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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코치 Young Oct 17. 2021

아이들의 넘쳐나는 질문 대처법 ; 질문 노트 써보기

리딩코치 영의 책육아 노하우

  아이들은 모두 예쁘고 사랑스럽다. 모든 순간이 그렇지만 특히 잠들어 있을 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스럽다. 그날 하루, 아이가 유난히 떼를 많이 써 아이를 혼낸 날이었다면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눈물까지 글썽일 정도로 미안하다.

  

이게 무슨 아이러니인지. 내 배 아프고 낳아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 표현을 할 정도로 귀한 아이지만 웬만한 체력과 에너지로는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감당하기가 어렵다.


  아이들은 눈에 보이는 대로, 손에 만져지는 대로, 오감을 통해 느껴지는 모든 것들이 신기하다. 안타깝게도 부모는 아이를 돌보는데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느라 아이의 호기심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아이의 왕성한 호기심에 지친 부모들은 아이가 혹시나 ADHD가 아닐까라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유대인 엄마의 힘》의 저자 사라 이마스는 이렇게 말한다. 이스라엘 인이 생각하는 교육의 목적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스라엘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고는 의문을 품은 다음 답을 찾는 과정으로 이루어지며 이는 공부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수없이 많은 질문과 토론을 통해 스스로 사고하게끔 만드는 유대인의 교육은 우리가 잘 아는 수많은 인재들을 배출했다.


  아이들 교육에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는 유대인 교육법을 보면 아이들의 호기심을 당연하다 말한다. 그리고 그런 호기심 덕분에 생겨난 질문을 귀하게 여긴다. 그래서 아이들이 질문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하라고 한다.

  유대인 교육법의 좋은 선례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아이들은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질문폭탄 세례를 던진다는데 있다. 아침에 유치원 버스가 집 앞으로 오는 시간이 5분도 채 남지 않아서 이제는 신발을 신고 나가야 하는데 신발장 앞에 앉아서 아이는 해맑은 얼굴로 질문을 한다.


  학습지 선생님이 오셔서 한글을 가르쳐 주고 있는데 아이는 선생님 머리스타일이 바뀐 걸 보고 예쁘다고 말했으면 좋겠는데 왜 그렇게 이상하게 했냐고 물어서 엄마 얼굴을 화끈하게 만들어버린다. 저녁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아이는 엄마 옷자락을 쥐고 빙빙 돌며 무언가 자꾸 물어본다. 아이를 깨끗이 씻기고 잠자리에 누워 보고 싶다던 책도 3권이나 읽어주고 불을 끄니 드디어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가는구나 싶은 찰나에 아이는 어김없이 엄마.’를 부른다. 그러더니 불을 끄면 왜 깜깜해지냐고 묻는다.


  안다. 나도 안다. 아이들이 이렇게 질문세례를 퍼붓는 것도 때가 있다는 것을.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그때마다 대답을 해 주어야 하는지 참으로 난감하다. 특히나 내 아이는 불 끄고 누워서 ‘이제 잠이 들었겠지.’하고 생각이 들 무렵 꼭 부스스 일어나 내게 뜬금없는 질문을 참으로 많이도 했다.


  질문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어, 엄마도 잘 모르겠는데 내일 같이 찾아볼까?’라고 말해 주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생각해 보니 그다음 날이면 아이도, 나도 감쪽같이 무슨 질문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어쩌면 그렇게 깜빡 잊어버릴 수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 버리고 아이도 어느새 전보다 질문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그러더니 어느 날은 잠자리에 누워 있다가 나를 부르더니 금세 ‘엄마! 아.. 아니에요.’라고 말을 얼버무렸다. 언제까지고 아무 잘못이 없는 기억력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기억하지 않고 기록하기로 했다. 아이가 시도 때도 없이 하는 질문을 적어보기로 했다. 그동안 아이가 하는 질문에 건성으로 답했던 걸 미안해하며 질문을 적기로 한 노트 첫 장에 아이 사진도 넣고 예쁘게 꾸며 앞으로 어떻게 하려 하는지 설명해주었다.


‘무엇이든 궁금한 게 생기면 질문하는 건 아주 중요한 일이래. 그동안 네가 언제 질문하는지 지켜보았더니 자려고 할 때면 궁금한 것들이 생각이 많이 나는가 보더라. 그래서 엄마가 네가 하는 질문을 잊지 않고 함께 찾아보려고 이렇게 질문 노트를 만들었어. 앞으로 궁금한 게 생기면 그때 바로 질문해도 돼. 이제 여기에다 적으면 되니까.’


