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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코치 Young Oct 20. 2021

딸아, 나중에 커서 늑대같은 남자를 만나렴

리딩코치 영의 책육아 노하우

  5~7세 아이들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배우는 누리 교육과정은 매 월 다른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8월에는 다양한 동식물을 주제로 배운다. 유아기에 아이들이 다양한 동식물에 대해 알게 되면, 나와 달라 틀린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따뜻한 아이로 자랄 수 있다.


  두꺼운 털가죽을 갖고 있는 북극곰이 열대우림에서 살 수 있을까? 물속에서 날렵한 상어가 수풀에서는 살 수 없다. 이렇듯 동식물은 각자 사는 환경에 적응해 살아간다. 다양한 동식물 중에 이번에는 아이들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세계명작 이야기에서 자주 등장하는 동물을 책육아 모임 주제로 선택해 보았다. 먼저 퀴즈 하나를 풀어보자.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는 세계명작 중에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 «빨간 모자»«아기 돼지 삼 형제»책에 모두 등장하는 인물 아니 동물은 무엇일까요?


  답은 바로 늑대이다. 그런데 이야기에 나오는 늑대는 모두 왜 그리 못됐고, 나중에는 바보같이 행동을 하는 것일까? 이야기 끝에 결국 늑대는 벌을 받거나 가죽이 홀랑 벗겨져 아기돼지 집에 양탄자로 쓰이게 된다. 아이들의 이야기인데도 잔인하게 늑대가 벌을 받는 내용 때문에 잔혹한 동화라고들 말하기도 한다. 이야기에서 이렇게 늑대는 왜 이렇게 미움을 받는지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백과사전에서 늑대를 찾아보았다. 


21세기 웅진학습백과사전 by 웅진북클럽


  늑대는 사람에게 유익한 양, 소 따위의 가축과 영양, 사슴 같은 사냥감을 죽이기 때문에 농부도, 사냥꾼도 늑대를 싫어한다. 많은 나라의 속담에서 늑대는 해로움과 악의 상징이다. ‘양의 탈을 쓴 늑대’라는 말은 겉으로는 친절하지만 속에는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을 뜻한다. 우리나라에도 늑대가 사람을 해친다는 늑대 고개가 전국 여러 곳에 있었다. 또 여우가 교활한 여자에 비유되는 것에 반하여 늑대는 음흉한 남성에 비유된다. 늑대에 대한 증오심과 공포심은 많은 늑대를 죽이게 했고, 남아 있는 개체들도 위협을 받으며 살고 있다.  


  그러나 늑대는 무리의 뒤에 처지는 병들고 부상당한 늙은 동물을 주로 죽임으로써 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늙거나 병든 개체는 새끼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먹이를 먹어버리거나, 병을 전염시켜 무리에게 짐이 되는데 이러한 개체를 솎아주는 역할을 하여 무리를 건강하게 만든다. 결국 적당한 수의 건강한 초식 동물만 남는데, 이들이 먹는 식물의 양도 적당하여 식물 생태계의 다양성이 차례로 유지된다. 이렇게 늑대는 생태계를 관리하는 조절자 구실을 한다.


  사람이 음식으로 먹는 사냥감을 먹는 늑대라서 그동안 그렇게 사람에게 미움을 받고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늑대 또한 못되고 바보처럼 행동을 하는 캐릭터로 나왔던 것이다. 평생 동물을 관찰하여 동물 그림을 그렸고, 동물의 이야기를 담아낸 «동물기» 작가 시턴이 뉴멕시코 커럼포 골짜기에서 실제로 악명 높았던 늑대를 잡으며 쓴 «늑대왕 로보»를 보면 늑대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자연을 사랑한  시턴은 캐나다의 자연을 누비며 동물을 관찰하며 쓴 글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턴이 정말로 유명해진 것은 늑대 이야기 덕분이었다. 시턴이 잡은 늑대 한 마리가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1894년 커럼포의 한 목장에서 목동들은 한 마리의 늑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 늑대는 먹이가 필요해서 소를 잡는 게 아니라 그저 재미로 소를 죽이는 놈이었다. 시턴은 우선 독이 든 미끼를 사용하기로 했다. 시턴을 지켜보던 목동들은 비웃었다. 한 달이 지난 뒤에야 시턴은 깨달았다. 시턴의 상대는 ‘커럼포의 늑대왕 로보’였다. 똑똑한 로보는 독이 든 미끼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시턴은 다른 방법으로 무거운 늑대용 강철 덫을 백 개나 공들여 숨겨 놓았다. 그러나 로보는 나뭇가지나 돌멩이를 덫 위로 퍼부어서 숨겨져 있던 덫을 튀어나오게 했다. 그리고 손쉽게 소 한 마리를 죽여 버렸다. 시턴은 넉 달 째 로보를 쫓고만 있었다. 


