 왕에게 그렇게 여러 번 말하는 일이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글을 무시하는 일이라고 보았던 모양이다.
‘그러니 세종대왕도 대단했고 신하인 최만리도 대단한 게지. 신하라고 무시하지 않고 그동안 세종대왕이 공부한 내용으로 신하와 토론해서 생각을 전달했고, 임금에게 따지다 잘못하면 목숨이 달아날지도 모르는데 자기의 의견을 계속 얘기한 신하도 대단해 보이지 않아?’
그 당시에는 누가 옳고 그른지 판가름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세종대왕은 여러 고비를 넘겨 당신이 만든 한글로 인해 우리나라가 IT강국이 된 것을 보고 흐뭇해 할 것이다. 진정으로 백성을 사랑하고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고 싶은 세종대왕의 굳은 마음이 있었기에 대한민국만의 문자, 자랑스러운 한글이 태어났다.
한 해의 마지막을 맞이할 때 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어울려 그들만의 추억을 졸업사진을 찍어 남긴다. 졸업한 지 몇 년이 지나 졸업앨범을 보면 학창시절이 생각나기도 하고 그때 유행했던 헤어스타일을 보며 키득거리기도 한다. 그러나 졸업생이라면 누구에게나 있을 이 평범한 졸업앨범은 시각장애인에게는 당연한 일이 아니다.
눈으로 볼 수 없으니 졸업과 동시에 기억 속에서만 추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연을 접하고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도 간직할 수 있는 졸업앨범을 만들기로 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3D 프린터를 만드는 회사에 다녔다.
특수한 기계와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학생들이 손으로 쉽게 잡을 수 있는 크기로 학생들 얼굴의 특징 하나하나까지 그대로 나타내 만질 수 있는 졸업앨범을 만든 것이다. 손을 눈처럼 사용하는 아이들에게 친구들의 모습을 만지며 추억할 수 있는 졸업앨범이 생긴 것이다. 눈으로만 보는 졸업앨범에서 따뜻한 마음이 더해져 3D 프린터로 추억을 손으로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생각의 차이는 결과의 차이를 만든다. 아이들은 책으로, 교육으로, 또한 어른이 되어 일을 하면서 꾸준히 지식을 쌓아나가지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지식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달라진다.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가진 아이들이 만들어 나갈 세상이 문득 궁금해진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