  질문 노트를 채워가며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었지만, 어른이 되어버린 내가 이해하기 쉽지 않은 아이의 질문들도 놓치지 않고 빼곡히 적어갔다. 시간이 흘러 다른 아이들을 보며 비로소 내 아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원래 아이들은 어른과 시선이 다르다. 그래서 아이를 때로 엉뚱하다 생각하고 이해할 수 없었던 것뿐이다.


  책육아 모임을 시작했던 첫 계기도 아이들의 엉뚱 발랄한 질문 덕분이었다. 아이의 그런 질문에 부모님과 선생님이 어떻게 답을 해주느냐에 따라 아이의 생각 또한 더 커져 나갈 수 있다. 물론 아이의 질문에 대한 정답이 있지 않기도 해서 난감할 때도 있지만 아이들에게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줄수록 그 후로 아이들은 더 많은 질문을 하게 된다.


  제일 먼저 아이들의 호기심 넘쳐나는 질문이 필요했다. 그래서 북토킹에 참여했던 부모님의 아이들이 평소에 하는 질문을 적어 오라고 했다. 그리고 어떻게 대답해주어야 할지 방법을 알려주었다. 모임에서 아이들의 질문을 받으면서 덩달아 부모님들의 호기심 또한 커져가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책육아 첫 모임의 과제로 아이들이 하는 질문을 적어 놓은 질문노트


귤에는 왜 씨가 없어요?

사과는 왜 꽃이 먼저 피고, 과일이 열려요?

쌀은 왜 이렇게 작아요?

지진이 뭐예요? 어떻게 하면 지진을 멈출 수 있어요?

침이 왜 계속 나와요?

피가 하는 일이 뭐예요?

옛날에는 아주 심심할 때 뭐하고 놀았어요?

피는 빨간색 말고 무슨 색이 있을까요?

겨울에도 꽃이 피어요?

우리나라에서만 사는 동물에는 무슨 종류들이 있을까요?

두더지는 땅속에서 눈이 안 아프나요?

왜 하품을 하면 눈물이 나요?

지우개는 왜 연필만 지워질까?

엄마, 어깨는 왜 있어요?

달이 날 따라와. 왜 따라오지?     




(아이들 질문 중에 '죽음'을 주제로 한 책육아 모임 내용입니다.)


  아이들이 5살 정도 되면 죽음에 대해 알게 되고 관심을 가집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죽음을 알려 주기에는 너무 추상적이라 대답을 해주기 쉽지 않죠. 이럴 때 아이들 책을 보면 죽음을 주제로 한 책이 있어요. 이런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죽음에 대해 자연스레 알려줄 수가 있어요.


 《할머니의 특별한 옷》 책에 나온 할머니는 아이들처럼 유치원에 다니지 않아도 평소에 누군가를 만나고 바쁘게, 즐겁게 살아요. 할머니는 매일 예쁜 옷을 입고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다니며 하루를 유쾌하게 보내요. 그러나 할머니의 특별한 옷은 장롱 깊숙한 곳에 두고 있죠. 우리는 이 특별한 옷이 수의란 걸 짐작할 수 있죠.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손수 수의 준비해놓는 경우가 있잖아요. 이 할머니도 그러셨던가 봅니다. 어느 날, 할머니는 손주의 결혼식 날 알록달록 한복을 입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기뻐합니다. 그러다 찬바람이 불던 어느 날, 할머니는 이제 자전거도 타지 않고 매일 누군가를 만나지도 않고 집에서 지내기 시작해요.


이제 할머니는 특별한 옷을 입고 멀리 떠나.

하지만 할머니는 사라지는 게 아니야.

가족들 마음속에 영원히 남는 거야.


순수 국내 창작그림책 달강아지 《할머니의 특별한 옷》by 웅진북클럽


  책을 통해 할머니의 죽음을 담담하게 그려놓았죠. 책으로 아이들에게 죽음에 대해 알려줄 수도 있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면 동, 식물의 한 살이에 대해 배우죠? 동, 식물의 한 살이를 보면서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나요? 동물도, 식물도 태어나서 자라고 새끼를 남기고 죽잖아요. 너무나 당연하죠. 이렇듯 죽음은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여기서 중요한 건 죽는다는 게 아니라 어떻게 살다 죽느냐는 거죠. 죽음에서 시간이란 주제로 넘어가 볼게요.