토토리 세계명작 «늑대왕 로보» by 웅진북클럽


  그러다 목동 한 명에게서 늑대왕 로보에게 작고 새하얀 젊은 짝, 블랑카가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 시턴은 블랑카를 잡기 위해 암소를 죽인 뒤 덫을 놓았다. 시턴의 예상대로 새하얀 블랑카가 시턴이 놓은 덫에 걸린 채 죽어 있었다. 시턴은 다시 덫을 놓고 그 주위에 블랑카의 피를 묻혀 놓았다. 그날 산 계곡에서는 잃어버린 짝을 찾는 로보의 울음소리가 하루 종일 들렸다. 짝을 잃은 슬픔으로 처절하게 울던 로보는 블랑카의 피 냄새가 나는 곳에 달려들었다가 덫에 걸렸다. 


  늑대왕 로보는 자신의 짝꿍인 비앙카를 그리워하며 시턴이 가져다준 음식과 물조차 거부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비록 늑대였지만 시턴은 많은 감동을 받았다. 제 짝을 사랑하고, 잡힌 뒤에도 늠름함을 잃지 않았던 늑대왕 로보의 태도는 훌륭한 사람 못지않았다.      




  늑대의 특징을 찾아보면 늑대 무리의 우두머리는 평생 한 마리의 암컷만을 사랑한다고 한다. 늑대에 대해 여러 책을 찾다 보니, 문득 배우 송중기가 나온 영화 <늑대소년>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우두머리 수컷 늑대의 이런 순애보가 가득 담긴 특징은 배우 송중기가 출연한 영화 <늑대소년>에도 잘 나와 있다. 몸이 약해 요양 차 가족들과 한적한 마을로 간 주인공 박보영은 늑대 소년 송중기를 발견한다.

 박보영은 야생에서 자라 사람 같지 않은 행동을 보이는 소년 송중기에게 먹을 것을 보고 기다리는 법, 옷 입는 법, 글을 읽고 쓰는 법 등을 가르쳐 준다. 영화는 갈등 구조를 드러내며 늑대 소년 송중기는 늑대의 본성을 드러내며 주인공인 박보영을 위험에서 지켜주며 보호한다. 그러다 결국 박보영은 가족과 함께 그 마을을 떠난다.

  세월이 흘러 할머니가 되어 기억 속에 묻혀버린 시골집을 찾아간 박보영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게 된다. 늑대소년 송중기는 주인공 박보영이 떠난 집에서 박보영이 가르쳐 준대로 글씨 연습을 하며 박보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여자, 박보영만을 생각하며 홀로 오두막을 지키고 있는 송중기의 마지막 장면에서 영화는 진한 감동을 남겼다. 한 마리의 암컷만을 사랑하는 수컷 늑대의 특징을 잘 담아 그린 영화 <늑대소년>의 감동은 늑대왕 로보의 마지막 모습과도 교차된다. 


  늑대에 대한 이야기와 늑대의 특징을 알아보면서 그동안 사람들이 갖고 있던 늑대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털어버릴 수 있었다. 사람이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려는 것처럼, 늑대도 자신의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결국 사람과 자연은 평화롭게 공존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동안 늑대를 나쁘게만 바라 보아 미안한 마음에 이제는 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중에 커서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늑대 같은 남자를 만나렴.”


  늑대는 무리를 지어 사는 동물이기 때문에 무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무리 안의 구성원 사이에 엄격한 질서와 규칙이 있다. 늑대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집에서 아이들과 책을 읽고 늑대 인형극 놀이로 독후활동을 해보라고 알려주었다. 6살 준영이는 엄마와 함께 늑대에 대해 마인드맵을 하다가 늑대에서 고양이로 생각이 뻗어 나갔다. 그래서 고양이에 대해 책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셀로판지를 사다가 고양이를 만들어 그림자놀이를 했다.

 


  마침 유치원에서 세계나라에 대해 배우고 있어서 «장화 신은 고양이»를 보고 작가 샤를 페로의 나라인 프랑스도 찾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융합 독서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처음에는 늑대로 시작했지만 아이의 관심사와 배경지식과 경험에 따라 생각이 어디로 뻗어나갈지 정해져 있지 않다. 그저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내 아이만의 멋진 상상지도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아이의 상상력을 지켜줄 어른들의 상상력과 인내심만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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