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코치 영의 책육아 노하우
세상이 정말 빨리 바뀐다. 전에는 10년마다 강산이 변해간다고 했는데 요즘은 1~2년이 멀다 하고 세상이 바뀌어 가는 것 같다. 스마트 폰을 바꾼 지 1년이 채 되어가지 않는데 새로운 기능으로 무장한 스마트 폰이 또다시 새롭게 등장한다. 우리는 급격히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 미국의 인터넷 검색 엔진회사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바둑기사 이세돌, 즉 인공지능과 사람이 세기의 대결을 벌였던 2016년에 태어난 아이들을 인공지능 세대라 부른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반드시 키워주어야 할 능력이 있다. 바로 로봇에게는 없고, 사람만이 갖고 있는 감수성과 창의력이다. 그리고 감수성과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은 ‘문화예술교육’에 답이 있다. 물론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보다 문화와 예술에 접할 일도 많아졌고 누리과정을 배울 때 문화예술교육의 한 방법으로 유명한 화가의 명화를 따라 그려보기도 한다.
그러나 훌륭한 교육기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가정교육이 밑받침되어야 한다는 유명한 교육자 코메니우스의 말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요즘은 아이들에게 체험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모님들이 많아져서 주말이나 방학에 아이들을 데리고 미술전시회나 박물관 등을 자주 간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체험시켜주고 싶은 부모님의 마음과 달리 아이들은 전시회에 도착한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입장료를 내고 전시회장에 들어가서 보채기 시작한다.
‘엄마, 목말라.’
‘아빠, 음료수 사줘.’
‘재미없어.’
심리학자 로버트 자이언스의 말에 따르면 ‘사람은 자주 보는 것에 호감을 갖게 된다.’라고 한다. 평소에 보지 않았던 분야에 대해 체험을 하러 가기 전에는 반드시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무엇을 보러 가는지 알아보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인상주의 화가 모네의 그림이 전시되었을 때, 아이들과 모네의 그림을 보러 가기 전에 흥미를 갖게 해 주려고 책육아 모임 주제로 ‘빛을 그리는 모네’를 정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그림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사실 나는 평소 사진처럼 선명한 세밀화를 좋아했던 터라 처음에 모네의 그림을 보았을 때 도무지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모네의 일생과 그림에 대해 알아갈수록 모네가 살았던 나라인 프랑스와 모네가 받았던 교육이 궁금해졌다.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걸 알기에 더욱 그러했다.
아이들에게 다른 나라의 옛이야기를 들려주면 이야기 속에 그 나라의 의, 식, 주와 생각, 문화가 녹아져 있어 좀 더 재미있고 쉽게 다른 나라를 이해할 수 있다.
옛날 프랑스 어느 마을에 ‘장 생 뵈르’라는 청년이 살았다. ‘장 생 뵈르’는 프랑스어로 ‘겁 없는 장’이라는 뜻이다. 부모가 없는 장은 마을 성당에서 종 치는 일을 하며 살았다. 장의 앞날을 걱정하는 신부님에게 자기는 두려움을 느끼기 전에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듣고 장을 깜짝 놀라게 하려고 신부님은 종의 줄을 끊어질 듯 말 듯 잘라 놓았다. 다음 날 새벽, 장은 새벽에 종을 치러 갔다가 종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걸 보고 전혀 놀라지 않았을 뿐 아니라 종탑에 기어 올라가 성인들의 동상이 한 짓이라 생각하고 동상을 밖으로 집어던져 버렸다. (중략)
성당에서 종을 치는 생활에 지루해진 장은 신부님이 준 지팡이를 들고 여행을 떠난다. 묵어갈 곳이 없어 악마가 나타난다는 낡은 성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갑자기 눈앞에 팔, 다리가 차례로 떨어졌다. 그렇게 장의 눈앞에 나타난 악마와 함께 태연히 카드놀이를 하다 신부님이 주신 지팡이로 악마를 쫓아냈다. (중략)
어느 왕국의 수도에서 공주님을 제물로 바쳐야 하는 날에, 공주 방에 나타난 악마를 쫓아 버린다. 왕은 이 소식을 듣고 기뻐하며 장을 사위로 삼으려 한다. 그러나 장은 두려움을 느끼기 전에는 결혼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중략)
왕의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아서 궁전에 간 장이 음식을 먹기 위해 그릇 뚜껑을 여는 순간 비둘기가 날개를 퍼덕이며 장의 눈앞으로 날아올라 소스라치게 놀란다. 깜짝 놀라게 된 장은 공주와 결혼하여 그 후로 행복하게 잘 살았다.