  《지금 이 시간은》 책에 누군가는 이렇게 책을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그러나 똑같은 시간에 또 다른 누군가는 버스를 타다 넘어져서 창피해하고 있죠.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갔으면 할 거예요. 아이를 낳는 순간에 힘들었어도 행복하지 않았나요? 그 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죠. 여기 이 아이는 가족처럼 기르던 소중한 개가 죽었어요. 누군가에게는 마음 아픈 시간이죠.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나는 이제 좀 괜찮아졌어. 너는 잘 지내니?’라며 힘을 내고 있죠. 똑같은 시간이지만 다들 다른 의미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순수 국내 창작그림책 달강아지 《지금 이 시간은》by 웅진북클럽


  아이들이 좋아하는 분야의 인물 책을 보여주세요. 인물 책에는 각자 열심히 노력한 시간들을 보여줍니다. 영화 <모던 타임스>로 유명한 찰리 채플린은 사자 우리에 들어간 한 장면을 실감나게 찍으려고 200번이나 촬영했다고 해요. 몇 번을 했느냐보다 될 때까지 노력했다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슬프거나 무섭게 느껴질 죽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해 줄 거예요.     




  이렇게 아이들의 질문 중에서 ‘죽음’을 주제로 한 책육아 모임을 마치고 며칠 후에 모임에 참여했던 한 어머니에게 연락을 받았다.     




5세 아들 태양이가 이런 질문을 했어요.


엄마, 죽는 게 뭐야?’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대로 최선을 다해 답을 해주었어요. 죽는 건 나이가 들어서나, 아파서 돌아가시는 걸 말하는데. 이젠 볼 수 없는 거여서 슬픈 거라고 했죠. 그렇게 죽음에 대해 대충 설명해 줬는데 태양이는 가끔씩 죽는 게 뭔지 또 물어보곤 했어요. 아마 죽음에 대한 궁금증이 다 풀리지 않아서 계속 물어본 거 같아요. 그래서 아이가 물어볼 때 죽음에 대한 책을 찾아보았어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의 느낌과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책을 읽어주기도 했고요. 그런데 아이에게 설명해 주기에 죽음은 슬프고 설명하기 난감한 질문이라는 생각과 함께 고민을 했답니다.


  그러다 우연히 참여하게 된 책육아 모임에서 제 아들 태양이뿐만 아니라 요 나이 또래 애들이 죽음에 대해 관심을 보인다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북토킹에서 들은 대로 아이에게 나무의 한해살이와 연어가 알을 낳고 죽는 연어의 일생에 대한 책을 보여주었어요. 죽음은 꼭 사람에게만 속한 이야기가 아니란 걸 듣고요. 그동안 시간 이야기와 시계는 몇 시인지 보고 숫자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는데 어떤 시간들이 있었는지 엄마 아빠도 태양이가 태어났을 때 너무나 행복해서 눈물이 났다고 얘기해주었더니 엄마를 끌어안고 뽀뽀를 하고 난리가 아니었어요. 그리고 죽음이 무조건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아들에게 편안하게 이야기해주었죠.


첫인물 그림책 이담에 《라이트형제는 어떻게 비행기를 만들었나》by 웅진북클럽


  지금은 이 세상에 안 계시지만 너무 멋진 일들을 해낸 위인들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요. 변신로봇에 관심 많은 5살 아들은 비행기도 역시 좋아해서 라이트 형제 책을 읽어주었는데 라이트 형제가 책에서 비행기를 만들기 위해 200번이나 도전했다는 이야기를 읽어 주었더니 그 후에 아이가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포기하지 않아, 포기하지 않아.”


  ‘죽음은 말이야.’라고 설명하지 않아도 궁금증이 해결된 우리 아이. 죽음이란 궁금증 하나로 라이트 형제가 태어난 미국에 가고 싶은 궁금증을 건드려 주었다는 게 책의 힘인 것 같아요.

https://blog.naver.com/lavidabean/220882534112   (5살 태양이 어머니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을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아이들의 질문은 아이들 머릿 속에 생각주머니를 선물 받는 아주 특별한 순간을 만든다. 아이가 하는 질문에 대한 정답을 주려기보다 아이가 하는 질문을 두고 관련된 책을 읽어주고 곰곰이 생각을 하게 된다면 얻어질 수 있는 해답들이 하나 둘 늘어나게 된다. 위에 적은 북토킹 사례는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죽음을 어떻게 알려줄까 고민하다 얻게 된 생각들의 연결고리이다.


  아이들이 하는 질문에 대답을 해주는 건 물론 쉽지만은 않은 일이지만 아이들의 생각을 넓혀주는 절호의 기회이다. 예쁜 노트는 필요 없다. 알록달록한 필기구 따위도 필요 없다. 그저 책장과 책상에 굴러다니는 수첩이나 복사용지를 꺼내 아이들이 하는 질문을 적어보자. 그리고 집에서 제일 잘 보이는 장소인 방문 앞이나 침대 옆이나 식탁 위, 냉장고에 붙여두자. 집에서 왔다 갔다 하며 눈에 보이는 질문이 적힌 종이를 보며 계속 생각하게 된다.


‘어떤 책에 아이가 궁금해하는 게 나올까?’

‘어떻게 대답해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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