- 프랑스의 옛이야기 «겁 없는 아이, 장»
성당의 종이 바닥에 뚝 떨어져 있어도, 악마의 팔, 다리, 머리가 눈앞에서 공중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걸 보고서도 놀라지 않았던 장이 음식 그릇 뚜껑을 열다 겨우 비둘기가 푸드덕거리는 걸 보고 깜짝 놀라다니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프랑스의 문화, 역사 등을 이해하지 않으면 이야기를 읽고도 무슨 내용인지 모를 수밖에 없다.
이 이야기는 겁 없는 주인공이 두려움을 알게 되는 과정을 그려냈다. 두려움이 없다는 것은 세상에 대해서 모른다는 뜻과 같다. 프랑스에는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은 정상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두려운 마음으로 세상을 알아가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보통 사람이면 누구나 가져야 할 지식을 ‘상식’이라고 하는데 두려움이 없다는 것은 상식이 없는 것과 같다.
프랑스 사람들은 아이들이 상식을 갖도록 어려서부터 엄격하게 가르친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가부터 어떤 옷이 예쁜가, 어떤 음식이 맛있는 가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게 가르친다. 그렇게 아이가 바르게 생각하는 법과 좋은 것을 가리는 감각을 지니게 되면, 그때부터 비로소 한 개인으로서 존중받는다.
그릇에 담긴 비둘기는 장이 마음속으로 기대한 것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래서 장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큰 충격을 받는다. 예술을 사랑하는 프랑스 사람들은 이런 체험을 소중하게 여긴다고 한다. 틀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각을 해내는 데서 예술이 태어나기 때문이다. 창의성을 인정받는 엉뚱한 생각이 그냥 갑자기 떠오르는 건 아니다. 엉뚱한 생각이란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선물처럼 다가오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열린 마음이 프랑스를 예술의 나라가 될 수 있게 만들었다.
먹는 것을 사랑하는 프랑스 사람들은 해마다 10월에 ‘미식 주간’을 갖는다. 프랑스의 으뜸가는 요리사들이 학교에 찾아와 미각 수업을 한다. 어린이들이 일찍부터 먹는 즐거움과 맛에 대한 감각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그리고 파리의 초등학생들은 매주 수요일에는 학교에 가지 않는다. 그 대신 각자 취미 활동을 한다. 취미 활동 수업은 시나 구청에서 신청하고 들으면 되는데, 프로그램이 굉장히 다양하고 배우는 값도 무지 싸다. 이런 취미활동 덕분에 프랑스 어린이들은 일찍부터 문화와 예술을 일상처럼 즐기고, 사랑하게 된다.
1874년, 한 전시회에 걸린 모네의 작품 <인상, 해돋이>를 본 미술 비평가는 풍경은 없고 ‘순간의 인상만 남아 있는 그림’이라고 비웃었다. 비평가들의 이 말이 모네와 같은 화가들의 그림을 일러 ‘인상주의’를 나타내는 말이 되었다. 모네가 가장 주목한 것은 빛이었다. 빛은 시시각각 변한다.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계절에 따라서도 빛은 달라진다. 또한 같은 시간이라도 계절에 따라 달라 보인다.
모네는 순간의 빛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짧은 순간 눈에 보이는 빛을 그림에 담기 시작했다. 동료 화가 세잔은 “모네에게는 심장도 없고 머리도 없고 단지 눈뿐이다. 그러나 그 얼마나 굉장한 눈이냐!”라며 대단한 순간 관찰력을 지닌 모네의 눈을 두고 감탄했을 정도다. 같은 풍경을 계절에 따라, 시간 차이에 따라 그림으로 담아낸 모네의 관찰력과 인내는 그림을 볼수록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인상주의 화가 모네에 대해, 모네의 조국인 프랑스에 대해 알고 나니 모네의 그림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전시회를 보고 온 7살 아이는 모네의 부인 카미유가 젊은 나이에 죽으면서 모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 보면서 그림이 너무 예쁘고 아름다워 더 오래 있고 싶다며 아쉬워했다. 모네전을 보고 온 아이들은 다시 한 번 더 모네의 그림을 보러 가보고 싶다고 말하고 집에 돌아와 모네처럼 붓을 들고 다양한 색으로 그림을 그린다. 역시 아이들은 경험한 만큼 표현한다.